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212200506

적흑ts 1 본문

쿠로바스

적흑ts 1

박로제 2015. 12. 3. 22:06

*쿠로코 ts 주의.
*아카시와 쿠로코가 남매입니다. 근친주의(..)
*여러가지 문제가 많으니 부디 적흑이면 뭐든 괜찮다는 분만.





1. 테츠나가 일곱살이 되었다. 아카시는 건강하게 자라주어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예쁜 기모노를 동생에게 선물했다. 고운 빨간색의 천에 분홍빛의 복숭아꽃이 수놓아져있는 예쁜 기모노였다. 이걸 입고 오라버니와 함께 테츠나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란 것을 축하하자. 평소 어린아이답지 않게 표정이 없던 테츠나도 기뻤는지, 아카시가 선물해준 기모노를 꼬옥 끌어안고 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카시는 테츠나를 위해 주말 스케줄을 비워두었고, 테츠나는 매일 아침마다 졸린 눈을 깜빡거리며 주말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아카시에게 물어보았다. 똑똑한 아이가 그걸 모를리가 없음에도 계속 물어보는 것은 그만큼 기다려진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여동생의 그런 모습이 퍽 사랑스러워 아카시는 테츠나의 통통한 볼에 입을 맞추며 주말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이야기해주었다.

테츠나의 기모노는 아카시가 직접 골랐다. 복숭아꽃은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꽃이었기에 시치고산에 어울린다 생각하여 골랐고, 굳이 빨간색의 기모노를 선택한 것은 빨간색이 자신의 색이기때문이었다. 그리고 일요일, 아카시는 아침에는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하는 아이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얼른 나가자며 저를 깨우는 것이 사랑스러워 침대 위로 올라온 동생을 제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오라버니, 아침이에요. 얼른 일어나세요. 오빠는 아직 졸린데, 조금만 더 자면 안될까? 세이 오라버니! 결국 테츠나가 아카시의 볼을 꼬집으며 일어나라 재촉했고, 아카시는 못이긴 척 침대에서 일어났다. 어젯 밤에 미리 준비해둔 기모노를 제 손으로 입혀주었고, 테츠나의 머리까지 아카시가 직접 해주었다. 물빛 머리카락을 곱게 빗어 올리고, 복숭아꽃으로 장식한 제 여동생은 그 어떤 사람보다 예쁘고 아름다웠다. 


" 세이 오라버니, 저 이상하지 않죠? "

" 테츠나는 언제나 예쁘고 사랑스러우니깐 걱정하지 않아도 돼. "


차를 운전해 근처의 신사로 가 테츠나의 건강을 축하하고 앞으로도 무사히, 별탈없이 자라달라고 기원했다. 아카시는 조그만 손을 마주하고 심각한 얼굴로 기도하는 제 여동생이 귀여워 신사를 내려오며 그때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 물어보았다. 말하면 소원의 효력이 없어지잖아요, 말할 수 없어요. 거절하는 테츠나에게 신님이 못 듣게 오라버니의 귓가에 속삭여달라고 매달리자 오라버니의 애원아닌 애원을 무시할 수 없었는지, 결국 테츠나는 까치발을 들어 아카시의 귓가에 속삭였다.


' 오라버니가 행복하게 해주세요, 라고 빌었어요. 저는 행복하니깐 세이쥬로 오라버니가 저보다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


사랑스러운 내 여동생. 아카시는 제 동생이 사랑스러워 참을 수가 없었고 결국 테츠나를 끌어안고 그 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는 짓을 해버리고 말았다. 어떻게 사람을 잡아먹는 아귀들로 그득한 집안에서 이런 사랑스러운 존재가 태어났을까. 아카시는 테츠나의 이마와 코, 뺨에 차례차례 키스하며 동생의 소원에 대한 대답을 들려주었다.


" 걱정하지 않아도 돼. 테츠나가 행복하다면 나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한 사람이니깐. 그러니깐 나를 위해서라도 테츠나는 아프지 말고 항상 행복해야해. 알겠지? "


공부는 못해도 좋아. 아카시 가의 아가씨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예절도 몰라도 좋고 지금 배우는 발레와 피아노를 못해도 좋아. 그냥 건강하게, 밥도 잘 먹고, 어디 아프지 않고 잘 웃는, 그리고 착한 사람으로 자라준다면 나는 더 바랄게 없단다. 네가 행복하면 나는 뭐라도 좋으니깐. 제 오라버니의 말에 테츠나는 찬바람때문인지, 혹은 그 말때문인지 모를 빠알간 얼굴을 아카시의 목덜미로 숨기며 조용히 알겠다고 대답했고, 그는 동생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11월, 겨울이 다가오는 그 계절에 아카시 남매는 서로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며 사이좋게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날 신사에 다녀온 뒤 찍었던 가족사진은 아직도 아카시의 지갑안에, 그리고 테츠나의 보물상자 속에 소중하게 보관되어있다.





2. 보통 테츠나의 등하교를 책임지는 것은 무라사키바라였다. 두 사람은 묘하게 잘맞는 구석이 있었고, 무라사키바라는 테츠나를 제법 좋아했기 때문에 아침에도 군말없이 일어나 테츠나를 학교까지 데려다주고 마치는 시간에 맞춰 데리러 갔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테츠나가 친구들과 하교를 하고싶다 부탁했기에 등교만을 함께하고 있었으며, 그것에 삐진 무라사키바라는 틈만 나면 테츠나의 친구들을 저주하고 있었다. 

물론 아카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가 동생의 등하교를 자신의 측근들이 책임지게 한 이유는 자신의 재산을 노리는 친척들과 유괴범들이 많았기 때문이었고, 실제로 테츠나가 여섯 살일 때 납치당할 뻔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아카시는 혹시라도 그런 일이 또 일어날까 두려웠고, 함께 하교를 하는 그 친구들이 누구인지 제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아직 할 일이 남았다며 제 발을 잡던 마유즈미를 뿌리치고 차를 몰아 테이코 중으로 달려갔다. 오늘은 농구부의 연습이 없는 날이었고, 테츠나의 스케줄을 다 알고있는 아카시는 하교 시간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학교가 끝났는지 학생들이 차례차례 나오기 시작했고, 아카시는 차에 기대서서 교문을 뚫어져라 처다보았다. 테이코 중학교는 아카시가 나왔던 중학교이기도 했고, 그의 소중한 친구이자 파트너인 미도리마 신타로와 무라사키바라 아츠시를 만난 의미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그래서 테츠나가 여길 들어가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아카시는 그걸 강요하지않았고, 테츠나가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하지만 테츠나는 '오라버니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싶어요.'라는 사랑스러운 말을 하며 테이코 입학시험을 치르고 당당한 얼굴로 합격통지서를 제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자신이 주장으로 있었던 테이코 중학교의 농구부에 들어가 매니저 역할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테츠나에 대한 생각에 빠져있을 때, 아카시의 눈에 현란한 머리색깔을 가진 소년들이 눈에 들어왔다. 중학생치고는 제법 큰 키를 가진 금발의 소년과 회색머리의 소년, 그리고 푸른머리의  소년이 걸어나왔고 그 뒤를 분홍색 머리의 소녀가 따라갔다. 저도 남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제법 화려한 머리색이네, 라고 생각할 때, 아카시의 눈에 그들의 뒤를 따라가는 물빛 머리의 소녀가 보였다. 


" 테츠나! "


당연하게도 그들의 뒤를 따라가던 물빛 머리의 소녀는 아카시의 사랑스러운 동생이었다. 아카시가 테츠나를 부르는 소리를 들은건지 소년들과 소녀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테츠나도 제 이름이 들리는 쪽을 바라보았다. 누구야? 테츠낫치, 아는 사람이에요? 누군데 저 사람은 테츠한테 아는 척이야? 텟쨩, 아는 사람이야? 재수없어 보이는데 그냥 무시하고 가면 안되냐? 무례한 말들이 아카시에게 들려왔지만 그다지 신경쓰이지는 않았고, 자신의 이름을 부른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한 테츠나는 그들의 말을 모두 무시하고 활짝 웃으며 아카시에게 달려왔다. 며칠 동안 일이 바빠 얼굴을 못본지 꽤 되었으니 테츠나가 이렇게 반가워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 테츠나. 잘 지냈어? 나 없는 며칠 동안 무슨 일 생긴 거 아니지? "

" 저보다는 세이 오라버니가 더 걱정입니다. 사흘 동안 잠도 제대로 자지 않은 것은 아니죠? 밥은 잘 챙겨드셨어요? "

" 당연하지. 바빠도 잠은 모자라지 않게 잤고 식사도 잊지않았어. 하지만 오늘 저녁은 아직이야. 나와 함께 먹어줄거지? "

" 그럼요. 오늘은 제가 저녁을 만들거니깐 기대해주세요. "

" 아 참, 소개가 늦었네요. 세이 오라버니, 이쪽은 저와 같은 농구부의 레귤러 멤버인 아오미네 군과 키세 군, 그리고 하이자키 군입니다. 이쪽의 여성 분은 저와 함께 매니저 일을 하고 있는 모모이 씨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

" 테츠나의 오빠인 아카시 세이쥬로라고 합니다. 인사가 늦었군요. "


오빠? 오빠요? 테츠낫치 외동아니었어요? 키세 군, 저 분명히 오빠가 있다고 했는데 뭘 들은 겁니까 대체. 아니아니 테츠나의 오빠라고? 나도 처음 듣거든?! 네 사람은 전부다 처음 듣는 소리라며 입을 모았고, 그와 동시에 남매가 전혀 닮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흐릿하다는 느낌을 주는 테츠나와 달리 그의 오빠인 아카시는 그와 반대되는 이미지였다. 테츠나에게 갈 존재감을 모두 가져간 것처럼 주위의 모든 시선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남매가 저렇게 다를 수 있나, 하고 생각할 때 아오미네와 하이자키는 방금 전 그를 향해 내뱉았던 무례한 말들을 생각해냈다. 사과해야하겠지, 당연하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테츠나의 친오빠인데. 두 사람이 눈치만 보고 있을 때 그들 사이의 신경전을 중단시킨 것은 아카시였다.


" 별로 신경쓰지 않으니깐 사과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보다 테츠나를 데려갔으면 하는데...테츠나, 오늘 특별한 약속이라도 있어? "

" 함께 농구하러 가기로 했는데... 미안합니다 여러분. 오늘은 먼저 가보겠습니다. 세이 오라버니가 사흘 만에 집에 오는 거라서요. 농구는 다음에 함께 해요. "

" 응? 아아, 괜찮아. 오랜만에 보는건데 당연히 가야지. 내일 학교에서 만나 텟쨩! "

" 네, 그럼 모두들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이만 가보겠습니다. "


테츠나와 아카시는 동시에 그들에게 인사한 뒤 몸을 돌려 아카시가 주차해둔 차 쪽으로 걸어갔고, 차에 올라탄 뒤 금세 학교를 벗어나 사라졌다. 오빠가 있었단 사실에 놀라 멍하니 서있던 키세는 멀어지는 차를 보며 테츠나를 보내 준 모모이에게 왜 그렇게 쉽게 보내줬냐며 징징 거렸고, 그런 키세를 조용하게 만든 건 아오미네였다. 


" 멍청아, 사츠키가 잘한 거라고. 너 그 사람 눈빛 못봤냐? 보내주지 않으면 죽일 기세로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고. "

" 그래 키쨩. 얼굴은 웃고있는데 목소리는 얼마나 싸늘했는지 알아? 거기서 가지말라고 매달렸으면 키쨩의 목숨이 위험했을 거라고! "

" 멍청이 료-타가 그런 걸 알리가 없잖아. 맞아야 정신차린다고 저 녀석은. "

" 당신들 진짜 너무한 거 알죠! 내 편은 한 명도 없어! "





3. 

" 테츠나의 친구들 좀 조사해줘. 테이코 중학교 농구부의 레귤러, 하이자키 쇼고와 아오미네 다이키, 그리고 키세 료타 이 세명만. "

" 어이, 아카시. 내가 네 비서인 것은 맞지만 사람 뒷조사하는 일은 내 담당이 아니란 말이다. "

" 치히로, 네 집에 있는 그 피규어들 다 내가 준 월급으로 산 것들이니 내가 다시 가져가도 되겠지? "

" .....이름 다시 불러줘. "


내가 너 때문에 늙어서 새치 생길 것 같다. 치히로 원래 머리색이랑 별로 다르지 않으니깐 괜찮지 않아? 이름을 적은 종이를 건네주며 아카시는 마유즈미의 말을 받아쳤고, 그 자리에 있던 하야마는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옆에서 미부치가 시끄럽다고 잔소리를 했지만 한 번 웃기 시작한 하야마를 멈출 수가 없었고, 마침 네 사람이 있는 사무실로 온 네부야의 주먹으로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 이곳이 아카시의 사무실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굉장히 무례한 행동이었지만 아카시는 전혀 그런 것들을 신경쓰지 않았다.


" 그보다 세이쨩, 텟쨩의 친구들은 갑자기 왜? 만나기 전까지는 절대 먼저 찾아보지 않는다고 했잖아. 만났어? "

" 저번에 테츠나를 데리러 학교 앞까지 갔다가 만났어. "

" 어머머, 표정이 그런 걸 보니 첫인상이 별로 였던 모양이네~? "

" 남자가 하나도 아니고 셋이나 있어서 조금 맘에 안들었을 뿐이야. 그리고 여자 친구도 한 명 있긴 했었는데 그 셋이랑 더 친해보였거든. "

" 세상에 여동생의 친구한테 질투해서 뒷조사를 시키는 오빠는 너밖에 없을 거다 아카시. "

" 치히로가 읽는 라노벨에도 나와. "

" 그건 픽션이고 이건 현실이라고! 그것보다 아카시 너 그걸 어떻게 알고있는건데?! "


기겁한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는 마유즈미에게 아카시는 내가 너희에 대해서 모르는 건 없어, 라는 말을 해주며 자신의 자리에 앉아 책상 위에 올려두었던 안경을 다시 썼다. 이제 그만 나가보라는 뜻이었고, 그걸 알아들은 네명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 도대체 왜 저런 녀석의 비서를 하게 됐는지 내가 미친게 틀림없다고, 다음 달에는 꼭 사직서를 낼거라고 궁시렁 거리며 마유즈미가 사무실을 나갔고, 차례대로 하야마와 미부치, 그리고 아카시에게 서류를 제출한 네부야가 그 뒤를 따라나갔다. 언제 시끄러웠냐는듯 조용해진 사무실에서 아카시는 의자에 기대 누운 뒤 눈을 감고 생각에 빠졌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카시 세이쥬로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저는 여동생에게 비이상적으로 집착하고 있었다. 어릴 때 부모를 잃어서, 남은 가족이 저밖에 없으니깐 내가 더 챙겨줘야해-같은 변명을 해보지만 아무리 그래도 동생의 친구들을 조사까지 하는 것은 아카시 스스로가 생각해도 오버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칠 마음은 없었다. 사랑스러운 여동생, 테츠나를 위해서라면 아카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었고 그런 동생의 주위에 이상한 녀석이 꼬인다면 더 자라기 전에 밟아버려야 했다.

오빠니깐. 아카시 세이쥬로는 아카시 테츠나의 오빠이니깐. 


아카시는 스스로를 그렇게 세뇌했다.





4. 

" 그보다 테츠낫치는 왜 오빠를 오라버니라고 부르는 거예요? 너무 딱딱한 걸. "

" 어릴 때부터 그렇게 불러야 한다고 교육 받아와서 이게 익숙합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에 오라버니가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몇번이나 고치려고 했지만 쉽게 바뀌지다 않더라구요. "

" 흐음, 근데 정말 왜 오빠가 있다는 걸 말 안했어요? 나한테는 말해줄 수 있었잖아. "

" 일부러 말을 하지 않은게 아니라 말을 했다고 착각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언제까지 그걸로 토라져있을 겁니까 키세 군. "

" 섭섭했다구요. 테츠낫치는 내 가족 관계 다 알고 있는데 나는 테츠낫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잖아. 부모님 돌아가신 것도 다른 사람 통해서 들었고. "

" 그건 굳이 말하고 싶지 않았어요. 어린 나이에 부모님이 없다고 하면 다들 불쌍하다는 눈빛으로 보니까요. 키세 군은 그런 눈으로 저를 보지않을테지만 어쨌든 말해야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

" 아아-그렇게 말하면 내가 뭐라고 할 수가 없잖아요. 테츠낫치 정말 치사한 거 알아요? "

" 치사해서 죄송합니다. 그러니깐 그만 하고 저 좀 봐주면 안됩니까 키세 군? 우리 오랜만에 데이트하는 겁니다만. "


테츠나의 말이 제법 마음에 들었는지 내내 토라져서 쳐다보지도 않던 키세가 고개를 돌려 테츠나를 바라보았다. 평소에 잘 웃지도 않던 사람이 키세가 고개를 돌려 저와 시선을 맞추자 살짝 미소지었고, 이런 연인을 도저히 이길 자신이 없던 키세는 테츠나를 꽉 끌어안아주었다. 자신이 쓸데없는 고집을 피운 것은 알고있다. 테츠나가 가족관계를 설명해줄 의무는 없었고, 그걸 말해주지 않았다고 미안하다 사과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자신은 테츠나의 연인이니까, 다른 사람들보다 더 가까운 사람이니깐 테츠나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고 싶었다. 그래서 화났다는 표시로 눈도 안마주치고 농구부 연습 때도 말도 안 걸고 그랬던 건데-키세 료타는 아카시 테츠나를 이길 수가 없었다.


" 키세 군, 저 숨막히니깐 팔에 힘 좀 빼주세요. "

" 싫어요. 테츠낫치가 잘못한 거니깐 내 멋대로 할거야. "

" 하아... 이렇게 안고 있으면 아무것도 못한다구요? 오늘 저와 같이 영화도 보고 스티커 사진도 찍고, 오락실가서 인형도 뽑아준다고 했던 건 키세 군 입니다만. "

" 그건 나중에 해도 되니깐 오늘은 이렇게 있을래요. 밖에 나가면 여자애들이 또 데이트 방해할 거고 테츠낫치 나만 두고 가버릴 거잖아요. "

" 키세 군 문제를 제가 나쁘다는 식으로 말하지 마세요. 정말...30분만이니깐 그 뒤에는 일어나야 해요. 알겠죠? "


대답대신 키세는 테츠나의 목에 얼굴을 묻고 부비적거렸고, 마치 어린 시절 키웠던 대형견을 안고있는 느낌이 들어 테츠나는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정말 말을 안듣는 강아지군요. 하지만 이런 키세도 좋았기 때문에 테츠나는 그의 고백을 받아들였고, 지금도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키세를 밀어내지 않았다.


" 근데 테츠낫치. 나 또 물어봐도 돼요? "

" 쓰리사이즈에 대한 질문만 아니면 다 답해줄 수 있습니다. "

" 아뇨 그건 내가 보면 알 수 있으니깐 상관없고... 그, 오빠가 많이 과보호해요? 사람 시켜서 아침마다 태워주고, 집에 갈때도 그러는 거 보면 그런 것 같긴한데 우리 누나랑 나는 안그러니깐 좀 신기해서. "

" 아무래도 이제 가족이라고는 둘밖에 남지 않았고 집안의 재산을 노리는 사람이 많아서 오라버니가 그쪽으로는 신경을 많이 쓰세요. "

" 흐응...그럼 나중에 우리가 결혼하게 되면 제일 문제는 테츠낫치의 오빠겠네요. 지금부터 노력을 해야... "

" 누가 너랑 결혼한답니까? 왜 오지도 않을 미래에 대해서 걱정하고 있어요. "

" 너무햇! 테츠낫치 나랑 결혼 안할 거예요?! "

" 그때되면 너보다 더 잘생기고 키크고 멋진 남자가 저한테 고백할지도 모르잖아요. 순진하네요 키세 군. "

" 와아 진짜 나 상처받았어. 테츠낫치 미워할거야. "

" 마음대로 하세요. 그보다 키세 군...너 아까 뭐라고 했습니까? 보기만 해도 내 쓰리사이즈를 안다구요? "

" 잠깐 테츠낫치! 얼굴, 얼굴은 안돼요!!! "





6. 아카시 세이쥬로는 지금 제 사랑스러운 여동생의 얼굴을 어떻게 봐야할지 고민하고 있었고, 그건 방금 마유즈미가 전해준 폭탄같은 소식을 함께 들은 미도리마와 무라사키바라도 마찬가지였다. 화기애애했던 술자리가 이렇게 된 것은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 세 사람은 오랜만에 시간이 맞아 술자리를 가졌을 뿐이었고 마유즈미는 이 충격적인 소식을 한시라도 빨리 아카시에게 전해야한다는 사명감을 가졌을 뿐이었다. 이 술자리를 어색하게 만든 원인을 굳이 따지자면 동생의 친구들을 뒷조사한 아카시에게 있었다. 


" ...텟칭 의외네. 그런 쪽은 전혀 관심없을 것 같았는데. "


그리고 그 침묵을 깬 건 무라사키바라였다.


" 그건...나도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업에 열중해야할 학생이 연애라니 너무 이르다는 거야. "

" 뭐~ 그렇긴 한데...그보다 아카칭, 왜 말이없구? "

" 아아... 잠시 생각을 정리 중이었어.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 나도 놀랐거든. "

" 키세 료타라면 나도 텟칭 데리러 가면서 몇 번 만난 적 있구. 농구부 연습 끝나고 집에 가야한다는 텟칭 붙잡고 놀러가자고 매달려서 거슬렸어. "

" 나도 몇 번 본 적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볼 때마다 테츠나의 옆에서 애완견처럼 매달려있더군. "

" 그렇군. 그러고보니 내가 데리러 갔을 때도 그랬지. "


아카시는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툭, 툭 치며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그래, 남자친구정도야 만들 수 있었고 그걸 자신한테 말하지 않을 수도 있다. 테츠나는 이제 어린애가 아니었고, 아무리 가족이라도 비밀정도는 만들 수 있었다. 당장 아카시 본인도 테츠나에게 말하지 못하는 것들이 한가득 있었으니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카시는 동생을 빼앗긴 느낌과 겨우 한 번 밖에 보지 못 한 키세에게 분노를 느꼈다. 감히. 네가. 테츠나를? 마유즈미가 찾아 온 자료에 따르면 모델일을 하고 있다고 했고, 덕분에 여자들한테도 인기가 많다고 했다. 여학생이 몰려와서 민폐를 끼친 적도 자주 있었고 키세와 친하게 지내는 여학생들에게 해코지를 하려 한 적도 있었다고 적혀있었다. 


" ...신타로. "

" 왜 그러나, 아카시. "

" 너도 테츠나와 비슷한 또래의 여동생이 있었지. "

" 아아, 그렇다만. "

" 그럼 물어볼게. 여동생의 남자친구를 질투하고 그와 헤어져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게 오빠라면 당연히 할 수 있는 생각들인가? 아니, 정정하지. 단순히 헤어지길 바라는게 아니야. 나는 그 자식이 테츠나의 눈 앞에서 영원히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 이건, 정상적인건가? "


아카시의 말이 끝나자 튀김을 먹고있던 무라사키바라는 들고있는 젓가락을 테이블 위에 떨어뜨렸고, 미도리마는 술잔을 제 허벅지 위로 떨어뜨리고 말았다. 차가운 술이 바지를 적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도리마는 그 어떤 행동도 취할 수 없었고, 아카시는 조심하라는 말과 함께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그 자리에서 멀쩡한 사람은 아카시 혼자였고, 두 사람은 방금 자신이 들은 말이 무슨 뜻인지 해석하기 바빴다.


" 아카칭. "

" .... "

" 지금 무슨 말 했는지 알고있구? "

" 그러니깐 나도 너희들에게 묻고있잖아. 이게 '정상'인지. "

" ...미도칭, 뭐라고 말 좀 해봐. 나는 모르겠구. "

" 하아... 아카시. 물론 지금은 그럴 수 있다. 테츠나는 아직 어린, 네가 돌봐주어야 할 동생이고 너희 남매는 이제 둘밖에 남지 않았으니깐. 조금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평소 네가 했던 행동들을 생각하면 하지 못 할 생각은 아니라는 것이다. " 

" ...계속 해봐. "

" 하지만 이제는 그것들을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테츠나는 곧 어른이 될 것이고 어른이 된 그 아이를 네가 간섭하고 지켜줘야 할 필요는 없어. 테츠나가 너와 함께 평생을 산다면 달라지겠지만 그 아이도 지금처럼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할 것이다. 그러면 너는 네가 동생을 위해 해주던 것들을 그 남자에게 넘기면 되는 거야. "

" ... "

" 그리고 아카시 너도 결혼을 하고 가정을 만들텐데 언제까지 테츠나를 붙잡고 있을 건가. 네가 가진 감정은 굳이 따지자면 너에게는 정상적인 것들이지만 타인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아. "


미도리마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아카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미도리마도, 무라사키바라도 조용히 그런 아카시를 지켜보고 있을 뿐, 덧붙이는 말은 없었다. 한참동안 무거운 분위기가 유지되고 이런 것을 참지 못하는 무라사키바라가 짜증을 낼 때, 아카시의 전화 벨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졌다.

수신인은 테츠나. 이름을 확인한 아카시는 망설임 없이 전화를 받았다.


" 응 테츠나. 아아... 술 한잔 하고 있었어. 신타로와 아츠시. 아니, 이제 들어갈거야. 저녁은? 하아...바닐라 쉐이크는 저녁이 아니야 테츠나. 혼날 준비하고 있어. 응, 응. 그래...집에가서 보자. "


전화를 끊은 아카시는 그럼 먼저 일어나볼테니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는 말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오늘 안에 그의 확답을 듣기는 어려운 것 같았다. 미도리마는 한숨을 쉬며 아카시를 배웅했고, 무라사키바라는 불만스러운 얼굴이었지만 더는 토달지않고 젓가락을 다시 들었다. 두 사람다 아카시에게 하고싶은 말이 잔뜩 있었지만 지금의 아카시에게는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아 참, 신타로. "

" 이 말을 하는 걸 깜빡해서 말이야. 나는 결혼하지 않을 거야. 옛날부터 그렇게 생각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야. 물론 이건 미래에도 달라지지 않을 거야. 그리고. "

" 테츠나도 마찬가지야. 다른 사람은 필요없어. 우리 두 사람의 세계에는 테츠나와 나만 있으면 되니깐. "

" 그럼 가볼게. "


그 말을 끝으로 아카시는 방을 나갔고, 미도리마와 무라사키바라는 멍청한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며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7. 아카시 테츠나는 아카시 세이쥬로의 하나뿐인 여동생이고, 유일하게 남은 그의 핏줄이다. 그의 나이 열일곱 때 양친은 교통사고를 당해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교토에서 학교를 다니던 아카시 세이쥬로가 급하게 도쿄로 올라와서 본 것은 유산문제로 장례식장에서 괴물처럼 싸워대는 친척들 사이에서 인형을 끌어안고 울지도 않고 조용히 앉아있는 여동생이었다. 다섯살짜리 아이가, 제 부모의 장례식장에서, 울지도 않고, 그 괴물들 사이에서 모든 폭언과 망언을 들으면서. 아카시는 들고있던 것들을 모조리 집어던지고 달려가 제 여동생을 끌어안았다. 저를 보고 싸우는 것을 멈춘 친척들을 향해 당장 꺼지라는 말도 잊지않았다. 친척들은 불쾌하다는 얼굴로 남매를 쳐다봤으나 유언장에 적힌 유산 상속자는 아카시 세이쥬로와 아카시 테츠나뿐이었고, 그들은 아카시의 말을 들어야 했다. 

친척들이 모두 떠나고 장례식장에는 아카시와 테츠나만이 남았다. 조용한 장례식장.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진, 죽은 자의 냄새. 그리고 남겨진 저와 동생. 이곳에 오기 전까지 괜찮을 거라고, 자신도, 동생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테츠나는 여태까지 참았던 것을 아카시의 품에서 터뜨렸다. 

그때부터였을까. 아카시가 이 여동생을 위해 살자고 결심했던 것은. 제가 올때까지 울지도 못하고 앉아있던 여동생의 모습을 아카시는 지금까지도 잊을 수가 없었다. 자신은 모든 걸 포기해도 좋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아버지가 물려주신 회사를 운영하면서 아카시는 제 동생의 행복과 안전을 위해 노력했다. 아버지의 조기교육이 그때만큼 고마웠던 적은 없었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일에 치여 살면서도 아카시는 동생을 원망한 적이 없었다. 테츠나가 웃고있다면, 테츠나가 행복하다면 아카시는 좋았다. 그게 제 행복이었다. 

그런 아카시가 테츠나에게 서운했던 적이 딱 두 번 있었는데 첫 번째는 오빠라고 불러주지 않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테츠나 자신이 아카시의 행복과 자유를 뺏었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첫 번째 이유는 그럭저럭 타협점을 찾았지만 두 번째는 몇 번을 이야기해도 변하지 않았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테츠나는 빨리 어른이 되어서 자신이 아카시를 지켜주겠다고, 오라버니가 나를 위해 포기한 그것들을 모두 돌려주겠다고 말했고, 아카시는 오히려 너를 위해 살았던 세월이 내게도 행복이었으니 그런 생각하지말라 했지만 테츠나의 고집은 꺾이지 않았다. 그래서 아카시는 사랑하는 여동생이 어른이 되지않기를 바랐다. 물론 빨리 어른이 되기 위해 우유를 마시는 테츠나는 귀여웠으니 내버려뒀지만. 


' 빨리 어른이 되고싶어요. 세이 오라버니가 더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어른이요. 그래서 제가 오라버니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싶어요. '


누구를 닮아서 이렇게 고집이 쎈지. 하지만 단호한 얼굴로 저를 바라보는 여동생에게 뭐라고 할 수는 없어 아카시는 조용히 웃으며 그것을 넘겼다. 아직 다 크려면 멀었으니깐 괜찮겠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리고 어른이 되어도 테츠나는 제 곁에 있을테니까, 그 누구보다 저를 먼저 생각하고 있으니 그런 것도 나쁘지않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부터 아카시의 세계가 테츠나로 가득 찬 것처럼, 테츠나의 세상도 아카시가 전부였을테니깐.


그러나 이것이 얼마나 안일한 생각이었는가. 


테츠나에게 연인이 생겼다. 아직 중학생인 아이들이 깊은 사랑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테츠나의 세상에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기에 충격적이었다. 헤어질 수 있다. 어린애들 풋사랑이 얼마나 되겠는가. 금방 헤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건 시작이다. 아카시 본인은 테츠나만을 위해 살아가겠지만 테츠나는 언제든지 저를 벗어날 수 있었고 얼마든지 다른 사람을 만들 수 있었다. 아카시 세이쥬로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잘못된 것이라도 좋았다. 이제는 이것이 비뚤어진 애정이라도 괜찮았다. 아카시는 그래도 좋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자신의 마음이, 그리고 이 관계가 비정상으로 보인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이것은 그 날, 그 지옥 속에서 울지도 않고 있던 어린 여동생을 본 그 순간부터 정해진 운명이었으며, 아카시 세이쥬로는 그것을 거부할 생각이 없었다. 





8. 그리고 아카시 세이쥬로는 테츠나가 키세 료타와 헤어졌다는 소식을 들은 날, 자신이 동생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9. 그의 친구들과 동료들은 그 마음을 접으라고 하지 않았다. 그것이 사회적으로 옳은 것이 아니었으며 비윤리적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은 그런 것보다 아카시 세이쥬로 개인의 행복이 우선이었다. 아카시의 마음을 확인한 미도리마는 그 후로 친구에게 맞선을 권유하는 것을 관두었다. 









전에 썰로 풀었던 적흑ts 남매근친을 썼다 드디어.... 쓰고싶은 부분은 남았지만 쓰는 거 힘들어서 관두고 싶ㄷr....

'쿠로바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적흑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  (0) 2015.12.07
황흑적 썰  (0) 2015.12.04
적흑ts 1  (0) 2015.12.03
하다만 적먹적 먹흑 망상  (0) 2015.12.01
적흑 썰...  (0) 2015.11.02
적흑  (0) 2015.10.31
0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