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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 : my darling 본문

이엑쏘

오백 : my darling

박로제 2017. 5. 25. 21:34





백현씨, 일어나요. 오늘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일찍 일어나야 한다고 했잖아요?

더 자고 싶은데, 누군가가 자꾸 일어나라며 몸을 흔들었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는 다정했지만 일어나라고 재촉하는 손에는 얼른 잠에서 깨지 않으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의지가 묻어나왔다. 징징거림도 상대가 받아줄 때나 효과가 있는 거지, 이 남자를 상대로는 효과도 없고 오히려 상황이 악화될 수 있기에 백현은 억지로 눈을 부릅 뜨며 잠에서 깨려고 노력했다.

"...경수씨, 저 일어났어요."
"좋은 아침이에요 백현씨."
"저는 저언ㅡ혀어 좋은 아침이 아니거든요오..."
"하하하. 전 백현씨가 부탁한 대로 했을 뿐인 걸요?"
"그건 맞지만..."
"자, 얼른 일어나요. 아침은 먹고 나가야죠."

경수는 이불에 돌돌 말려있는 백현을 가뿐하게 들어올렸고, 내려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욕실까지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사실은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도 귀찮았기 때문에) 얌전히 그에게 안겨 있었다. 내가 머리까지 감겨주고 싶지만, 그러면 백현씨 아침도 못먹고 나갈 것 같으니까 오늘은 그냥 넘어갈게요. 우와아...거기까지 안해줘도 되거든요... 얌전히 욕조 위에 내려주고 욕실 문을 닫고 나가는 경수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해준 뒤 백현은 샤워기를 틀었다.


아침은 빵이었다. 경수는 밥을 먹이고 싶어하는 눈치였지만 전 날 술을 거하게 마시고도 아침만은 빵으로 해장해야한다는 게 백현의 고집이라 경수도 그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밥이나 빵이나 어차피 똑같은 탄수화물이니까 상관 없지 않아요? 그런 무신경한 말을 그만둬주세요 백현씨... 백현의 입장에서는 정말 똑같은 것들이라서, 무신경하다는 걸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매일 아침 자신을 위해서 수고하는 남편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아서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결혼한지는 이제 반년, 놀랍게도 연애 결혼이 아니라 지인의 소개로 이루어진 결혼이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두 사람은 항상 서로에게 존댓말을 썼다. 나이로 따지자면 경수가 몇살은 더 많았지만 그는 백현에게 반말을 한 적이 없었고, 어리다고 그를 얕잡아보거나 어린애 취급을 한 적도 없었다. 그런 사람이니 백현도 자연스럽게 경수와 대화할 때는 신중하게 단어를 골랐고, 예전처럼 생각없이 말을 하거나 그런 일도 줄어들었다. 결혼하더니 많이 변했네. 경수와 결혼 이후 백현이 가장 많이 들은 말이었고, 변백현은 그런 자신의 변화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 말을 옆에서 같이 들었던 경수는 자신이 백현에게 혹시라도 좋지 못한 영향을 끼쳐 나쁘게 변한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했던 것 같았지만 백현이 「저는 경수씨때문에 변한 지금이 더 좋아요.」라는 말을 들은 후로는 더는 걱정하지 않게 되었다.

"오늘도 늦어요?"
"네, 저녁 먹고 들어올 것 같아요."
"저녁 아무거나 먹지 말고 잘 챙겨먹어요."
"경수씨야말로 작업한다고 밥 먹는 거 잊어버리면 안되는 거 알죠?"

다녀올게요. 항상 하던 아침 인사로 경수의 뺨에 입을 맞춘 백현은 손을 흔들며 집을 나섰고, 경수도 웃으면서 배웅해준 뒤 집으로 들어갔다. 문을 닫고 들어 온 집은 평소와 똑같은 크기의, 똑같은 집일텐데 아침마다 백현을 배웅하고 다시 들어오면 제 집이 아닌 것처럼 낯설게 느껴지고 집이 너무 크다고 느껴진다. 예전에 이 집에서 혼자 살 때는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는데. 결혼한지는 이제 겨우 반년. 그 짧은 시간동안 백현이 얼마나 제게 중요하고 큰 존재가 되었는지 알 수 있어서, 혼자 있는 건 쓸쓸했지만 도경수는 그것이 그리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



아하하. 경수씨가 두명이다, 두명-

평소보다 들뜬 목소리의 백현이 헤실헤실 웃으면서 품에 안겨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상황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아아, 오늘 갑자기 회식이 잡혔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부터 예상은 했지만 정말 이정도로 취했을 줄은 몰라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백현은 술이 약했고, 그건 경수도 아주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술자리가 잡힐 때마다 무리하지말라고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해왔었고, 다행히 본인의 주량을 잘 알고 있는 백현도 순순히 경수의 말을 들었었다. 그런데 오늘은 대체 왜. 물론 백현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대충 예상은 갔고, 그 원수들은 분명히 집까지 데려 온 그 두 사람일게 뻔했다. 다음에 집에 놀러오면 그때 복수해주리라 마음먹고, 경수는 아직도 자신에게 매달려있는 백현의 어르고 달래며 놓아달라 부탁했다.

"백현씨. 옷은 벗고 자야지. 나 좀 놔줘요."
"싫어요....이렇게 있을래. 경수씨 안고 있을래요..."
"하아..."

아무리 그래도 옷은 벗겨놓고 재워야 할 것 같아서 좀 놓으라고 했더니 어린아이처럼 싫다고 말꼬리를 늘리는 것도 모자라 팔에 더 힘을주며 매달린다. 좀처럼 볼 수 없는 어리광부리는 백현의 모습이 귀엽기는 했지만 자신은 해야할 일이 있었고, 이대로 시간을 버릴 수가 없었다. 내일 아침에 숙취로 고생할 백현을 위해서 아침도 미리 준비해야했고, 마저 끝내지 못한 글도 마무리 지어야 했다. 한쪽 팔로 백현을 안으며 다른 팔로 간신히 양말을 벗겨서 침대 밑으로 던지고, 셔츠단추를 풀려고 손을 올리니 갑자기 백현이 그런 경수의 손을 잡아챘다. 뭐하는 거냐고 짜증을 내려할 때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백현은 경수를 침대 위에 눕히고 그 위에 올라탔다.

"...백현씨, 내려와요."
"싫어요, 오늘은 내가 위에 있을 거예요."
"백현씨."
"아아, 안들려요. 안들린다~"
"하아..."

셔츠단추를 제 손으로 풀고 집어던진 백현이 안에 받쳐 입은 까만 티셔츠까지 벗고 안겨들었다. 술에 취하면 유난히 더 안기는 건 알고 있었다. 제 눈으로 확인했었으니까. 그리고 신혼여행 첫날에 실수로 마신 술 때문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도 지금 막 다시 떠올라서 경수는 백현이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지도 알 것 같았다. 그래도 오늘은 그때가 약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좀 상상이상의 행동을 백현이 하는 중이라서, 도경수는 새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이가 없기도 했다. 경수씨도 옷 벗어요. 아아... 아니다. 내가 벗겨줄까요? 새빨개진 얼굴로 술냄새를 풍기며 하는 행동이나 말들이 같잖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좀 더 지켜볼까 했지만 앞서 말했듯이 도경수는 할 일이 매우 많았고, 빨리 백현을 재우고 싶었다.

"백현아."

장난감을 찾은 아이처럼 신나게 경수의 옷을 벗기던 백현은 자신을 부르는 경수의 목소리에 흠칫하며 하던 것을 멈추었고, 조심스럽게 얼굴을 들어 경수를 바라보았다. 술에 취해 빨개진 것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새빨개진 얼굴은 잘 익은 사과같았고 굉장히 맛있어보였기에, 도경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백현을 잡아 끌어 침대 위에 눕히고, 이번에는 자신이 그 위로 올라타서 조금은 급하게 입을 맞췄다.

술냄새가 났다. 그렇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계속 고개를 이리저리 저으며 도망가려는 백현의 귓가에 얌전히 있으라고 평소와 다르게 말을 놓았더니 도망가는 것을 멈추고 얌전히 그 입맞춤을 받아주었다. 그 모습이 꼭 말 잘 듣는 아이같아서, 경수는 조금 웃음이 나왔다.

"나머지는 술 깨면 해줄테니까,"

지금은 얌전히 자요. 이마와 코, 뺨과 입술에 차례대로 키스한 경수가 그렇게 말하자 백현은 약속해요, 라고 답하며 손가락을 내밀었다. 정말 아직 어린 애를 데리고 사는 기분이 들어서 웃음이 나왔지만 경수는 그러겠다며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했고, 백현은 그걸 보면서 베시시 웃더니, 곧바로 눈을 감고 잠들었다. 잠이 든 것을 확인한 경수가 한숨을 쉬며 잠옷을 가져와 바로 갈아입혔고, 방금 전의 난리로 바닥에 떨어진 이불을 가져와 백현에게 덮어주었다. 변백현은 술이 약했지만 필름이 끊긴 적은 없었고, 아마 지금 있었던 일도 기억할 것이다. 신혼 첫날밤의 다음 날 아침에는 그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해 호텔 방안에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도망다녔던 기억이 떠올랐다. 유쾌한 기억이 떠올라 소리내 웃던 경수는 내일 아침에 일어난 백현이 지난 밤을 부끄러워하며 또 어떤 재밌는 행동을 할지 기대하며, 방의 불을 껐다.

"잘자요."

내 사랑. 조금 낯간지러운 단어였지만 백현에게 향하는 말이라면 뭐든 괜찮았다. 뭐, 당사자는 이미 꿈나라로 떠나서 듣지도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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