110212200506

오백 : 식사를 합시다 3 본문

이엑쏘

오백 : 식사를 합시다 3

박로제 2016. 7. 1. 21:34

​양파 - 본 아뻬띠를 들어주시면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__)




백현이가 밥을 먹지 않는다.

속이 좋지 않다는 핑계를 대며 경수와 같이 먹는 아침을 거부한지 오래 됐으며 과제와 시험준비를 구실삼아 저녁도 집에서 먹질 않는다. 최근에는 중간고사로 경수도 바빴기 때문에 거기까지 신경 쓸 일이 없어서 내버려뒀는데, 중간고사가 모두 끝나고 당장 급한 과제도, 시험도 없는데 백현이 과제를 핑계로 저녁을 밖에서 먹고 들어오자 의심을 안하고 싶어도 안할 수가 없었다. 물론 처음에는 날씨가 더워져서 그런 건 줄 알았다. 여름만 되면 입맛을 잃어 고생하는 걸 경수가 제일 잘 알았고, 실제로 더위지기 시작하면 물만 마시고 아무것도 먹지않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런 건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이주 넘게 지속된 적은 없었다. 

그러니까 지금 밥을 먹지 않는 것은 백현이 의도한 일이며, 동거 초기에 경수와 했던 약속을 스스로 깨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자신과의 약속을 깨고 거짓말을 하는 백현의 모습이 같잖아서 내버려두기는 했지만 경수가 사랑했던 볼살이 빠지고, 허벅지가 가늘어지고, 말랑했던 그 배도 홀쭉해져서 가죽밖에 남지 않았을 때 도경수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성격대로 한다면 강제로 식탁에 앉혀 억지로 먹이겠지만 그런 야만적인 방법은 쓰고 싶지 않았다.

백현이 먹는 것에 욕심이 없는 것도 알고, 배만 채우면 무얼 먹어도 상관 없는 사람인 걸 제일 잘 아는 사람은 경수이다. 그런 백현이 저를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사랑스러웠고, 경수도 그런 노력들을 잘 알았기 때문에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있어도 넘어가주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의도적으로 자신과의 식사를 피하는 변백현을, 도경수는 더는 두고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변백현은 죽어도 그 이유를 말해주지 않을 것이고, 도경수도 강압적인 방법을 통해서 백현에게 이유를 묻기는 싫었다. 괘씸하지만 웬만하면 경수에게 숨기는 거 없이 모두 이야기하는 백현이 이렇게 기를 쓰고 숨기는 일이라면 경수 입장에서는 기가 차고 말도 안되는 이유일지라도 당사자에게는 진지하고 심각한 것일 수 있으니 존중해주고 싶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도경수가 포기한다는 소리는 아니다.

"어, 세훈아...잠깐 시간 되면 나 좀 볼래?"

백현이가 숨기겠다면 존중은 해주겠지만 그건 당사자에게 묻지 않는다는 말이지, 조용히 넘어가 줄 마음따위 도경수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오백 : 식사를 합시다 3



시작은 세훈이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말 한마디였다.

'...형 살쪘어요?'

살면서 백현은 살이 쪘다는 소리를 처음 들어봤다. 워낙 먹는 욕심이 없었으니 살이 찔 일도 없었고, 생각보다 운동을 싫어하는 편도 아니었기 때문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살이 찐다는 것은 백현과는 먼 이야기였다. 그런 변백현에게 오세훈의 말은 충격을 넘어서 없던 자기 혐오가 생길 정도로 어마어마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살이쪄? 내가?'
'쪘는데. 요즘 얼굴도 동글동글해졌고...형 최근에 바지 입으면 허벅지 부분이 조금 답답하다면서요. 배도 나온 것 같고. 어떻게 봐도 살찐 것 같은데?'
'내가 살이쪄? 이 내가?'
'우와...방금 그 말 엄청 재수없다.'
'아니 생각을 해봐. 내가 어디 살이 찔 사람이야?'
'왜 아니라고 생각해요? 형이 같이 사는 사람이 누군지 생각해봐요.'

그렇다.

최근 경수는 식사량이 늘어나 밥 한공기를 먹을 수 있게 된 백현을 보면서 역시 시간이 지나니 위가 늘기는 하는구나, 라며 환호성을 지를만큼 엄청나게 기뻐했고 조금 과하게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참고로 어제 저녁 메뉴는 도경수가 직접 튀긴 돈까스였고 오늘 아침은 참치랑 두부 넣고 끓인 김치찌개였다. 참치 기름이 둥둥 떠다니는!! 거기다가 설상가상으로 시험기간이 겹쳐와 백현은 운동을 할 수가 없었다. 주말에는 경수가 해주는 밥을 먹고, 입이 심심하면 경수가 만들어 준 간식을 먹었다. 저번 주 일요일 날 도경수가 만들어 준 간식은 초코 브라우니였으며, 위에 올라간 아이스크림과 브라우니는 환상적으로 잘 어울려 변백현은 처음으로 무언가를 먹는 행위에 즐거움을 느꼈다. 거기다가 새벽까지 과제에 시험공부를 같이 하다보니 야식을 먹는 일도 있었는데, 경수는 새벽에는 이걸 먹어야 한다며 김치전을 부쳐왔다. 

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백현은 계속 외면하던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자신은 살이 쪘고, 이대로 생각없이 먹어대다간 집에 있는 옷이 모두 맞지 않아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 까지 생각이 미치자 식욕이 떨어져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참고로 오늘 점심은 치즈가 잔뜩 들어간 그라탕이었다.

'나 안 먹어.'
'한 숟갈 남겨놓고?'
'이제부터 굶을 거야.'
'퍽이나...가만히 내버려두겠다 형이 굶는 걸...'
'시험이랑 과제 핑계대면 저녁은 집에서 안 먹을 수 있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얼씨구?'
'마침 시험기간이고 우리 과의 살인적인 시험범위랑 과제를 경수도 아니까 넘어가줄거야.'
'형 애인은 도와줄테니 집에서 하라고 할 것 같은데.'
'공대생이 이걸 어떻게 해줘!'
'하아...그래서요? 그렇게 하면 살 뺄 수 있어요?'
'물론이지. 아직 많이는 아니니까 그정도면 금방 뺄 수 있어!'

빨대를 잘근잘근 씹으며 다이어트 의지를 불태우는 백현을 보며 세훈은 저러다 큰일날텐데, 라는 생각을 했지만 제가 알 바는 아니었다. 그리고 자기는 동글동글한 백현도 좋았지만 예전처럼 가늘고 호리호리한 느낌을 더 좋아하니까 다이어트가 그리 나쁘지도 않았고. 문제는 경수인데...백현은 이걸 경수가 알아서는 안된다고 신신당부했기에 세훈도 계속 숨길 생각이었다. 경수보다는 백현과 더 친했고, 솔직히 말하자면 경수한테 이걸 전해야 할 의리도 없었다.

그랬는데, 지금 오세훈은 도경수와 마주보고 앉아서 변백현과 있었던 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이야기하고 있었다. 전화 왔을 때부터 올 것이 왔구나 싶었지만 이렇게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조성될 줄은 정말...꿈에도 몰랐다.

"그랬단 말이지..."
"네...제가 말려보려고 했지만..."
"정말 말리고 싶었으면..."

나한테 연락 했었어야 하는 거 아니냐 세훈아. 도경수가 상냥한 목소리로 내뱉는 말들은 하나하나가 주옥같았고 현재의 오세훈은 과거의 자신을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공포에 떨고 있었다. 자기보다 키도 작고 덩치도 작고, 손도 작고 발도 적은 저 형을 왜 이렇게도 겁내는지 세훈 본인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지금 도경수의 심기를 거스르면 안된다고.

"어쨌든 이야기해줘서 고맙다."
"나중에 백현이 형이 저 원망 못하게만 해줘요..."
"그래도 끝까지 숨기다가 나한테 한소리 듣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
"거기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정말로 차라리 백현의 원망을 듣는 것이 나았지, 경수와 이렇게 단둘이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은 사양이었다. 세훈은 한숨을 쉬면서 지친 얼굴로 먹다만 연어샐러드를 다시 먹기 시작했다. 처음에 약속을 잡을 때는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할 생각이었는데, 점심 시간에 만나는데 어떻게 카페에서 만날 수 있냐면서 자기가 잘 아는 식당이 있으니 그쪽으로 가자고 했다. 음식에 관해서는 굉장히 까다로운 경수가 데리고 간 식당은 서비스도 괜찮았고, 맛도 있었다. 경수가 추천해준 메뉴인 연어 샐러드는 연어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세훈도 무리없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맛도 있었다. 다만 분위기에 눌려 체할까봐 제대로 먹지 못해 반도 넘게 남아있는 것이 문제였지만.

"그래서 형은 어떡할거에요? 다이어트 못하게 말릴 거에요?"
"말려야지. 살 뺀다고 제대로 먹지도 않고 몸만 혹사시키고 있을텐데 그걸 어떻게 알고도 모른 척 해."
"아아...그래도 이번은 좀 넘어가줘요. 백현이 형 충격 받아서 체중계 위에서 소리지르던 거 진짜 장난아니었는데..."
"흐음."
"살면서 지금처럼 살 찐 적이 없었다고 괴로워하던데 이번만 눈감아줘요. 백현이 형이 다른 것도 아니고 경수 형한테 예뻐보이고 싶어서 그런건데."

세훈의 말이 맞았다. 백현은 다이어트 한다는 사실을 경수에게 숨기고 싶어했는데,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백현이 먹는 걸 삶의 기쁨으로 여기는 도경수가 그걸 허락하지 않을 걸 본인 스스로가 제일 잘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이나 중요한 다른 이유는 살이 쪘다는 것도, 그리고 그걸 빼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경수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백현은 경수 앞에서는 항상 예쁜 사람이고 싶었다. 이렇게 살이 쪄서 입던 옷을 못입게 된다거나 얼굴이 동글동글해져서 턱선이 사라진다거나 뱃살이 잡히는...그런 것들은 전부 경수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다. 사귄지 몇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백현은 경수에게 예쁜 모습, 보기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고, 이렇게 살이 찐 모습이나 그걸 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같은 건 창피해서 보여줄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도경수 본인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완벽한 남자였기에 더 그런 것도 있었다. 

"사람 속도 모르고..."
"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마저 먹어."

너도 살 좀 쪄야겠더라. 생각보다는 많이 먹는 것 같은데 먹는 게 대체로 어디로 가는 거야? 어...키로 간 거 아닐까요? 죽고싶냐? 죄송합니다...

맛있다길래 주문한 딥디쉬 피자를 세훈 쪽으로 밀어주며 더 먹으라고 한 뒤 경수는 제 몫으로 시킨 샐러드 스파게티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보니 이 집은 백현이랑도 자주 왔었다. 여기 피자는 또 잘 먹어서, 자주 왔었는데 최근에는 여기도 데려오지 못했다. 하긴 다이어트하고 있을 때 이 어마어마한 양의 치즈를 먹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니까. 

도경수는 제 몫의 피자 위로 포크를 꽂으며 결심했다. 오늘 저녁에는 강제로 식탁에 앉힌 뒤에 제가 한 밥을 억지로 먹이겠다고. 그런 짓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지만 고심해서 세워 둔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면 힘을 써서라도 해결을 해야하는 게 맞지않을까? 

오늘 저녁 메뉴는 뭘로 할까. 경수는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



***



먹는 걸 좋아하지 않는 애인의 먹는 모습을 좋아한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다. 하지만 경수는 백현이 입에 무언가를 넣고 씹거나, 빨고 있거나, 핥는 그 모든 행위를 좋아했다. 물론 입에 넣는 무언가는 음식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변백현이 무언가를 먹고 씹고 삼키는 그 모든 행위를 도경수는 사랑했다. 그래서 백현이 먹는 음식에 집착했다. 그 입에 들어가는 모든 것이 제 손으로 만든 것이어야 했다. 이건 변백현도 모르는, 되도록이면 죽을 때까지 몰랐으면 하는 도경수의 새카맣고 질척한 욕망이었다.

그러나 다이어트에 반대한 건 저 욕망과는 조금 다른 이유였고, 다이어트까지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백현이 살이 찌는 건 도경수가 의도한 일이었다.

도경수는 변백현이 살이 찌길 바랐다. 턱선도 없어지고, 배가 나와서 바지가 들어가지 않길 바랐고, 과체중이 되어서 막말로 툭 치며 데굴데굴 굴러갈 수 있는 그런 몸이 되길 바랐다. 그러길 바란 이유는 단순하고 유치했다. 그래야지 사람들이 변백현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을테니까. 항상 예쁘게 빛나는 백현의 주위에는 사람이 많았다.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전공이 달라 서로의 과 생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해, 백현의 주위에는 경수가 모르는 사람이 늘어났고, 도경수는 그게 싫었다. 물론 단순히 외모만 보기 싫게 바꾼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가오는 사람이 더 늘어나지 않는다면 충분했다. 그래서 살을 찌우고 싶었다. 그 예쁜 외모를 살을 찌워서 덮어버리고 싶었다. 유치한 이유였지만 경수는 조금 필사적이었다. 살을 찌워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사회 생활도 할 수 없게 되면 그때는 참고 참았던 그 욕망을 얼마든지 드러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역시 제 맘대로 할 수 없는 게 변백현이었고, 이번에도 그러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백현의 다이어트는 그 날 저녁 도경수가 강제로 먹인 갈비찜때문에 실패했다. 오세훈을 원망하면서도 맛은 있었는지 먹긴 했지만 그 짧은 기간 동안 무식하게 먹지 않고 살을 빼려해서 식사량은 예전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에 도경수는 딱히 이긴 기분도 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같은 식탁에 앉아서 얼굴을 마주보고 백현과 밥을 먹는 것, 그것을 다시 할 수 있으니 이제 살이 찌는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백현아."
"응?"
"아니다. 뭐 먹고 싶어?"

다이어트도 물 건너 갔는데 그 피자 먹으러 가면 안될까.
그래.

어차피 죽을 때까지 함께 있을 건데 가둬놓는게 조금 미뤄지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며 경수는 백현의 손을 잡았다.



식사를 합시다.









---


연재텀 너무 극악이고 이번편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네요 나중에 보고 수정해야지 눈물난다 그리고 너무 제 취향 범벅이네요 읽어주는 사람들 천사다

'이엑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문 몇개(커플링 섞여있음)  (0) 2016.07.20
세백 : 해피투게더  (0) 2016.07.20
오백 : 식사를 합시다 3  (0) 2016.07.01
오백 : 식사를 합시다 2  (0) 2016.02.01
세백 : 해피투게더 外  (0) 2016.01.24
세백 전력 썼던 것들  (0) 2015.12.01
0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