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이엑쏘 (24)
110212200506
(중략) 찬열과 처음 만났던 날이 생각났다. 특별한 만남은 아니었고, 경수가 실수하지 않았다면 아마 평생 만날 일이 없는 관계였다, 두 사람은. 박찬열은 평소처럼 학원을 빼먹고 실컷 놀다가 집에 들어가던 길이었고, 도경수는 집에 있는 식량이 떨어져서 어쩔까 하다가 오랜만에 밖으로 나와 길 가던 사람을 붙잡고 간만에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있을 때였다. 그러나 밖에 나오는 게 너무 오랜만이었기 때문일까, 그도 아니면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어 이쪽 골목으로는 아무도 오지 않는다는 걸 너무 과신했기 때문일까. 먹는 것에 정신이 팔려서 사람이 다가오는 것도 눈치 채지 못했던 경수는 식사장면을 찬열에게 들키고 말았다. 거기서 뭐해요? 낯선 목소리와 발소리에 놀라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대로 얼어붙어 있을 때 박찬열..
(중략) 아, 아줌마. 여기 소주 2병만 더 추가해주세요.그러니까… 어디까지 이야기했지? 아, 맞다. 그래. 변백현을 그때부터 봐왔는데 내가 어떻게 걔에 대해서 모르는 게 있겠어. 나 확신 없으면 고백도 안 해. 하물며 여자도 아니고 상대방이 남자인데 그런 확신 없이 고백을 하겠냐? 이미 군대도 다녀와서 도피로 입대도 할 수 없는데?백현이가, 내가 말을 걸면 얼굴은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를 하는데 매번 귀가 새빨갛게 익어있는 거야. 응. 말랑말랑한 젤리 같은 그 귀가 완전 새빨갛게 되가지고, 아. 진짜 귀엽더라. 처음에는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왜, 백현이랑 오래 알고 지냈다던 민석이 형이 말해주는 거야. 쟤 부끄러울 때 귀 빨갛게 익는다고. 나랑 있는 게 부끄럽다면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는 하나뿐..
*노래를 들으시면서 봐주세요. 봄이라서 미쳐버린 건 아닐까. 백현은 그렇게 생각했다. 날씨도 좋고, 꽃은 예쁘게 피었고, 그리고 술은 맛있으니 살짝 미쳤다고 생각했다. 물론 축제기간인 탓도 있었다. 그래서 미친게 틀림없었다. 이렇게 자꾸 미쳤다고 자기 세뇌를 하는 이유는 그거였다. 미치지 않고서야 같은 과의 남자 선배가 잘생겨 보일 이유가 없잖아? 그것도 술에 취해 이상한 토론을 하고 있는 선배가! 백현은 지금 저기서 풀린 눈으로 제 동기인 종대와 함께 열변을 토하고 있는 경수를 바라보았다. 아 잘생겼다. 큰일났다. 밤톨같은 뒤통수마저 귀여워보인다니, 취해서 그랬다고 정신 승리라도 하고 싶었지만 백현은 막걸리 한 잔밖에 안 마신 상태였다! 아무래도 정말 도경수한테 단단히 빠진 모양이었다. 오백 : 봄 完..
백현씨, 일어나요. 오늘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일찍 일어나야 한다고 했잖아요? 더 자고 싶은데, 누군가가 자꾸 일어나라며 몸을 흔들었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는 다정했지만 일어나라고 재촉하는 손에는 얼른 잠에서 깨지 않으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의지가 묻어나왔다. 징징거림도 상대가 받아줄 때나 효과가 있는 거지, 이 남자를 상대로는 효과도 없고 오히려 상황이 악화될 수 있기에 백현은 억지로 눈을 부릅 뜨며 잠에서 깨려고 노력했다. "...경수씨, 저 일어났어요." "좋은 아침이에요 백현씨." "저는 저언ㅡ혀어 좋은 아침이 아니거든요오..." "하하하. 전 백현씨가 부탁한 대로 했을 뿐인 걸요?" "그건 맞지만..." "자, 얼른 일어나요. 아침은 먹고 나가야죠." 경수는 이불에 돌돌 말려있는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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