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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안즈 커미션 본문

안산블루스따즈

이즈안즈 커미션

박로제 2017. 9. 23. 10:35



*납치와 감금 소재 있습니다.
*달개비(‪@imjh0420)님이 신청하신 커미션입니다. 공개 허락해주신 달개비님 감사합니다!





눈을 뜨니 애인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고,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니 익숙한 물건과 풍경이 보여서 이곳이 애인의 집이라는 것을 안즈는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즈미와 안즈는 밤에 바다를 보러갔었다. 겨울 밤바다는 추웠지만 예뻐서, 손을 잡고 해변길을 따라 걸으며 두 사람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보기 드물게 솔직해진 안즈의 애인은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계속 네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 옆에만 있어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안즈는 자신은 일을 해야하니 그건 곤란하다 대답했고, 그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말없이 차에 탔고, 안즈는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차안에서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안즈가 먼저 차를 탔고, 애인은 마실 것을 사오겠다면서 늦게 들어왔었다. 안즈는 그가 주는 커피를 마셨고, 그 뒤에 바로 잠에 들었다. 아, 수면제를 탔구나. 그걸 깨닫고 애인의 얼굴을 바라보니 그는 한숨을 쉬며 정말로 미안하다는 얼굴로 안즈를 바라보았다.

'험하게 데려와서 미안해. 근데 마땅한 방법이 생각안나서 말이야.'

이즈미는 피곤한 얼굴로 안즈를 바라보았다. 수면제, 이즈미의 집, 그리고 해변길을 걸으면서 나누었던 의미심장한 대화들까지. 안즈는 그가 왜 이런 짓을 했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이 사람과의 연애를 한 지도 어느새 8년이다. 안즈는 그가 아무 말 하지 않고 무표정으로만 있어도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그 누구보다 세나 이즈미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건, 소위 말하는 납치와 감금이었다. 아마 여기서 집에 가겠다는 말을 해봤자 소용없을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자신의 물건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서 자신의 휴대전화는 어디 갔냐 물으니 전원을 끄고 배터리를 분리해서 쓰레기통에 쳐박아두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 그럴 줄 알았다. 자신의 예상과 조금도 다르지 않아서 상황에 맞지 않게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래서, 이즈미씨가 원하는 게 뭐에요? 간단해. 네가 여기서 나가지 않는 것. 빠르게 돌아오는 대답 또한 예상했던 것이었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고, 그 날은 안즈의 예상보다 조금 빨리 왔을 뿐이었다. 사귀기 시작했을 때부터 주위의 모든 사람이 안즈를 말렸었다. 어떤 남자인 줄 알고 만나는 거냐고. 무서울정도로 집착하는 이즈미의 성격은 어른이 되어서도 변하지 않았다. 다만 보는 눈이 많았으니 참고있었을 뿐이다. 안즈는 그것을 알았고, 간간히 저를 향한 집착이 섞인 말도 알고 있었다. 나는 네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그러면 오직 나만이 너를 필요로 할텐데. 그리 말하는 연인의 눈에 담겨있던 감정은 집착과 광기였다. 이런 그가 무서웠던 때도 있었다. 그를 사랑하는 것과는 별개로 헤어져야 하는 걸까, 하는 고민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안즈의 애인은, 긴 시간 동안 그 감정을 누르며 안즈를 위해서 자신의 욕심을 참아왔다. 그런 그가, 더는 참을 수 없게 되었을 뿐이다. 안즈는 세나 이즈미를 사랑했고, 이 남자의 행복을 바란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즈미는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안즈에게 다시 한 번 덤덤한 말투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고, 안즈는 승낙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안즈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것을 따르겠다고 하자 먼저 말을 꺼낸 이즈미는 일이 너무 수월하게 풀려서 순간 당황했지만, 자신에게 나쁜 건 아니니 다시 원래의 텐션으로 돌아왔다.

'묶어둘 거예요? 수갑이나 밧줄같은 걸로.'
'그래주길 원해?'
'아뇨, 뭐. 이즈미 씨가 원한다면요.'
'그런 걸로 묶어뒀다가 손목에 상처라도 나면 어쩔려고?'
'...그런 것도 신경써요?'
'당연하지. 너 대체 날 뭘로 보고 있었던 거야?'

안즈. 믿기 어렵겠지만 말이야. 나는 네가 좋아서 가둬두고 싶은 거야. 누구의 손도 탈 수 없게 오로지 나만이 너를 보고 만질 수 있도록 하고 싶은 거라고. 그런 내가 너를 상처입게 둘 것 같아? 짜증스러운 얼굴과 목소리로 그리 말하는 이즈미를 보면서 안즈는 이 남자가 자신을 정말로, 아주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아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제가 그렇게 좋으세요?'
'하아? 그럼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를 내 집에 가둬둔다고 생각해?'
'그거야 그렇지만...'

아, 근데 이즈미 씨. 저 전화 한통만 하면 안되나요? 왜, 전화가 굳이 필요해? 아뇨. 전화 쓰지도 않을 건데 굳이 그대로 놔둘 필요가 없잖아요. 해지하려구요. 안즈가 이 말을 했을 때, 이즈미는 아주 멍청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수면제까지 써서 납치해와 가둬 둔 본인이 할 말은 아니지만 이즈미는 안즈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제대로 이해는 하고 있는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어째서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내 의견을 받아들이는 건데? 쓰레기통에 쳐박아 둔 휴대전화를 갖고 와 건네주면서 이즈미는 그렇게 물었다. 어째서 아무 반항도 없이 이 폭력적인 상황을 받아들이는 거냐고. 그에 안즈는 그 날 처음으로 웃으면서 이렇게 답했다.

'저도 좋아하니까요. 이즈미 씨를.'

당신이 저를 좋아해서 참았던 만큼 저도 당신을 그만큼 좋아하니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뿐이에요. 아. 정말 못참겠다. 이즈미는 이 사랑스러운 연인이 상처입는 것을 원하지는 않았지만 그날 밤에 미리 사두었던 가죽 수갑을 꺼내 안즈의 손목에 채워주었다. 이건 전부 네가 그런 말을 해서야. 어이없을 정도로 자신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말이었지만 안즈는 아무 말 없이 웃으면서 손목을 내밀 뿐이었다.



***



이즈미는 안즈를 가둬두기는 했지만 강압적으로 굴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예전보다 더 다정하고 자상하게 그녀를 대했다. 그는 안즈가 가만히 자신의 손길을 받아주길 원했다. 식사와 목욕은 모두 그의 손에서 이루어졌고 안즈는 그것을 받아주기만 하면 됐다.

"이렇게 살다가 이즈미 씨가 없어지면 저, 하루도 못버티고 죽을 것 같아요."
"그거 괜찮네."
"저 곧 걷는 법도 까먹을 것 같은데."
"그래주면 고맙지."
"아무것도 못하는 쓸모 없는 사람이 되어도 괜찮아요?"

오늘도 침대 위에 누워있던 안즈를 자신이 안고 욕실로 데려가 머리를 감겨 준 이즈미는 몇달 동안 많이 길어진 머리를 자를까, 말까 고민하다가 안즈의 말을 듣고는 웃으며 서랍에서 가위를 꺼냈다. 자신과 비슷한 푸른 눈이 대답을 원하는지 평소와 다르게 반짝반짝 거렸다.

"당연히 괜찮지. 내가 처음부터 바랐던 거니까."
"정말요?"
"미안한데, 나는 너랑 사귈 때부터 이런걸 바라왔어."
"..."
"나는 네가 나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길 원해, 안즈."

세나 이즈미는 열심히 노력하는 안즈가 좋았다. 누가봐도 부족해보이는 초짜 프로듀서.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게 더 많은 엉터리 프로듀서. 그러나 안즈는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해갔고 이즈미는 안즈에 대한 생각을 고쳐나갔다.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좋았고 그러면서 무리하는 모습이 걱정되서 화를 내기도 했다. 네가 성장했다는 것도 알아.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대단한 프로듀서니까. 그치만 무리하지는마. 「오빠」한테 조금은 기대라구? 그 이후로도 안즈는 무리해서 일을 진행했고, 그런 모습이 답답하기는 했지만 원래 그런 프로듀서였으니까, 그런 모습을 높이 샀으니 이즈미는 그런 안즈가 싫지않았다. 물론, 이것도 연인이 되기 전의 일이다. 소중한 여동생이 성장해가는 모습이 못마땅한 오빠는 없다. 그러나 연인이 되면서부터 이즈미는 그런 안즈가 마음에 들지 않기 시작했다. 졸업하자마자 트릭스타의 프로듀서로 다시 시작한 안즈가 그 업계에서 유명해지는 건 시간 문제였다. 누구나 안즈를 알고 있었고, 그녀가 담당하는 아이돌이 되고 싶어했다. 이즈미가 예전처럼 챙겨주지 않아도 그녀를 챙겨주고 걱정해주는 사람이 많았고, 안즈도 예전처럼 무리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즈미는 안즈에게 굳이 필요없는 사람이 되었다.

두 사람은 연인이었지만 이 관계가 영원하리란 보장도 없었다. 결혼도 마찬가지였다. 세나 이즈미는, 자신의 연인인 그녀를 아주 완벽하게 갖고 싶었다. 그녀가, 세나 이즈미가 없는 세상에서 단 하루도, 단 몇 시간도, 아니 1초라도 사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이 마음은 점점 커져서 예전과는 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둡고 음습한 집착이 되어갔다. 아무것도 모르는 안즈가 자신을 보고 웃을 때마다 죄책감이 생겼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마음은 금방 사라졌다. 그때부터 차근차근 계획을 세웠다. 안즈를 가둬둘 계획을. 그녀를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서 자신이 없으면 살 수 없게 만드는 계획을. 안즈가 이런 자신을 거부하고 도망갔을 때를 대비한 계획도 세워두었지만 다행히도 안즈는 그런 이즈미를 밀어내지 않고 받아주었다. 세나 이즈미의 계획은, 아주 완벽하게 실행되었다.

"...귀찮지 않아요?"
"전혀."
"정말요?"
"살면서 지금처럼 행복했던 적이 없어."
"이렇게 아무것도 못하는 저, 버리지 않을 거죠."
"재밌는 말을 하네."

길었던 안즈의 머리는 어느새 처음 여기에 왔을 때와 똑같은 길이가 되었다. 하는 김에 손톱도 정리할까. 서랍을 뒤져서 필요한 물건을 갖고 온 이즈미는 불안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안즈와 눈이 마주쳤다. 그래, 자신은 저 푸른 눈을 사랑한다. 자신과 똑같은 색을 가진 저 두 눈이 오직 자신만을 담기 원했고, 세나 이즈미는 그것에 성공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내가 없으면 죽어버리는 너를 내가 만들었는데, 어떻게 버릴 수가 있겠어."
"나는 한 번 내 손에 들어온 건 죽어도 놓지않아. 그러니까 그런 쓸데 없는 상상같은 거 안해줬으면 좋겠는데."

원하는 대답이 나오자 안즈는 그제야 안심한듯 불안했던 표정을 얼굴에서 지우고 웃는 얼굴로 두 손을 내밀었다. 그 모습이 정말 말 잘 듣는 강아지를 보는 것 같아, 이즈미는 그 손등에 살짝 입을 맞췄다. 안즈를 이렇게 만든 건 세나 이즈미다. 안즈가 말한 것처럼 몇달을 이렇게 지내면서 그녀는 많이 바뀌었다. 무슨 일을 해도 자기가 먼저 해보고 되지 않으면 그때서야 남에게 부탁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던 안즈가 이제는 이즈미를 불렀다. 한번은 식사 때 일부러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안즈를 바라보기만 하고 있으니 안즈는 숟가락을 들어 이즈미에게 건네 주었다. 먹지않고 왜 자신에게 주냐고 묻자 안즈는 당황한 얼굴로 그리 말했다.

'...내가 직접 먹어요?'

이즈미 씨. 숟가락질이라는 거 어떻게 하는 거였죠? 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물어보는 안즈를 보면서 웃음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은 이즈미는 그녀를 제 무릎 위에 앉힌 뒤에 평소처럼 식사를 했다. 처음에는 부끄럽다며 밥 정도는 자기가 알아서 먹겠다고 숟가락을 들고 먹여주겠다던 이즈미와 싸우던 안즈는 이제 이즈미가 자신에게 먹여주는 걸 아주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날, 자신에게 숟가락을 건네주던 안즈를 보면서 이즈미가 느꼈던 감정은 원하던 걸 드디어 가졌다는 만족감과 쾌감,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더 깊어진 독점욕과 지배욕이었다. 이즈미는 이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똑같은 집착이라도 한 번도 가지지 못한 것과 한 번이라도 가졌던 것에 대한 감정은 같을 수가 없었다. 그 소중한 것이, 집착의 대상이 자신을 떠나거나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지 알고 있기 때문에 가진 사람일 수록 더 집착하고 매달릴 수 밖에 없으며, 이즈미 또한 마찬가지였다.

사실 안즈가 사라지면 죽는 건 세나 이즈미도 마찬가지였다. 안즈는 이즈미가 사라진다고 해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원래 뭐든지 혼자서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더라도 금방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만 이즈미는 아니었다. 그렇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혀오는데, 안즈가 정말로 제 옆에서 사라진다면.

"이즈미 씨?"
"...아."
"갑자기 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
"괜찮...아. 별 거 아니니까 걱정 하지않아도 돼."

손톱을 정리하던 손이 갑자기 멈추고 웃던 얼굴을 찡그리며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을 뚫어져라 보는 이즈미가 이상했는지 안즈가 그의 이름을 불렀고, 그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이즈미가 아무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 단지 상상일 뿐이다. 안즈는 어디에도 가지 않고 그의 옆에 있었다. 이즈미가 좋아하는 머리를 하고, 그의 취향인 옷을 입고 그가 해주는 관리를 받으면서 오직 세나 이즈미만을 위해서 안즈는 존재했다. 안즈는 처음부터 그를 밀어내지 않았고, 앞으로도 이런 비정상적인 사랑을 받아줄 것이다.

"네가 사랑한 사람이 나라서 다행이야."
"뜬끔없이 무슨 말이에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네가 나를 사랑해서 얼마나 다행이야. 덕분에 별 문제 없이 평범하게 살고 있잖아?"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것 같은데요."
"누구 하나 죽지 않고 이렇게 살고 있으면 평범한 거지."
"또 무서운 소리한다."
"진심이야."
"하아...알고 있어요. 이즈미씨가 그런 사람인 거, 나를 붙잡고 옥상에서 밀어버리겠다고 할 때부터 알아봤다구요."
"그렇게 말하는 남자를 사랑하고 안즈도 악취미네."
"그럼 어떡해요. 그런 남자가 좋은 걸."

그해 여름에, 아직 안즈를 동생으로도 보지 않을 때 마코토의 옆에 붙어있는 모습이 보기 싫어 그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부터 안즈에게 집착하고 있었다는 게 보여서 조금 웃음이 나오는 과거였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런 말을 하는 남자에게 호감을 가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안즈는 그런 말을 옆에서 들었고, 이즈미가 마코토에게 했던 것들을 모두 알면서도 그의 고백을 거절하지 않고 받아주었다. 자신도 오래 전부터 선배를 좋아했었다는 말과 함께.

"그래. 그 마음 변치말고 죽을 때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네."
"변하면 어떻게 되는데요?"
"딱히 변하는 건 없겠지. 다만 지금 이 손목에 뭐가 채워진다는 것 정도?"
"답답해서 싫으니까 변치말고 그대로 있어야겠네요."

안즈는 웃으며 그렇게 말했고, 이즈미는 만족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방금 했던 말처럼 안즈는 절대로 변하지 않고 이 자리에 그대로 있을 것이다. 자신을 갉아먹고 있는 어둠이 믿어서는 안된다고, 그녀를 더 깊숙히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에 가두어야 한다고 속삭이고 있었지만 이즈미는 그 목소리의 유혹을 애써 무시했다. 이 말도 안되는 감금을 아무런 말 없이 받아주고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안즈를 위해서라도, 이즈미는 조금 더 자신을 억눌러야 했다.

그러니까, 내가 그 목소리를 계속 무시할 수 있게 절대 변하지 말고 그대로 있어줘 너는. 안즈의 하얀 손등 위에 입을 맞추며 이즈미는 애원했다. 자신이 지금보다 더 끔찍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금 더 자신을 억누르고 멀쩡한 사람인 척 할 수 있도록, 제발 이대로 있어만 달라고. 그리고 안즈는 이즈미의 마음을 눈치챈 것처럼, 말없이 그를 안아주었다. 나는 여기에 있어요. 그렇게 말해주는 것 같아 이즈미는 조금 눈물이 났다.



내가 변하면 어쩔 거예요?
굳이 그런 걸 상상해봐야 되나. 완전 짜증나거든?
아, 그 말투 오랜만이네요. 그냥 한 번 가정해보는 거죠. 이즈미 씨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서.
아아...정말. 뭐, 별 다를 거 없지. 나에게서 도망 간 너를 다시 잡아와서 이 집에 가두겠지.
그게 다에요?
끝은 아니지. 가뒀는데 나를 밀어내고 또 도망가려고 하면 그땐 어쩔 수 있나.
...
죽어야지, 같이.

살아서 함께 못하면, 같이 죽는 수밖에 없잖아?
그러니까 도망가지마. 나는 아직 너를 죽이고 싶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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