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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안즈 웨딩합작 본문

안산블루스따즈

레이안즈 웨딩합작

박로제 2017. 1. 9. 23:54

"저 사실 레이씨랑 결혼 못할 줄 알았어요."

침묵을 깨고 내뱉은 안즈의 한마디는 평온하고 담담한 목소리와 반대되는,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었다. 물론 그녀의 옆에 서있던 사쿠마 레이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을 담은 말을 들었음에도 아무렇지 않았는지, 오히려 재밌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흐음, 지금 이 상황에서 할 말은 아닌 것 같구먼."
"그래요? 하지만 레이씨도 저랑 결혼 할 생각같은 거 없었잖아요?"
"...거기에는 부정할 수가 없구나."
"...우리 오늘 결혼하는 거 맞죠?"
"어허. 신부가 그렇게 인상 쓰는 거 아니란다."

면사포를 쓰고 있어 직접 주름 진 미간을 펴줄 수는 없었지만 레이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안즈를 내려다보았다. 그 얼굴을 보고 있자니 화를 낼 마음도 사라졌다. 사쿠마 레이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안즈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고, 어떻게 해야 그녀가 화를 푸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이럴 때마다 왠지 자신이 손해를 보는 느낌이었지만 굳이 그런 걸 따지고 싶지는 않았다. 적어도 지금만큼은. 그리고 사실 말은 이렇게 했어도 안즈는 레이가 자신과 결혼 할 생각이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고, 그걸 본인 입으로 처음 들었을 뿐이기 때문에 그다지 화가 나는 것도 아니었다.

오늘은 두 사람의 결혼식날이었으며, 레이와 안즈가 서있는 곳은 결혼식 장소인, 두 사람에겐 조금 어울리지 않는 장소인 성당의 입구였다. 문이 열리고 두 사람이 버진로드를 함께 걸어가면 곧 바로 결혼식이 시작되는 상황에서 안즈가 툭 던진 말은 레이의 말대로 이 상황에서 할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레이도 안즈의 말에 동의했고, 이런 대화를 주고받는 두 사람의 분위기는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연애 기간이 보통 10년을 넘어가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구요. 아, 이 남자는 나랑 결혼하기 싫나? 같은 거."
"물론 결혼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연애초기부터였어요. 애초에 저는 레이씨랑 사귀면서도 제 사람이라는 생각조차 안했으니까요."

지금까지는 레이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방금 안즈의 입에서 나온 것들은 놀랍게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레이는 내내 웃고있던 얼굴에 미소를 지우고 덤덤하게 말을 이어가는 안즈를 바라보았다. 오늘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행복해야할 레이의 신부는 웃고있지도, 화를 내지도 않았다. 10년. 10년을 함께 하면서 쌓아뒀던 것들이 많았지만 그걸 결혼식 당일날, 그것도 식장 앞에서 할 줄은 몰랐던 안즈지만 지금이 아니면 그때의 감정을, 지금의 기분을 죽을 때까지 말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땐 레이씨가 금방 떠나버릴 것 같았어요. 내 옆에 분명히 존재하는데, 어떻게 봐도 내 사람인데 굉장히 멀리 있는 느낌이었어요."
"..."
"아, 지금 얼굴 못생겼다."

안즈는 웃으면서 장난스럽게 말을 건넸지만 레이는 웃지않았다. 이러려고 이야기를 꺼낸 건 아닌데, 안즈는 그렇게 생각하며 레이의 손을 잡았다. 분명히 그랬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의 안즈는 하루하루가 고통이었다. 레이와 함께 하는 모든 일이 즐거웠고, 행복했으나 그와 헤어질 때가 되면 불안해졌다. 오늘은 행복했지만 내일도 그럴거라는 보장이 없었으니까. 그렇게 10년을 버텼다. 이 불안감은 레이가 안즈의 손을 잡고 결혼하자고 프로포즈하던 날이 오기 전까지 지속되었다. 아니, 사실 결혼식장 앞에 서서 레이의 손을 잡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마저도 안즈에게는 거짓말같았다. 한번도 꿈꿔본 적이 없었으니까. 안즈는 내일을 생각하는 것이 두려웠고, 레이와의 "오늘"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다. 그런 그녀가 그와 함께 하는 미래를 꿈꾸는 건 헛된 희망이었고, 말 그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꿈에 불과했다. 그래서 안즈는 사실 조금 울고 싶었다. 레이가 자신의 옆에 서있다는 게, 너무 행복해서.

"레이씨를 탓하는 게 아니에요."
"...그건 알고 있어."
"그럼 웃어요. 결혼식장에 그런 얼굴로 들어갈거에요?"
"안즈."
"괜찮아요."

괜찮다고 말하며 자신을 안심시키려는 안즈를 보며, 레이는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레이는 안즈와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 연애와 결혼이 가지는 무게는 달랐고, 사쿠마 레이는 결혼이란 단어가 주는 그 무게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랬던 레이가 마음을 바꾸게 된 건 최근이었고, 그 마음도 프로포즈를 한 그 날까지 한번도 보여준 적이 없었다. 레이는 자신만을 생각했고, 옆에 있어준 안즈가 무슨 생각으로, 어떤 마음으로 자신의 옆을 지켰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안즈도 자기와 같은 마음인 줄 알았다. 아니, 이런 자신을 이해해준다고 오해했다. 말을 하는 당사자는 이제는 괜찮다고 말하며 웃고 있지만 레이는 웃을 수가 없었다.

"원망하는 것도 아니고, 화를 내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말하고 싶었어요. 그 시간이 아주 나빴던 것만은 아니니까요."
"..."
"우리 이제 손잡고 들어가야 하는데, 계속 그렇게 울상으로 있을 거에요? 웃어주세요, 레이씨."

난 정말 괜찮아요, 어차피 지나간 과거잖아요? 당신이랑 내가 함께 살아갈 시간에 비하면 정말 얼마 되지도 않는, 짧은 시간이에요 그 10년은. 그렇게 말하며 레이를 향해 웃어주는 안즈의 얼굴은 그 어떤 때보다 사랑스러웠고, 행복해보였다. 그런 그녀를 말없이 바라보던 레이는 얼굴을 가리고 있던 베일을 걷어 올렸다. 안즈의 눈가는 조금 붉었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었지만 슬퍼보이지는 않았다. 그제야 레이도 웃을 수 있었다.

"행복하게 해 줄 거죠?"
"물론이지."
"레이씨가 못해주면 바로 이혼하래요."
"...어떤 녀석이 그런,"
"리츠군이요."

이혼이라는 단어에 인상을 쓰며 위협적으로 누구냐고 묻던 레이는 그 당사자가 사랑해마지 않는 동생임을 알자 바로 꼬리를 내리며 앓는 소리를 냈다. 안그래도 이 결혼에 제일 반대했던 사람이 리츠였고, 결혼식 전날까지 안즈의 손을 잡고 진지한 얼굴로 결혼을 말리던 동생을 생각하니 안즈에게 한 말도 분명히 진심이었을 것이다. 그러니깐 이혼 안당하려면 저한테 잘하라구요, 레이씨. 안즈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까치발을 들어 레이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췄고, 레이도 웃으며 안즈를 끌어 안았다.


드디어 성당의 문이 열렸다. 안즈는 레이를 향해 손을 내밀었고, 레이는 웃으면서 그 손을 잡았다.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털어 낸 안즈는 그 옛날의 어느 때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그 반짝거림을 보며, 레이는 다시 한 번 안즈에게 약속했다.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주겠다고. 안즈는 수줍게 웃으며 답했다. 그럼 내가 레이씨를 그보다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줄게요. 너무나 안즈다운 대답에, 레이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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