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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안즈레이 : 유리어항 外 1 본문

안산블루스따즈

이즈안즈레이 : 유리어항 外 1

박로제 2016. 9. 7. 00:02

'내 옆에 있어.'


그때 너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보다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있지 않을까. 네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보다 더 자주 웃을 수 있지 않았을까?


'잊지 못해도 좋아. 그래도 내 옆에 있어.'


물론 다 쓸모없는 이야기다. 시간을 돌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나는 너에게 손을 내밀 것이고, 너는 그 손을 잡을 거다. 그 시절의 나는 끔찍하게 망가진 너라도 붙잡아두고 싶어 안달난 인간이었고, 너는 자신을 위로해준다면 그 누구라도 좋았을 정도로 망가진 상태였으니까. 나는 과거를 바꿀 생각도 없고, 후회도 하지 않는다.


나는, 후회하지 않아.


'나는 네가 필요해.'


어쨌든 지금 네 옆에 있는 건 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즈안즈레이 : 유리어항 外 1







이즈미는 오랜만에 마코토를 만났다. 같은 업계에서 일하고 있지만 이제 무대에 서지 않는 이즈미와 아직까지 무대에서 노래하는 마코토가 마주칠 일은 거의 없었지만 우연찮게 이즈미는 새로 찍은 드라마의 홍보로, 마코토는 자신이 속한 트릭스타는 새로 나온 음반의 홍보때문에 같은 예능에 나오게 되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기 때문일까, 마코토는 더는 이즈미를 무서워하지도, 어려워하지도 않았다. 방송을 하는 태도도 훌륭했다. 멋진 어른이 되었네. 촬영이 끝난 뒤 오랜만에 만나 반가웠다는 인사와 함께 이즈미가 그렇게 말하자 마코토는 그 옛날, 세나 이즈미가 가장 좋아했던 얼굴로 웃어주었다.


"계속 그 상태로 있을 수는 없잖아요."


그런다고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렇게 말한 마코토는 그럼, 나중에 또 봐요. 이즈미 씨. 라며 그에게 인사했고, 그대로 뒤를 돌아 자신의 동료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맞는 말이었다. 그걸 깨닫기까지는 시간이 걸린 것 같았지만 이제라도 깨닫고 다시 일어서서 다행이라고 이즈미는 생각했다.


트릭스타는 학창시절부터 함께 해왔던 프로듀서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한번 무너졌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부터 함께 해왔던 그 사람이 떠날 준비를 하고, 흔적조차 남겨놓지 않고 사라졌다는 것과 그 사실을 오직 자신들만이 몰랐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 배신감과 상실감을 버티지 못하고 그들은 무너져버렸다. 누군가는 그깟 프로듀서가 무슨 의미냐고 무너진 그들을 이해못했지만 트릭스타와 함께 학창시절을 보내왔고, 그 프로듀서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던 이즈미와 다른 사람들은 그들을 이해했다. 모두가 사라진 그녀를 찾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지만 아무도 찾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트릭스타는 그 옛날처럼 다시 일어났다. 그녀는 옆에 없지만 어디선가 자신들을 보고 있을거란 희망 하나로 일어선 그들은 이름 그대로 반짝반짝 빛나면서 더 멋진,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했다.


"...대단한 걸."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를 그리워하고 잊지않았지만 예전처럼 슬퍼하지는 않았다. 죽지 않았다면 어디선가 우리들을 보고 있을테니까. 아라시였나, 리츠였던가. 나이츠의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그들은 보고 있으면 이즈미는 죄책감이 들었다. 그렇게 말하면서 결국 눈물을 감추지 못했던 그들을 보면서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제 손으로도 찾을 수 없다면서 술만 마시면 분해하던 츠카사를 보면서 수없이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모순적이지만 그랬다. 세나 이즈미는 방금 전에 만난 마코토에게도, 말하고 싶었지만 말하고 싶지 않았다.


안즈가 있는 곳을 이즈미는 알고 있었다. 그 말을 들으면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뭐라고 할까. 맞는 걸로는 끝나지 않을텐데. 그렇지만 말해주고 싶지는 않았다. 안즈는 지금 자신이 소유한 오피스텔에 있다고, 그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스스로의 의지로 갇혀있다고, 그들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겨우 잡은 새가 날아가는 것을, 잡은 물고기가 어항에서 벗어나는 걸 그는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이즈미는 오늘도 입을 다문다.






눈이 내리던 겨울이었다. 해외로케를 끝내고 귀국하자마자 확인한 휴대폰에서는 연락이 쌓여있었고, 그 중 가장 상단에 위치한 것이 안즈의 번호였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전화를 했더니 안즈가 울면서, 제발 살려달라고 소리쳤다.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절망을 가득 담은 목소리에 놀란 이즈미는 캐리어를 매니저에게 맡기고 황급히 택시를 잡은 뒤 안즈의 집으로 향했다. 끊지 못한 전화에서는 안즈의 울음소리가 쉴새없이 들려왔다. 살려주세요, 이즈미 씨, 오빠, 이즈미 오빠, 나 좀 살려줘요. 제발. 공항에서 안즈의 집으로 가는 길이 그다지 멀지 않았음에도 마음이 조급했다. 이때만큼 시간이 느리게 갔던 적도 없었다.



그리고 도착한 안즈의 집에서 이즈미가 본 것은 지옥이었다. 집안의 모든 물건이 부서져 있었고 부서진 물건들 사이에는 악을 쓰며 울고 있는 안즈가 있었다. 깨진 유리에 베인건지 발과 손에는 굳어버린 피가 보였다. 신발도 벗지 못하고 집안으로 뛰쳐 들어가 그 난장판에서 안즈를 빼내 온 이즈미는 그녀가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있었다.


헤어졌구나. 입밖으로 내뱉지는 못했지만 속으로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안즈를 이렇게 만들 사람은 이 세상에서 단 한 사람 뿐이다. 요 며칠동안 불안하다 싶었더니 결국은. 이즈미는 아무 말 없이 안즈를 제 품에 안고 등을 토닥였다. 이즈미가 오기 전까지 계속 울며 난동을 부렸던 안즈는 지쳤는지, 아니면 이즈미가 도착해서 안심했기 때문인지 그제야 눈물을 그치고 잠이 들었다. 손과 발의 상태가 심각했지만 연예인인 자신이 이런 상태의 안즈를 데리고 병원을 갈 수가 없어서 결국 의사를 따로 부르는 수밖에 없었다. 난장판인 집을 치우고, 의사를 불렀다. 피를 닦아내고 소독을 하는데도 안즈는 일어나지 않았다. 의사가 다녀간 뒤 침대 위에서 편안한 얼굴로 잠들어 있는 안즈를 보니 그녀가 눈을 떴을 때 어떻게 해야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안즈는 사쿠마 레이와 헤어졌다. 보나마나 말도 되지 않는 이유였을거다. 하지만 안즈는 그의 결정을 따랐을 거고, 둘은 흔한 연인처럼 헤어졌을 것이다. 안즈는 레이와 헤어지는 연습을 해왔었다. 헤어지는 그 순간에 조금이라도 덜 충격받게. 그러나 지금 상태를 보니 이즈미와 했던 그 연습들은 아무래도 쓸모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연습을 하면 뭐하냐고.'


이별연습에 동참해주면서도 이즈미는 이것들이 모두 쓸모 없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연습을 해봤자 그 상황이 되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고. 안즈는 그때 바보처럼 웃기만 했다. 자신을 좋아한다고 고백한 남자에게, 연인과 헤어질 때를 대비해서 이별 연습을 해달라니. 어쩌다 이런 여자를 좋아하게 된 거냐고 푸념했더니 안즈는 이즈미의 손을 잡고 이렇게 말했다. 미안해요. 그래도, 이즈미 오빠니까. 이런 거 오빠말고 부탁할 사람이 없는 걸요. 그렇게까지 말하는 안즈에게 더는 뭐라할 수가 없어서 결국 연습에 어울려줄 수밖에 없었다.


'안즈.'


지금 이 상황이 나에게는 기회라고 한다면, 너는 나를 욕할까. 마음을 깨달았던 그때부터 바라왔던 상황이었다. 레이와 헤어지고 자신에게 의지하는 것을 원해왔다. 망가진 안즈가 기댈 곳을 찾아 스스로 제 손으로 떨어지길 간절히 바라왔다. 이별에 미쳐버린, 견딜 수 없는 현실에 정신이 나가버린 안즈가 그런 와중에도 자신을 찾았다는 게, 끔찍하게도 이즈미는 기뻤다. 스스로가 무섭고 징그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 세나 이즈미는 지금 모순된 감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안즈는 그 남자를 잊지 못할 것이다. 옆에서 지켜 본 이즈미는 그걸 확신했다. 자신이 어떤 짓을 해도 안즈의 마음에 생긴 상처는 메울 수 없을 것이고, 어떤 노력을 해도 자신은 그 남자의 대신이 되어줄 수는 없을 거다. 세나 이즈미는 사쿠마 레이가 아니니까. 그래도 좋았다. 어차피 망가진 것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 노력해서 원래의 상태로 돌려놓는다고 해도 그건 이미 다른 존재다. 하지만 그 어떤 상태의 안즈라도 이즈미에게는 안즈다. 더는 그 옛날처럼 반짝반짝 빛나지 않아도, 더는 희망을 말하지 않고 죽느니만도 못한 상태라도 이즈미가 사랑하는 안즈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녀가 잠에서 깨어나면 이즈미는 그동안 참아왔던 말을 할 것이다. 내 옆에 있어달라는, 고백의 말을. 영원히 잊지 않아도 좋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으니 내 옆에만 있어달라고. 안즈는 당연히 이즈미가 내민 손을 잡을 것이다. 옆에 누군가가 있지 않으면 죽어버릴테니까.


그거면 된다. 이즈미는 그걸로 충분했다.






*****






스케쥴을 모두 마치고 돌아온 집은 나갈 때와 다른 것이 없었다. 분명히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흔적이 보이질 않았다. 겨울이라서 그런가. 안즈는 겨울만 되면 더 무기력해졌다. 눈이 오는 날은 특히 더. 밤에 잠도 자지 못했고 계속 악몽을 꿨다. 악몽때문에 다시 잠들지 못하는 안즈에게 괜찮아. 난 네 옆에 있어. 그건 꿈이야. 걱정하지마, 같은 말을 쉴새없이 속삭여주며 그녀를 달래주느라 이즈미도 잠들지 못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나왔어."


침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무기력하게 누워있는 안즈를 볼 수 있었다. 침대로 걸어가 누워있는 그녀와 얼굴을 마주하고 다녀왔다 인사하니 그제야 천천히 눈을 떠 이즈미를 바라 본 안즈는 잠긴 목소리로 대답했다.


"..다녀오셨어요?"
"응. 별 일 없었지."
"네."
"밥은?"
"먹었어요."


착한 아이네. 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은 이즈미는 침대에 걸터 앉아 누워있는 안즈를 일으켰다. 그렇게 누워만 있다가 살찐다. 일어나 있어. 대답은 없었지만 안즈는 이즈미의 손을 거부하지 않고 일어나 앉았다. 내내 표정이 없던 얼굴에 드디어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예전처럼 환하고 밝은 미소는 이제 찾을 수 없었지만 이런 웃는 얼굴이라도 이제 이즈미만 볼 수 있었으니까, 그걸로도 괜찮았다.



안즈는 이즈미의 옆에 있겠다고 약속했다. 당시의 그녀에게는 그 방법밖에 없었다. 안즈는 모든 걸 정리하고 스스로 이즈미가 만들어 둔 어항에 갇혔다. 어딜가도 레이와 함께한 흔적이 있을 바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안즈는 이즈미의 손을 잡은 그 날, 자신을 가둬달라 이즈미에게 부탁했고 그는 그걸 무리없이 들어주었다.


이곳은 이즈미가 만들어 둔 가장 완벽한 어항이었다. 안즈는 이곳에서만 숨을 쉬고 살아갈 수 있었다. 누가봐도 이상하고 기괴한 관계였지만 이즈미는 상관없었다. 안즈가 제가 만들어 둔 어항에서만 숨 쉴 수 있다면, 그 안에서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이즈미는 제 어깨에 기대어 어느새 잠들어 버린 안즈를 바라보며 빌고 빌어서 이제 외워버린, 그 소원을 다시 되새겼다.


이대로도 행복하니까, 제발 나를 떠나지마.


그걸로 충분했다.





















퇴고는 언젠가 하겠죠...?(지금 좀 해라) 뒷편도 언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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