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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엑쏘

됴공온 : 도열 월홍상의 아리아 샘플

박로제 2018. 2. 5. 21:05

(중략)



찬열과 처음 만났던 날이 생각났다. 특별한 만남은 아니었고, 경수가 실수하지 않았다면 아마 평생 만날 일이 없는 관계였다, 두 사람은. 박찬열은 평소처럼 학원을 빼먹고 실컷 놀다가 집에 들어가던 길이었고, 도경수는 집에 있는 식량이 떨어져서 어쩔까 하다가 오랜만에 밖으로 나와 길 가던 사람을 붙잡고 간만에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있을 때였다. 그러나 밖에 나오는 게 너무 오랜만이었기 때문일까, 그도 아니면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어 이쪽 골목으로는 아무도 오지 않는다는 걸 너무 과신했기 때문일까. 먹는 것에 정신이 팔려서 사람이 다가오는 것도 눈치 채지 못했던 경수는 식사장면을 찬열에게 들키고 말았다. 거기서 뭐해요? 낯선 목소리와 발소리에 놀라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대로 얼어붙어 있을 때 박찬열은 무서워하기는커녕 도리어 눈을 빛내며 도경수를 붙잡고 자신과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내가 살아서 뱀파이어랑 이야기해 볼 날이 또 언제 오겠냐며 말갛게 웃던 얼굴이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것이라, 경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얌전히 찬열을 따라가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갈 수는 없으니 입가에 묻은 피를 닦고,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그대로 두고 장소를 옮기자고 했더니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찬열은 이 사람은 내버려두고 가도 괜찮은 거냐며 물어보았다.

, 이 사람은 어떡해?’

내버려둬. 죽은 것도 아니고 잠시 기절한 거니까.’

뱀파이어가 피를 빨면 다 죽는 거 아니었어?’

그렇게까지는 안 해.’

그럼 어떻게 하는데?’

궁금한 것도 많았던, 호기심 많은 고등학생 박찬열이 가장 처음으로 물어 본 게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 나이는 몇 살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어찌됐든 처음 만난 타인에게 나이를 물어보는 건 굉장히 무례한 짓이었으나 평범한 보통의 인간이 인외의 존재를 만났을 때 당연히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리고 살아오면서 저의 정체를 알았던 이들의 대부분이 그런 것에 관심을 가졌기에 경수는 그것을 기분 나쁘게 듣지 않고 제 나이를 말해주었었다. 기원전부터 살았으니까 대략 이 정도는 되지 않겠냐고 했더니 그래도 잘 감이 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너보다는 오래 살았다는 이야기지. 마치 어린 손자를 보듯이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자기는 어린애가 아니라며 기분나빠했던 것도 기억이 났다. 그러나 나이를 들었음에도 저와 비슷한 외모의 경수에게 존댓말을 쓰고 싶지는 않았는지 찬열은 처음 만났던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말을 놓고 경수와 친구처럼 지내왔다. 그런 쪽으로 융통성이 없는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찬열이 제게 존댓말을 하며 예의 없이 구는 게 더 소름 돋을 것 같아서 경수는 그런 버릇없음도 그냥 받아주었다.

그날, 찬열은 경수에게 많은 것을 물어보았다. 피밖에 안 마셔? 아니, 밥도 먹을 수 있어. 진짜 마늘 싫어해? 요리에 마늘이 없으면 어떡하라고? 세상에 흔히 알려진, 그러나 하나도 맞지 않는 뱀파이어 관련 지식들을 제게 물어보는 게 귀찮을 법도 한데 경수는 그런 기색 한 번 비치지 않고 친절하게 찬열의 질문에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답해주었다. 오랜만에 인간과 만나서 대화라는 걸 했기 때문일까, 빨리 제 집에서 나가줬으면 좋겠다거나 제 정체를 알게 된 이 소년의 입을 막아야 한다던가, 그런 생각은 이상하게도 들지 않았다. 도경수는 제법 긴 시간 동안 혼자 살아왔고, 인간과 대화라는 것을 해본지도 오래되었기에, 순수한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저를 보면서 이것저것 물어보는 박찬열이 싫지 않았었다. 이 소년이 제 정체를 어디 가서 말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는 했지만 왠지 모를 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그러지 않을 거라고, 갑자기 나타난 인외의 존재에 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질문을 하는 이 소년은 오늘의 만남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서 간직할 거라는 확신이, 경수에게는 있었다.

또 와도 돼, 여기?’

오지 말라고 해도 올 거 아냐?’

. 어떻게 알았지?’

사실은 별로 보내주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 어린 소년과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시간이 너무 늦었기에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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