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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부터 숨을 내뱉을 때마다 입 안에서 꽃잎이 떨어졌다. 푸른색의 꽃잎이었다. 꽃잎을 내뱉을 때마다 아픈 것은 아니었지만 꽃잎을 내뱉는다는 병 같은 건 여태까지 들어본 적이 없어서, 겁을 먹고 병원에 찾아 갔었다. 그리고 나의 증상을 들은 의사는 별거 아니라는 표정으로 병명을 말해주었다. 구토중추화피성질환(嘔吐中枢花被性疾患) 어려운 이름과는 다르게 병의 증상은 간단했다. 짝사랑이 심해지면 꽃을 토해내는 병. 의사는 병을 치료하는 방법은 그 사랑을 이루는 방법뿐이라고 했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짝사랑이라고? 대체 내가 누구를 짝사랑하고 있다는 말이지? 그 외의 치료법은 없냐고 물으니 의사는 고개를 저으며 그것뿐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그리고 그 사랑을 이루지 못하면 몸속에 꽃이 가득 차서 죽을 지도 모..
* 딕펑스-안녕 여자친구를 들으면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도경수와 변백현의 관계는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땐 긴 시간을 트러블 없이 잘 지낸 좋은 친구 관계였고, 사정을 아는 사람이 봤을 땐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힘든 관계를 문제없이 이어온 대단한 연인 관계였다. 조용한 도경수와 활동적인 변백현. 상반되는 성격인 데다가 맞는 것보다는 맞지 않는 게 더 많은 두 사람이 어떻게 그 긴 시간 동안 함께 할 수 있었느냐고 사람들은 자주 물어보았고,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백현은 일 때문에 자주 만나지 못해 애틋해서 그렇다고, 볼 수 있는 시간이 1년 중 많게는 여섯 달, 적게는 두 달이나 석 달밖에 안 되는데 싸울 틈이 어디 있느냐고 웃었고, 경수 또한 백현의 말에 동의했다. 백현..
겨울이 오면 차가운 바람과 메마른 땅을 견디지 못하고 꽃은 져버린다. 그 악조건을 이기고 피어나는 꽃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꽃은 그것을 이기지 못하고 시들어 버린다. 그러나 겨울에 꽃이 지고 봄에 다시 꽃이 피는 것은 자연의 섭리였고, 많은 사람이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한 작은 마을이 있다. 작지만 이웃 모두가 서로를 가족처럼 대하며 정답게 살아가는 그곳은 다른 마을처럼 가을을 떠나보내고 겨울을 맞이했다. 눈이 내렸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땅은 메말랐고, 나무는 잎을 떠나보냈으며, 동물들은 모두 겨울잠에 들었다. 고요하고 차가운 겨울이었다. 이 마을에는 괴이한 전설이 있었다. 마을의 역사를 담고 있는 책에서는 그 전설에 대해서 이렇게 전한다. 마을의 청년과 처녀들이 꽃을 토해내는 원인 모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