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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안즈 : Hot Mail 본문

안산블루스따즈

카오안즈 : Hot Mail

박로제 2017. 5. 10. 14:50






이런 상황을 원하기는 했었다. 그런데 이런식으로 이루어지는 걸 원한 건 아니었다. 하카제 카오루는 할 수만 있다면 이 자리를 벗어나 도망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먼저 말을 꺼낸 건 레이였다. 다음 페스 장소가 바다로 결정나서 말이야. 신카이군이랑 치아키군, 그리고 내가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카오루군도 알지 않은가. 웃으며 그렇게 말하는 레이의 의도는 뻔했다. 저 멤버로 갔을 때 통제가 되지 않음이 분명하니 와서 도우라는 말이었다. 아무런 이득도 없는데 거길 내가 왜 가냐고 따졌더니 레이는 안즈도 함께 간다는 말을 덧붙였다. 사쿠마 레이는 하카제 카오루가 안즈에게 어떤 마음을 갖고있는지 알고 있었고, 도와줄 때도 있었지만 이런식으로 안즈를 인질 삼아 카오루를 연습에 참여시키거나 오늘처럼 사전조사에 따라오라고 협박 비스무리한 것을 할 때가 종종 있었다. 역시 끝까지 숨겼어야 했다고 생각하면서도 카오루는 결국 자신도 가겠다며 그 제안을 수락했다. 어차피 주말에 할 일도 없었고 조금 귀찮기는 했지만 그저 선후배사이인 안즈와 자신이 주말에 따로 만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에 솔직히 따지자면 그다지 나쁜 제안은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실 카오루는 안즈가 또 교복이나 체육복 져지같은 걸 입고올 줄 알았다. 유메노사키의 하나뿐인 프로듀서는 일이 바쁘다보니 자신을 꾸미는 것보다 프로듀서 업무에 더 신경을 썼고, 이번 사전조사도 결국은 일의 연장선이었기 때문에 여름 하복을 입고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안즈의 어떤 모습이라도 좋아하던 카오루였지만 일이 바쁘지 않을 때는 조금만 더 그녀 자신을 신경써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물론 용기도 없고 자신을 보기만 하면 피하는 안즈때문에 제대로 말을 해본 적은 없었지만. 어쨌든 카오루는 안즈가 온다는 사실에만 집중했지 어떤 모습으로 오는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약속 장소에 홀로 서있던 안즈의 모습은 카오루가 알고 있는 평소의 모습과 조금 많이 달랐다.

"어...안즈쨩?"
"안녕하세요, 하카제 선배."
"응? 아. 안녕, 안즈쨩. 일찍 왔네?"

당황해서 말을 더듬어버렸다. 아 죽고 싶다. 지금 이 상황을 레이가 봤다면 틀림없이 비웃을 게 뻔했지만, 이번만은 어쩔 수가 없었다.

유분기 없던 얼굴이 화사한 색을 입었다. 단언컨대 하카제 카오루는 그런 안즈를 처음 보았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거기다가 분명히 같은 반의 이즈미도 「그 녀석 주말에 나랑 만나는데도 교복입고 왔단 말이지~ 처음에는 내가 잘못본 줄 알았다고. 뭐, 짜증나서 어울리는 걸로 하나 사서 강제로 갈아입혔지만 말이야.」라고 말했기 때문에 분명히 그렇게 오지 않을까? 했었는데, 눈앞에 서있는 안즈는 그런 자신의 예상을 모두 박살내버렸다.

예쁘다고 말해주고 싶은데 왜 그 간단한 말을 꺼내기가 이렇게도 어려울까. 잘 어울린다고, 정말 예쁘다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평소에는 쓸데없는 말도 그냥 내뱉던 입이 이럴 때는 왜 말을 듣지 않는지, 스스로가 원망스러울 지경이었다. 빨리 다른 사람이 와서 먼저 말을 꺼내주면 좋을텐데, 그러면 묻어갈 수 있을 거 아냐.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오지 않는 다른 사람들이 떠올랐다. 사쿠마씨랑 카나타군은 몰라도 모릿치가 늦을리가 없는데?

"그런데 안즈쨩. 다른 사람들은 아직 오지 않은 거야?"
"네. 혹시 몰라서 모리사와 선배한테 연락을 해봤는데 전화 받지를 않으세요..."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전자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레이와 잊어먹고 다니거나 물 속에 자주 들어가서 고장내는 일이 잦은 카나타를 생각하면 멀쩡하게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치아키 뿐인데, 그 치아키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면 두 사람으로썬 어쩔 방법이 없었다. 사람을 이렇게 불러내놓고 왜 자기가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는거야. 괜스레 짜증이 나서 그렇게 중얼거리며 레이에게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역시나 이 문제의 원흉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안즈도 치아키와 카나타에게 몇번이나 전화를 다시 걸어보았지만 받지 않은 모양이었다.

"어떡하지, 안즈쨩? 이대로는 우리 둘이서 가야할 것 같은데..."
"저희 둘이서요?"
"으응. 아, 둘이서 다니는 게 싫으면 어쩔 수 없고. 나야 좋지만 안즈쨩은-"
"좋아요. 그렇게 해요."

응? 자신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나온 안즈의 대답에 카오루는 하던 말을 멈추고 옆에 서있던 소녀를 바라보았다. 안즈는, 평소와 다름 없는 얼굴로 그렇게 하자고 말을 했다. 분명히 싫다거나, 다른 사람을 좀 더 기다려보자는 말을 할 줄 알았는데 정말 예상 밖의 답이 나와 카오루는 당황하며 다시 한 번 되물었고, 안즈는 웃으며 그러겠노라고 다시 대답했다. 어, 이게 아닌데. 카오루가 당황스러운 얼굴로 뭐라 말도 못하고 굳어 있을 때 안즈는 날이 더 더워지기 전에 가지며 그의 손을 잡고 역으로 이끌었다.

더워서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현실이었다. 이런 상황을 원했냐고? 당연히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예고도 없이, 마음의 준비도 없이 이런 상황에 처해지는 건 사양이었다. 아 좀 더 멋지게 입고 올걸. 아무런 계획도 하지 않았는데. 왜 이런 상황이 되버린거야! 속으로 그렇게 외치며 이대로 농담이었다고, 나중에 다른 사람들이랑 다시 오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자신의 손을 잡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안즈를 보고 있자니, 정말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어졌다. 아...죽고 싶다. 도망가고 싶어. 사쿠마씨,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카오루는, 안즈에게 잡힌 손이 너무나도 뜨거워서 이대로 녹아내리고 싶어졌다.



사전조사라고 했지만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었다. 이미 무대를 설치할 곳은 어딘지 정해졌고, 따로 허가가 필요한 일은 오래 전에 학생회를 통해서 마무리가 되었다. 그래도 프로듀서가 한 번은 가봐야 하지 않겠어요? 안즈가 그렇게 말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사전조사팀이지, 사실은 별 거 없었다. 할 일이 없어 보이니 귀찮은 일은 없겠지,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던게 이렇게 돌아올 줄은 몰랐던 카오루는 맨발로 백사장 위를 걸어다니는 안즈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봐도 이건 사전조사의 탈을 쓴 데이트다. 여기로 오는 전철 안에서부터 하카제 카오루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자리가 났길래 카오루는 안즈를 앉혔고, 자신은 그 앞에 서있었다. 그리고 안즈의 옆에 앉아있던 할머니가 그런 두 사람을 지켜보다가 「학생. 나는 이 다음에 내리니까 여기 앉지 않겠누? 남자친구가 여자친구 옆에 앉아야지.」 라는 말을 하며 일어났고 카오루는 혹시라도 안즈가 기분 나빠할까봐 아니라고, 그런 사이가 아니라 단순한 선후배 사이라고 말하려 했지만 이미 그 할머니는 내린 뒤였다. 솔직히 말해서 그런 오해를 받은 것은 기뻤으나 그건 자신의 사정이었고 평소의 안즈라면 그런 오해를 받은 것이 별로 기분 좋지는 않을 것이다.

'미안해, 안즈쨩.'
'뭐가요?'
'아니, 그. 으음...그런 오해 사게해서 미안해.'
'그건 선배가 사과할 일이 아닌 걸요.'

그리고 기분 나쁘지도 않았어요. 그러니까 사과하지 않으셔도 되요. 그렇게 말하며 웃는 얼굴이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지는 않아, 카오루도 안심할 수 있었다.

도착해서 한 일도 별 거 없었다. 무대가 설치된 곳과 그 주위에 뭐가 있는지, 그 환경이 어떤지에 대해서 알아보는게 전부였다. 같이 점심을 먹고, 안즈가 레이때문에 미리 준비해 둔 양산을 함께 쓰고 아직은 사람이 얼마 없는, 그 모래사장 위를 카오루와 안즈는 함께 걸어갔다. 나란히 서서 모래 위를 걷는 기분이 어땠냐고 누군가가 자신에게 묻는다면, 너무 떨려서 무슨 기분인지도 모르겠다는 말로 답해줄 수 있을 정도로 카오루는 제정신이 아니었지만 필사적으로 그런 감정을 숨기며, 여느때와 다름 없는 얼굴로 안즈를 향해 웃어주었다.

선배, 잠시만 제 신발 좀 맡아주세요. 안즈는 자신의 신발을 카오루에게 맡기고 신이 난 얼굴로 바다를 향해 달려갔다. 그러고보니 전철 안에서 바다는 정말 오랜만에 오는 거라고 했었다. 그래서 일인 걸 알면서도 너무 기대된다고. 그런 곳을 나랑 둘이서 가도 되는 거야? 장난스럽게 웃으며 그리 말했더니 안즈에게서 선배가 같이 가줘서 기뻐요, 라는 답이 날라왔다. 그 뒤에 하카제선배는 이런 일에 절대 안오잖아요. 그런 사람이 성실하게 약속시간까지 지켜서 왔는데 그럼 기쁘지 않겠어요? 라는 말이 덧붙여지긴 했지만 경계없이 자신을 향해 웃어주고 호감을 표현하는 건 정말 처음이라서, 카오루도 함께 웃을 수 있었다.

원피스 자락을 살짝 들고 바다 안에서 발로 장난을 치는 안즈는 굉장히 예뻤다. 카메라가 있다면 그 모습을 찍어서 사진으로 남겨두고 싶을 정도로, 반짝 반짝 빛이 나기도 했다. 그래서 안즈가 카오루 쪽을 등지고 서있을 때, 몰래 사진을 찍어버렸다. 얼굴은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무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사진이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안즈쨩, 나도 들어가도 될까? 바지 밑단을 접으며 그렇게 물으니 안즈는 카오루한테 물을 뿌리며 의사를 전달했다.


바다가 두 사람의 집과 그다지 멀지 않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사실 전철을 타면 되는 문제였지만, 안즈가 미끄러져서 그대로 넘어질 뻔한 걸 카오루가 구해주다가 둘다 바다에 빠져버려서 온몸이 젖었기 때문에 전철을 탈 수가 없었다. 신경써서 입은 옷이 젖고 화장한 얼굴이 지워지고, 예쁘게 세팅한 머리가 엉망이 되었지만 안즈는 재밌다는 듯 웃었다. 처음에는 이 황당한 상황에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멍하니 있었는데, 안즈가 웃으니까 저도 따라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 우리 정말 바보같네- 방금 전까지 제일 바보처럼 보였던 건 선배거든요? 에엣, 나 그렇게 바보같았어? 멋있지 않은 얼굴을 보인게 부끄러워 그렇게 물었으나 안즈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아, 저 웃는 얼굴. 뭐라고 더 따지고 싶었으나 그 웃는 얼굴이 좋아서 카오루는 아무래도 좋아졌다. 저때문에 젖었는데 괜찮아요? 젖은 옷에서 물을 짜내며 안즈는 그렇게 물었고 카오루는 걱정말라며 손을 저었다. 따지고보면 자신이 중심을 잡지 못해 둘다 물에 빠진 것이니 안즈의 탓만은 아니었다.

아직 낮이니까, 금방 마를 거라고 믿고 두 사람은 모래사장 위를 천천히 걸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안즈가 선배, 저희 술래잡기 할래요? 라고 말하더니 달려나가기 시작했고 예상도 못했던 상황에 당황한 카오루가 재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으나 모래사장 위에서 젖은 신발을 신고 맨발의 소녀를 따라잡기는 힘들었다. 나 잡으면 소원 하나 들어줄게요! 못잡으면 선배가 내 소원 들어주기에요! 멀리서 안즈가 손을 흔들며 그렇게 외쳤고, 젖은 신발을 벗고 손에 든 카오루는 그 말을 듣자마자 잽싸게 안즈를 향해 달려갔다.



카오루군을 데려올테니 기대하게나. 레이는 분명히 그렇게 약속했고, 안즈는 다른 사람도 아닌 레이가 하는 말이니까 아무런 의심없이 그 말을 믿었다. 비록 둘만있는 상황은 아니었고 데이트같은 거창한 일도 아니었지만 주말에 카오루를 만난다는 사실이 내심 기뻐, 안즈는 그 날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아라시에게 미리 전화를 해서 그 날 입을 옷이나 화장, 포인트를 줄 악세사리같은 것들을 물어보았고 아라시는 안즈를 위해 자신이 사놓은 것들을 잔뜩 가져와 그녀를 예쁘게 꾸며주었다. 정말 그 남자한테 아깝단 말이지~ 그래도 안즈쨩이 행복하면 나도 좋으니까, 이런 나를 위해서라도 잘다녀와야해? 좋아하는 친구의 응원을 들으면서 카오루를 만나러 가는 길은, 정말로 다시는 느껴보지 못할 두근거림과 행복으로 가득 찬 시간이었다.

그런데 하카제선배만 나온다는 말은 안해줬잖아요, 사쿠마선배.

분명히 오겠다고 한 사람이 약속 시간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자 라인을 보냈더니 읽기 힘들게 히라가나로 쓰여진 답이 날라왔다. [좋은 시간 보내게나 아가씨~^^] 아니 정말 이 사람이 진짜. 도와주겠다는 게 이런 건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기 때문에, 안즈는 당장 내일 학교에 가면 경음부실부터 가서 레이를 때려주겠다고 마음먹었다.

평소라면 안즈의 모습을 보고 시끄럽게 이런저런 말을 했을 카오루가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있자 어울리지 않는건가, 별로인가? 하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카오루의 표정을 보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몰래, 그가 어떤 사람인지 매일매일 관찰했으니까 안즈는 카오루의 생각을 어느정도는 읽을 수 있었다. 온몸으로 내가 예쁘다고 말하고 있으니까, 굳이 말로 듣지 않아도 괜찮았다.

안즈는 카오루를 좋아했다. 첫만남은 분명히 최악이었던 것 같은데-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제 시선의 끝에는 항상 그 사람이 있었다. 그걸 가장 먼저 눈치 챈 사람은 레이와 아라시였다.

왜 하필 저런 사람을 좋아해버린거지. 카오루는 항상 안즈에게 좋아한다 말해주었고, 데이트하자는 말도 스스럼없이 내뱉었다. 나같은 남자는 어떻냐며 만날 때마다 물어보았지만 안즈는 이 남자를 믿을 수가 없었다. 그 말을 들은 레이는 웃으면서 그 의견에 동의한다 말해주었고, 아라시는 그렇게 가볍게 구는 남자는 질색이라고 말해주었다. 안즈 자신도 믿기지않을 만큼 카오루를 좋아했고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두근거리기는 했지만 이와 같은 말을 다른 사람에게도 한다고 생각하니 고백을 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상태에서 카오루가 고백을 받아줘봤자 아마 기쁘지 않을 것이고, 행복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저 그렇게 잠깐 연애하고 스쳐지나갈 사이가 아니라, 좀 더 다른 관계가 되기를 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가씨에겐 아까운 남자로구만.'
'저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그럼 나는 어떤가?'
'미안합니다. 사쿠마선배는 제 취향이 아니에요.'
'...그렇게 칼같이 굴 필요는 없지않누...'
'그치만 저는 하카제선배가 좋은 걸요. 장난으로라도 그런 말을 하고 싶지 않아요.'

나는 정말 진지하게 그 사람을 좋아하고 있으니까, 장난이라도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 같은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레이는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웃었고, 하루빨리 카오루가 안즈의 마음을 알아주면 좋겠다고 응원해주었다.


오늘 안즈는 솔직한 마음으로 카오루를 대했다.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다시는 없을 기회였으니까, 이런 날에 괜히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카오루에 대해서 잘 안다는 듯이 굴었지만 안즈는 그가 무슨 생각으로 자신을 보는지 잘은 모른다. 그가 자신을 좋아하는 건 확실했지만 그게 단순히 학원의 유일한 여학생이기 때문인지, 「안즈」라는 사람에게 갖는 특별한 감정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걸 분명하게 구분하지 않고 보여준 건 카오루였고, 그런 것들 때문에 안즈는 이 감정이 쌍방이 아니라 자기 혼자만의 일방통행이라고 생각했다. 언제쯤 내게 확신을 줄 건가요. 그렇게 따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카오루와 함께 하는 모든 것들을 즐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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