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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안즈 : 꽃, 그대 03 본문

안산블루스따즈

레이안즈 : 꽃, 그대 03

박로제 2016. 10. 26. 01:34



책갈피는 이번에도 에디(@lovedi97)님이 그려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안즈입니다.
오늘은 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조금 긴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지만 들어주시겠어요?



​​레이안즈 : 꽃, 그대 03



저는 올해 17살이 되었으며, 키미사키라는 이름의 여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교우관계는 나름대로 원만한 편이며, 많은 친구들이 있지만 그 중 저와 가장 친한 친구는 눈이 아주 예쁘고, 상냥한 사람입니다. 그녀는 저를 안지라는 사랑스러운 애칭으로 불러주며 예쁜 목소리로 자주 노래를 불러주는, 소중한 친구입니다. 좋아하는 건 케이크, 어렸을 때는 케이크 가게의 주인이 되는 게 꿈이었어요. 제 입으로 이런 말을 하는 건 좀 부끄럽지만 나름 손재주가 좋아서 재봉같은 것에는 자신이 있습니다. 실제로 의상을 만들어보기도 했구요.

그럼 제 소개를 어느정도 했으니 이제 가장 중요한 가족 이야기를 해볼까요. 음, 저는 가족이 많으니까 조금 길어질 것 같네요. 먼저 소개할 사람은 저의 아버지와 어머니입니다. 지금은 세상에 없지만 누구보다 저를 아끼고 사랑해주셨던 분들이에요. 두 분이 세상을 떠난 이유도 제 생일을 조금이라도 더 저와 함께 보낼 수 있도록 무리하다가 일어난 사고였으니까요. 사실 너무 어릴 때의 일이라 부모님에 대한 것이 가끔 기억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정원의 수국을 보고 있으면 잊고 있었던 기억이 하나둘씩 떠오르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부모님에 대한 것은 하나도 잊고싶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두번째는 사쿠마 씨 부부입니다. 같이 살았던 기간은 그리 길지 않지만 두 분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가 기억할정도로 저를 굉장히 아껴주셨어요. 부모님이 돌아가신지 얼마 되지 않아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저를 많이 위로해주셨고, 언제라도 좋으니 편하게 아버지, 어머니로 불러달라고, 지금부터 우리가 너의 새로운 가족이라며 말씀해주셨던 거,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답니다.

세번째는 사쿠마씨 부부의 둘째 아들, 사쿠마 리츠입니다. 저보다 나이는 한 살 많지만 어째선지 유급을 해서 지금은 저와 같은 학년입니다. 리츠 군은 처음에는 저를 굉장히 싪어했어요. 존경하는 형과 부모님의 사랑을 처음 보는 여자애가 가저가는 것도 모자라 독차지하고 있으면 그런 말이 안나올 수는 없죠. 하지만 이제는 형인 레이씨보다 저를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리츠 군은 잠이 많아서 자주 제 무릎을 베개삼아 낮잠을 자곤 합니다. 이렇게 오빠라기 보다는 귀여운 동생같을 때가 많지만 제가 고민하고 있던 일이나 문제가 생겼을 때 여유롭게 그것들을 해결하는 걸 보고 있으면 놀랍게도 어른처럼 보일 때가 있답니다! 아, 지금 한 말은 취소할게요. 리츠 군이 들으면 삐질 내용이니까요.

마지막은 사쿠마씨 부부의 첫째 아들이자 저를 데려와서 키워주는 레이씨입니다. 제겐 모든 가족들이 소중하지만 레이씨만큼 소중한 사람은 없을 거에요. 부모님을 잃고 울고 있기만 하던 7살 여자아이를 그 지옥에서 구해와 가족이라고 불러준 것도, 남자 혼자 여자아이를 키우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을텐데 불평이나 불만없이 저를 버리지 않고 지금까지 키워주신 것들을 생각하면 저는 죽을 때까지 레이씨에게 은혜를 갚아야 할 정도에요. 레이씨는 저에게 많은 걸 해주었습니다. 레이씨가 있었기 때문에 저는 부모님이 없는 외로움도, 형제가 없는 외로움도, 가족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외로움도, 잊을 수 있었어요. 제가 그 분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은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로 크고, 깊은, ....그런 감정이에요. 과장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저는 이 감정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요즘 고민하고 있습니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에요. 이건 가족에게 느끼는 감정은 아니라는 거죠.


이 감정이 특별하다는 걸 깨달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요.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진 저는 레이씨를 그저 가족이라고만 생각했었거든요. 그래요, 그 사건이 제가 생각을 바꾸게 되는 계기가 되어주었어요.

'...맞선?'
'그래. 형님이 안즈한테는 말하지 않았어?'
'나는, 아무것도...'
'어쩌면 결혼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말을 안해줬다고?'
'결혼? 레이씨가?'
'여자쪽 집안이 대단한가봐. 형님을 팔아 이익을 챙길 셈인거지. 집안이 걸린 문제니까 쉽게 거절할 수도 없을 걸.'

사실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집안에서 결혼문제를 지금까지 참아준 것도 많아 봐준 거라고 생각해요. 이게 2년 전 일이기는 하지만 그때 레이씨의 나이는 서른을 앞두고 있었으니까요. 저는 그런 사실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고, 말을 들었을 때도 충격은 받았지만 제 나름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리츠군에게서 맞선이라는 말을 들으니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어요. 결혼하게 되면 지금의 생활을 이어갈 수 없을테고(당연한 일이지만요) 저는 레이씨와 이대로 헤어져야 하는 거니까요.

싫었어요.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레이씨를 뺏기는 기분이 들었어요. 우습죠. 처음부터 제 사람이 아니었는데. 하지만 이 감정을 레이씨에게 말할 수는 없었어요. 이 초조함과 질투, 두려움이 어디서 오는 감정인지도 몰랐으니까요. 단순히 가족을 잃기 싫어서 그렇게 느끼는 건지, 좋아하는 사람을 다른 여자에게 뺏길까봐 무서운 건지, 그런 것들을 겨우 열다섯의 여자아이가 어떻게 알았겠어요.

그리고 확실하게 대답할 수 없는 이 오묘한 감정때문에 고민하는 저에게 길을 알려준 건 정리도 되지 않는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하게 들어 준 리츠군이었습니다.

'안즈.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마.'
'...그치만, 나는...'
'그래, 나는 네가 아니니까 무책임하게 말하는 걸지도 몰라. 하지만 이건 정말 어려운 문제가 아니니까...'
'....'
'솔직해지는 거야. 자신을 속이지마. 그럼 답은 간단하게 나올 걸?'

마냥 어린 동생같기만 하던 리츠군이 저보다 어른같을 때가 있다고 앞에서 말했었죠. 아마 이때 그런 생각을 처음으로 했던 것 같아요. 웃으면서 제 손을 잡더니 난 언제나 안즈의 편이야, 라고 말해주는 리츠군 그때만큼 멋져보였던 적이 없었어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레이씨는 그날 맞선 장소에 가지도 못했어요. 리츠군와의 대화 이후 몇날며칠을 고민하던 제가 내린 결론은 레이씨가 그 맞선장소에 가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었고, 마침 그날은 비가 왔었죠. 저는 그날 처음으로 레이씨에게 거짓말을 했어요. 비가와요. 천둥까지 치고 있어서 너무 무서워요, 엄마아빠가 보고싶어요, 레이오빠. 어릴 때 쓰던 '오빠'라는 호칭까지 써가며 레이씨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 전화를 받은 레이씨는 그날 맞선상대를 바람 맞히고 바로 집으로 달려와 울고 있는 저를 달래주셨어요. 첫만남 때문일까요, 레이씨는 비가 오는 날 저를 혼자 두는 걸 싫어했어요. 그런 날 저를 혼자 두고 맞선을 보러가는 것도 불만이었는데 저녁은 먹었는지 확인차 걸었던 전화에서 제가 울고 있었으니 맞선 장소로 가야한다는 생각조차 못했을 거에요 그 분은. 그날 하루종일 레이씨의 휴대폰이 시끄럽게 울려댔지만 그 분은 제 앞에서 한번도 전화를 받은 적이 없었고, 그 날은 아주 오랜만에 한 침대에서 같이 잠들었어요. 제가 악몽을 꾸지 않도록. 그리고 그 이후에는 친척들이 집까지 찾아와 말도 없이 약속을 파토낸 것을 비난하고 다시 맞선을 보라며 약속을 잡았지만 레이씨는 그걸 거절했어요. 제가 성인이 될 때까지는 옆에 있어줘야 한다면서. 그리고 저때문에 좋지않은 말까지 들어가며 맞선을 거절하는 레이씨를 보면서 저는 제 감정이 단순한 가족에 대한 애정이 아님을 깨달았어요.

레이씨는 저의 부모님이 되어줬고, 형제가 되어줬고, 때로는 친구가 되어줄 때도 있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하나뿐인 가족을 모르는 사람한테 뺏길까봐 두려운 마음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감정을. 저는 지금도 어리지만 그때는 더 어린 나이였고, 이미 가족을 잃었던 사람이니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문제였죠. 그런데 나중에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맞선 상대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 아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 감정은 부러움이 아니라 질투였어요. 나는 서지도 못하는 레이씨의 옆에 당당하게 설 수 있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 대한 질투와 분노라니, 정말 이상한 상황이죠?

앞에서는 이 감정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지만 사실 전 이 감정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리츠군 말대로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없었고, 솔직해지기만 하면 바로 알 수 있는 감정이니까요.

좋아해요, 레이씨를. 아주 많이.


저는 조금 있으면 어른이 됩니다. 이건 제가 어른이 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집안 사람들과 했던 약속의 기간이 슬슬 끝나가는 걸 의미해요. 사실 벌써부터 집안 어른들이 찾아와 레이씨에게 사진을 보여주거나 상대방에 대해서 구구절절 이야기를 늘어놓고 가는 일이 많아졌어요. 그때마다 제가 아직 어른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중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거절하지만 그것도 얼마 남지 않았어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요. 어른이 되면 레이씨가 이제 자신이 할 일은 끝났다고 말하면서 저를 떠나보낼 것만 같아서 불안해지고 무서워져요. 욕심이라는 거 알고 있지만 저는 레이씨와 함께 하고 싶어요. 그 사람을, 그 남자를, 저는...저는. 좋아, 하니까요. 하지만 레이씨가 이런 제 감정을 받아줄까요? 그다지 확신은 서지 않습니다. 그의 눈에 저는 아직도 일곱살 꼬마일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그렇게라도 옆에 있을 수 있다면, 레이씨가 어디에도 가지 않고 제 옆에 있어준다면,


아아, 왜 이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는 걸까요.
멈추지 않을 거면 조금이라도 느리게 흘러가주면 좋을텐데.
신님, 욕심인 거 알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만 제 소원을 들어주시면 안될까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요,
저에게 그 사람마저 뺏어가지 말아주세요.












퇴고는 나중에...^^ 연재텀 정말 어쩌죠 죽여주세요(머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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