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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안즈레이 : 유리어항 外 4 본문

안산블루스따즈

이즈안즈레이 : 유리어항 外 4

박로제 2017. 10. 19. 13:53



*EXO-유리어항을 들으면서 봐주세요.





기다려 달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없었다. 언제 올지도 모르는 기약 없는 미래를 기다려 달라고 말할 만큼 사쿠마 레이는 뻔뻔하지도 못했고, 이기적이지도 않았다. 그래서 헤어졌고, 그래서 놓아주었다. 평생을 품에 안고, 죽어서도 놓고 싶지 않았지만 사쿠마 레이는 감당해야할 것이 많았고, 자신의 행복을 위해 그 모든 걸 버릴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이건 도망쳐서도 안됐고, 외면할 수도 없는 자신의 문제였고 레이는 그 과정에서 안즈가 괴롭지 않길 바랐다. 그래서 그는 제 연인과 헤어졌다. 누군가는 그를 비난하겠지만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고 변명했다. 헤어지고 난 다음에 안즈가 어떻게 될지, 저밖에 모르는, 레이밖에 볼 줄 모르는 그만의 소녀가 어떻게 될지 알면서도 그는 네가 상처받지 않길 바란다는 비겁한 핑계를 대며 제가 잡았던 손을 놓아주었고, 제 어항에 두었던 그녀를 다른 곳으로 떠나보냈다.

그래서 레이는 안즈를 찾지 않았다. 내가 무슨 권리로, 어떻게 감히 너를. 그녀가 사라지고 모든 이들이 슬퍼하고 괴로워하며 애타게 안즈를 찾고 있을 때, 오직 레이만이 그녀를 찾지 않았다. 나를 피해서, 나와의 이별이 괴로워서 숨어버린 그 작은 아이를 찾을 자격은 사쿠마 레이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당신 때문에 그 아이가 숨었다고, 그러면서 뻔뻔하게 고개를 들고 다니냐고 비난했다. 어떤 이는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면 제발 알려달라고 그에게 애원했다. 찾으라는 사람이 있었고, 무슨 주제로 그 아이를 찾냐며 욕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사쿠마 레이는 그 사이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안즈를 데리고 있던, 그러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세나 이즈미처럼.

누가 데려갔는지, 그가 모를 리가 없었다. 그가 숨겨둔 장소는 쉽게 찾을 수는 없었지만 그게 누구인지를 아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학창시절부터 꾸준히 옆에 붙어서 제 심기를 건드려왔던 그 남자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아무리 헤어졌어도 그 이름이 주는 느낌은 그다지 썩 좋지는 않았지만, 레이는 안즈를 대하는 이즈미의 태도와 행동을 믿었기에 알면서도 입을 다물었다. 그녀가 세나 이즈미의 옆에서 혼자서 숨을 쉬는 법을 배우고 다시 홀로 설 수 있다면, 그리고 그걸 그 남자가 도와줄 수 있다면 레이는 정말로, 정말로 속은 좀 쓰라릴지언정 괜찮았다.


1년 전이었던가, 너무 힘들고 지쳐서 안즈가 보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꿈을 꿀 때마다 그녀가 나왔고, 꿈 속에서 안즈는 레이를 원망하지도 않았고, 보고싶었다고 웃지도 않았다. 그저 하염없이 안쓰러울정도로, 울기만 했었다. 그래서 찾지 않겠다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어기고 레이는 안즈를 찾아 다녔다.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넌 꿈 속에서처럼 울고 있는지, 그도 아니면 이제 나를 잊고 잘 살아가고 있는지. 그러나 작정하고 안즈를 데려가서 그녀를 숨겨 놓은 이즈미를 레이는 이길 수가 없었다. 정말 치밀하구만. 그 어떤 증거도 남기지 않고 태연한 얼굴로 살아가고 있는 그 남자를 볼 때마다 그럴 자격도 없는 주제에 붙잡고 안즈가 어디에 있냐고 따지고 싶었으나 그렇게 생각만 할 뿐, 그것을 실행에 옮긴 적은 없었다.

'그 분을 알고 계신다니까 말씀 드리는 건데... 상태가 그다지 좋지는 않으세요. 보호자가 있어서 그정도로 버티고 있는 거지, 혼자 있었다면...'
'보호자 분이 대단하시죠. 세상에 그렇게까지 타인을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은 잘 없어요.'
'...그다지 만나러 가는 걸 추천하고 싶지는 않아요. 환자 분은 지금 그 보호자를 제외하고 아무도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 상태니까요.'

아주 우연히 그 의사를 만났다. 술자리에서 만났고, 술에 취한 그 사람은 레이가 의도한 대로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곳이 어디에 위치해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제게 모든 걸 털어놓은 그 사람에게 미안하기는 했지만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알게 됐다고 해서 바로 찾아갈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데려오고 싶었지만, 당장 만나고 싶었지만 의사가 말했던 안즈의 상태를 생각하니 발걸음이 떨어지지를 않았다. 스스로를 그 공간에 가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죽은 것과 다름 없는 살아있는 시체. 술에 취한 의사는 자신의 환자를 그렇게 말했고, 레이는 그랬기에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태에서 자신의 발목을 붙잡고 있던, 그 족쇄같던 것에서 드디어 해방되었고, 레이는 그때 했던 약속을 떠올렸다.

'뻔뻔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렇지만 이미 약속을 한 일이잖아요?'
'내 욕심으로 헤어져놓고, 이제 다 해결됐으니 다시 만나자고 하는 건 욕심이고 뻔뻔한게지.'
'그도 그렇네요. 하지만 레이는, 그녀를 다시 만나고 싶잖아요?'
'...'
'레이. 저는 당신이 그녀를 만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때의 이별은 마무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당신의 일방적인 이별이었죠. 그런 건 둘다에게 좋지 못해요. 당신도 알고있지 않습니까? 예전의 관계로 돌아가기 위해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예전의 관계를 끊어내고 새로운 시작을 하기 위해서라도 당신은 그녀를 만나야해요.'

그러나 뻔뻔하게도 그녀를 만나러 갈 수는 없었다. 자신이 모든 일의 원인임을 레이 스스로도 자각하고 있었다. 내 욕심으로 또 그녀를 만나러 가서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망설이고 있을 때 와타루는 그렇게 말해주었다. 도망가지 말고 만나서 어떻게든 끝을 내야한다고.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일방적인 이별과 기약도 없으면서, 확신할 수도 없으면서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해버렸던 약속. 사쿠마 레이는 이 모든 걸 마무리 지어야 했다. 과거에 얽매여서 아직도 스스로를 가둬 둔 안즈를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자신이 먼저 움직여야만 했다. 그래도 확신이 서지 않아 한참을 고민하다가 드디어 결론을 내린 레이는, 제일 먼저 세나 이즈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더는 이대로 두고 볼 수가 없으니까, 내가 데리러가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을 뿐이라네. 아무래도 아가씨를 거기서 끌고 나올 수 있는 건 이 늙은이 뿐이니까 말이야."

다시 만나고 싶다는, 그런 뻔뻔한 이유로 그녀를 데리러 가겠다고 말한 것은 아니었다. 물론 아주 없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레이는 이 모든 게 끝나고 안즈를 데리러 갈 수 있길 바라고 바라왔으니까. 하지만 그게 지금은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솔직하게 제 속마음을 이야기하지 않고 그렇게 군 것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이 남자에 대한 감정이 좋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철없고, 나이에 맞지 않게 굴었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쿠마 레이는 이즈미 앞에서만큼은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 또 한편으로는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데 굳이 이 남자에게 솔직하게 말해야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 것도 있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전화를 했던 날 그렇게 말했고, 어찌보면 그게 자신이 여태까지 그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기도 했다. 더는 안즈를 그렇게 둘 수 없었다. 아직까지도 저를 잊지 못해서 그렇게 자신을 가둬두고 있는 것이라면 그걸 끊어내고 밖으로 데려갈 사람은 분명히 자신이었으니까.

그 작은 어항에서 두 사람이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레이는 알지 못한다. 그곳에서 자신을 잊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럴 자격조차 없으면서 그런 가정이 머릿 속에 떠오르자마자 가장 먼저 그가 느낀 감정은 불쾌함과 질투였다. 그래, 사실 한껏 포장해서 그럴싸하게 말했지만 기억도 하지못할 그때의 약속으로 안즈를 데리고 나온 것도 버리지 못한 미련과 욕심에 가까웠다. 이래서야 내가 악역같구만. 서럽게 울다가 지쳐서 그대로 쓰러져버린 안즈를 바라보면서 레이는 쓸쓸하게 웃었다.





유리어항
이즈미 x 안즈 x 레이





문을 열고 들어오니 아무도 없었다. 아, 이제 없구나.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도 별로 실감이 나지 않던 그 빈자리가 이제야 느껴지기 시작했다. 제 이름을 부르면서 다녀왔냐고 묻는 그 목소리가 더는 들리지 않았다. 더는 들을 수가 없었다.

숨이 막혀왔다.

그 남자가 오는 시간에 맞춰서 자리를 비운 것은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이즈미는 안즈가 사쿠마 레이를 따라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고, 그러면서도 그 믿음이 현실로 되는 걸 두려워했었다. 그래서 도망갔고, 그래서 저를 바라보는 안즈의 시선을 무시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안즈와 함께 했으면서도 이즈미는 안즈를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이건 믿고말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자신이 그토록 바라왔던 사람은 원래 그 남자의 것이었으니까. 그걸 알았기 때문에 이즈미는 안즈가 제 옆에 남을 거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일방적인 이별로 인해서 무너지고 망가진 존재를 드디어 제 손 안에 넣었다고 기뻐했었지만 그런 기분을 느낀 것도 아주 잠시뿐이었다. 제 옆에서 숨을 쉬고 살아갔지만 제 사람은 아니었다. 그녀를 지금 살아갈 수 있게 만든 사람은 세나 이즈미였지만 그렇게 간신히 살아가면서도 안즈는 아직까지도 사쿠마 레이에게서 벗어나질 못했다. 이제 그만하라고. 놔줄 때도 됐잖아. 본인이 감당하지 못해서 먼저 손을 놨으면, 제발 이 얘도 놓아달란 말이야. 밤마다 악몽을 꾸고 울면서 깨는 안즈를 달래주면서 세나 이즈미가 속으로 수십번, 수백번, 수천번을 되내인 말들이었다.

아침에 안즈가 자신을 깨우러 왔을 때 이즈미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 새벽마다 잠을 설쳐서 아침에 일어나는 걸 힘들어 하는 안즈가 자력으로 일어나서 저를 깨우는 건 정말 너무 오랜만이라서, 이즈미가 그렇게 느끼는 것도 이상한 건 아니었다. 누군가 깨워주지도 않았는데 혼자 일어난 것도 이상한데 아무것도 하지 않던, 그 무엇도 하지 않으려고 하던 안즈가 스스로의 의지로 부엌에 들어가 아침을 준비했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악몽을 꾸고 새벽에 울면서 깨지도 않았다. 드디어 괜찮아진건가, 그런 생각보다는 헛웃음이 나왔다. 일부러 말하지 않았는데 그 남자가 데리러 올 거란 걸, 본능적으로 알아채기라도 한 건가. 그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계속 이어져서 좋을 게 없는 이 관계를 얼른 정리해야한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이 비틀린 관계를 알고서도 시작한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으니까. 사랑에 눈이 멀어, 그토록 원했던 것을 드디어 가졌다는 성취감에 눈이 멀어서 외면하고 있었을 뿐이다.

'...나는 이즈미 네가 걱정이야.'
'...'
'오해하지마라. 스캔들같은 걸 걱정하는 건 아니고, 내가 담당하는 연예인이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아니야. 널 오래 봐왔던 사람으로서 세나 이즈미, 널 걱정하는 거야.'
'...알고 있어.'
'네가 원했던 게 이런 거라면 더 말은 안하겠지만... 지금 네가 어떤 꼴인지는 알아?'

오랜 시간 같이 해왔던, 그래서 유일하게 이즈미의 상황을 알고 있던 가족같은 매니저가 그에게 했던 말이었다. 제발 네 상태 좀 보라고. 지금 이 상황은 너한테도 마찬가지고, 그 여자한테도 좋은 거 하나도 없어. 알고 있다.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남자의 전화를 받고 아무 말도 못했던 거라고. 순간 차오르는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이즈미는 그렇게 소리치며 들고 있던 컵을 벽으로 집어던졌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깨지는 컵을 보고 있으니 문제의 그 날, 해외로케를 끝내고 도착하자마자 전화를 받고 달려갔던 안즈의 집이 떠올랐다. 부러지고 깨져서 모르는 사람이 보면 도둑이라도 든 것 같은 그 처참한 광경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그날 의사를 부르기 전에 깨진 유리를 치우느라 이즈미는 엄청나게 고생을 했었고, 후에 안즈는 그에 대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었다.

'나는, 나는 버틸 수 있었는데.'
'그 사람이 내 옆에 있어달라고 한 마디만 해줬어도 나는 버텼을 거예요.'
'근데, 근데 그 사람은. 아, 레이 씨, 레이 씨. 왜. 왜 날 버렸어요. 왜, 왜!'

이 집에 왔던 첫날, 새벽에 악몽을 꾸고 잠에서 깬 안즈는 이즈미를 붙잡고 레이에 대한 원망을 쏟아냈다.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건 그저 괜찮다고, 나는 네 옆에 있을테니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아주는 것 뿐이었다. 지금까지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다. 안즈에게도 지옥이었던 만큼 그녀를 옆에서 지켜봤던 이즈미에게 지나온 시간은 지옥에 가까웠다. 웃음을 잃었고, 예전처럼 웃는다는 게 어떤건지 기억나지 않았다. 후회할 때도 있었다. 그때 그 손을 내밀지 않았다면, 그때의 손을 잡지 않았다면 우리는 좀 더 다른 관계이지 않았을까, 하는 것들이었다. 그렇지만 그래도 안즈가 제 옆에 있었기 때문에, 안즈가 저로 인해서 살아갔기 때문에, 그녀가 제 어항에서 헤엄치고 있었기 때문에 세나 이즈미는 그 모든 걸 버틸 수 있었다. 안즈때문에 괴로워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가 존재하기에 이즈미도 숨을 쉬고 연기를 하면서 살아갈 수 있었다. 그래서 스스로가 망가지고 볼품없게 변해버렸다는 걸 알면서도 이 모든 걸 놓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네가 떠나버리면, 나는, 안즈.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아주 간만에 눈물이 나왔다. 이렇게 울어본 게 언제였더라.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았다. 너는 왜 내 사람이 될 수 없었을까. 쓸모없는 가정이었지만 만약 시간을 되돌려서 옛날로, 네가 그 학교에 전학왔던 그 날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가장 먼저 너를 만나러 갈 것이다. 그 남자가 너를 만나기 전에, 네가 그 남자를 사랑하기 전에, 내가, 내가 너를. 이런 생각을 해봤자 어차피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와 자신에 대한 혐오감, 회의감같은 부정적인 것들 밖에 남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세나 이즈미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로 이대로 죽어버릴 것 같아서, 그대로 숨이 멎을 것만 같아서 눈을 감고 그런 상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어항에 있던 사람은 누구인가. 이즈미는 자신의 어항에 안즈가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그저 밖에서 그녀가 편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어항의 주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세나 이즈미는 자신이 그 어항 속에 안즈와 함께 들어가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어항은 그녀를 위해서 만들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녀를 갖고 싶었던, 그런 자신을 위해서 만들었던, 오직 나만을 위해서 만들어진 작은 세상이었다.





**





'내가 여기서 나갈 수 있는 날이 올까요?'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로 그녀가 내게 그렇게 물었다. 나갈 수 있어. 나는 딱히 너를 붙잡아두고 있는 게 아니니까. 나가고 싶다면 네 마음대로 해. 더는 도망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괜찮아진다면 여긴 이제 필요없으니까. 나의 말에 그녀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보는 이가 안쓰러울 정도로 힘없이, 빛을 보지 못해 시들어버린 꽃처럼 웃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는 네가 이곳을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 남자를 잊지 않아도 좋으니까, 평생 내 품에서 그 남자의 이름을 부르며 울어도 좋아. 나를 미쳤다고 해도 상관없어.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해도 괜찮아. 그 누가 뭐라 해도 이게 나의 행복이니까. 너만 내 옆에 있어준다면, 망가진 상태로도 좋으니까, 나는 정말로 그걸로도 충분해. 우습지.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이곳으로 널 데려왔는데 오히려 내가 더 너에게 매달리고 있으니까 말이야. 그래도 상관없어. 누가 누구에게 속하든 말든, 내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제발 나를 버리고 가지 말아줘. 미안해. 너를 위한다고 만들었던 모든 게 전부 다 나를 위한 거였어. 그렇게라도 너를 붙잡아두고 싶었어, 나는. 안즈. 미안해. 그치만 부탁할게. 나를 위해서, 내가 살아가기 위해서 만들어진 세상 속으로 다시 돌아와줘. 제발, 네 것이 아닌 나를 허락하지 말아줘.

그 남자가 떠났던 날에 너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나는 너의 흔적이 남아있는 침대 위에 누워 닿을리가 없는, 이제는 별 소용도 없어진 그런 질문을 내뱉었고, 물론 답해줄 이 없는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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