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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안즈 : you don't love me 본문

안산블루스따즈

레이안즈 : you don't love me

박로제 2017. 11. 4. 00:12



*호스트 소재 주의 해주세요.
*캐붕 주의하시고 뭐든지 괜찮으신 분만.

*Caro Eerald - you don't love me 를 들으시면서 봐주세요(__*)






자라온 환경탓인지, 아니면 타고 난 성격이 문제인지 정확하게는 알 수는 없었지만 안즈는 불면증이 있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수면제를 달고 살았는데, 그녀를 어린 시절부터 봐왔던 주치의는 그것을 걱정하여 약을 먹는 것보다는 차라리 사람을 만나는 게 어떻냐며 조언을 했었다. 부모님이 그 사실을 알면 당장 결혼하라고 할 걸요. 결혼을 해야 사람이 안정이 된다고, 너의 그 불안증세는 전부 결혼을 해서 가족을 만들지 않은 탓이라고. 물론 안즈는 그렇게 말하며 주치의 제안을 거절했다. 결혼만 하면 모든 일이 해결되는 줄 아는 제 부모님이 살아있는 한 자유롭게 연애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고작 그런 이유로 사람을 만나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내가 잠을 좀 덜 자면 되는 거겠지.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니었고, 나중에는 피곤하고 힘들어서 수면제를 입에 털어놓고 쓰러져서 며칠 동안 기절했던 적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안즈는 불면증을 고치기 위해서 누군가를 만나는 짓은 하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상대방을 만나는 건 어떻게 생각해도 실례였으니까. 너 잠 못자는 거, 외로워서 그러는 거 아냐? 저와 비슷한 성격의 친척은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렇게 말해주었고, 외로우면 연애를 하는 건 어떻냐며 주치의와 똑같은 조언을 했었다. 외롭다는 이유로 사랑없는 연애를 하라고? 더군다나 제 한 몸 추스르기도 힘든 그녀에게 상대방과 일상을 공유하고 감정을 주고받는 연애란 귀찮고 힘든 일이었다. 그렇다고 그 사람을 일방적으로 자신의 감정 쓰레기통으로 쓰고 싶지도 않았고. 그래서 몸에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안즈는 계속 그렇게 약에 의존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텨왔다.

'그게 문제라면 애초에 그런 용도의 사람을 만들면 되는 거잖아.'

그리고 안즈의 고민을 들은 친구는 뭘 그런 걸로 고민하냐며 해결책을 제시해주었다. 요컨대 연애만 하지 않으면 되는 거 아냐? 그럼 호스트를 만나면 되지. 나 가는 곳 있는데 가볼래? 굳이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괜찮잖아. 우린 어차피 정략결혼할 거고, 하기 전에 이렇게라도 즐겨봐야지. 돈만 있으면 뭐든지 다 되는 걸. 네가 부담가질 필요도 없어.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망설여졌지만 그냥 서비스업쯤으로 생각하면 편해진다고 친구는 계속 안즈를 설득했다. 계속 거절하기는 했지만 궁금하기도 했고, 수면제를 먹고 며칠씩 쓰러지는 것도 슬슬 곤란했던지라 결국 그녀의 설득에 넘어간 안즈는 제 친구를 따라 호스트바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이런 쪽에는 거의 문외한에 가까웠던 지라 처음에는 적응을 할 수가 없었고, 제 옆에 앉아 이것저것 말을 걸며 친한 척 다가오는 남자들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아 역시 괜히 왔나. 그런 생각을 하며 술만 마시고 있을 때 제 옆으로 와서 안즈가 이 분위기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이 있었다. 처음 오셨나요? 우연이네요. 저도 오늘이 처음이거든요. 빨간 머리의, 자색빛 눈동자를 가진, 당시에는 남자라기보다는 소년에 가까운 외모였던 츠카사였다. 서로가 이런 분위기는 처음이었기에 금방 친해질 수 있었고, 안즈는 가기 전에 그의 손을 잡고 내일 또 올테니 시간을 비워달라고 부탁했다. 그때를 시작으로, 안즈는 이곳을 제 집처럼 드나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츠카사만을 불렀지만 이 분위기에 익숙해지면서 안즈는 다른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그는 그게 서운한 것 같았지만, 츠카사를 보고 있으면 집에 있는 제 동생이 생각나서 민망할 때가 있어서 자주 부를 수가 없었다. 외모는 전혀 닮지 않았지만, 저를 누님이라고 부르며 따라 다니는 게 피는 섞이지 않았으나 친형제나 다름 없는 동생이 떠올라서 조금만 스킨십이 진해져도 불편했기에 어쩔 수가 없는 선택이었다. 그 말을 들은 그는 빨리 자라서 어른 남자가 될테니 조금만 기다려달라며 분한 얼굴로 눈물을 참았고, 안즈는 웃으며 기다려주겠다고 했다.

'나를 두고?'

물론 지금 만나는 그 남자가 이 이야기를 들으면 그렇게 말할 것이 뻔했다.

한 사람에게 정착을 하지 못하고 계속 다른 사람을 불러내서 같이 잤지만 효과는 반반이었다. 그렇다고 한 사람만 고정적으로 부를까 하다가 괜히 정을 줄까봐 무서워서 그러지 못했다. 그냥 놀자는 마음으로 왔다면 그런 걱정따위 하지 않았을텐데. 외로워서, 사람이 필요해서 왔기 때문에 안즈는 항상 그들에게 선을 그었고, 누군가를 고정적으로 부르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그 남자를, 사쿠마 레이를 계속 불렀던 건... 풍기는 분위기나 외모, 전체적인 이미지와 다르게 옆에 있을 때 가장 편한 사람이 그 남자였기 때문이었다. 옆에 사람이 있어도 깊게 잠들지 못하고 늦은 새벽에 깨서 다시 잠들지도 못하고 괴로워하던 일이 그를 만나면서 아예 사라졌다. 그래서 이러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그를 불렀다. 남자는 이곳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고, 만나기도 어려운 사람이라고 전해 들은 것과 달리 언제 어디서든지 제가 부르면 달려와주었다. 허나 그를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무것도 모를 때야 보고 싶을 때 바로 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나니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고객인 자신이 그다지 가지지 않아도 되는 죄책감이나 책임감같은 거였다.

'나 때문에 큰일나는 거 아닌가 몰라.'
'...너 못 들었어?'
'무슨 일 있었어?'
'유명하던데. 사쿠마 씨 고객 중에 내 친구랑 친한 사람이 있었나봐. 그래서 우연히 들었는데...'

그러니까, 뭐라더라. 분위기가 잡혔고, 키스하는 도중이었다던가. 아 이대로 계속 흘러갔으면 좋겠다고 빌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굴었는데 때마침 전화 벨소리가 울리더래. 솔직히 말하자면 걔는 그 상황에서 그 전화는 무시할 줄 알았대. 뭐, 이건 당연하잖아? 그냥 술만 마시던게 아니라 키스하는 중이었다잖아. 어떤 남자가 그 상황에서 전화를 받아. 그런데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전화를 받더라는거야.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로, 웃으면서, 상냥한 목소리로 이름을 불러주더니 곧 갈테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대. 그러고 전화를 끊어서 다시 자기한테 올 줄 알았는데 그대로 옷을 챙겨서 나가버렸다는 거야. 다른 남자 불러줄테니 걔랑 마저 즐기라는 말까지 하면서. 분하고 억울해서 복수하겠다고 울고 불고 난리치는 거 겨우 달래서 그 여자가 누구냐고 물어봤더니 네 이름을 말했대. 그래서 나한테까지 이야기가 흘러들어온 거고.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일이라서, 안즈는 친구가 가고 난 다음에도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호스트라는 사람들은 다 저런가? 자신이 특별히 잘해준 것도 없는데 그 남자가 그렇게까지 행동할 이유가 있나?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알 수가 없었고, 결국 안즈는 저를 만나러 온 레이를 붙잡고 직접적으로, 아주 대놓고 그 문제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다른 사람이랑 있다가 내 전화받고 온 적 있어요? 평소라면 이런 식으로 말하지 않았겠지만 확실한 답을 듣고 싶었기에 이렇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레이는 조금 난처한 얼굴로 웃더니, 이미 다 알고 물어본 거면 거짓말을 해도 소용없겠다며 긍정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랬어요. 내가 그런 거 이해 못해 줄 사람도 아닌데.'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구만.'
'오해요?'
'나한테 가장 우선 순위를 선택했을 뿐이라네.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아가씨를 만나는 게 내게 우선이었고, 그게 훨씬 이득이었으니 여태까지 그래왔을 뿐이네만...'
'....'
'그런 사람 한둘쯤 없어진다고 별로 문제될 것도 없으니 걱정말게나.'

걱정했던 것이 허무할정도로 레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그렇게 말했고, 그 남자가 이렇게까지 말하니 괜찮다면 괜찮은 거겠지 싶어서 안즈도 계속 제 마음대로, 자신이 편할 때 그에게 전화를 걸어 불러내거나 그를 만나러왔다. 실제로 지금까지 레이는 별 문제가 없어보였고, 가게에서도 그런 걸로 트집을 잡아서 뭐라고 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아, 이건 당연한가. 내가 한달에 여기에 얼마를 쏟아붓더라. 그런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하며, 안즈는 오늘도 그 남자를 만나러갔다.





**





사쿠마 레이는 이상한 남자였다. 아니, 이걸 이상하다고 하는 게 맞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어쨌든 안즈가 여태까지 봐왔던 호스트들과는 조금 다른 사람이었다. 결혼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내면 아가씨는 어떤 남자를 만나서 결혼하고 싶냐며 물어볼 때도 있었고, 그녀가 지금까지 만나왔던 남자들을 이야기도 즐거워하면서 들어주었다. 그러니까, 안즈의 남자관계에 별 신경을 안 쓰는 건 다른 호스트들과 똑같았으나 그녀가 다른 호스트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건 끔찍히도 싫어했다. 사실 그전까지는 그저 같은 침대에 누워서 잠만 자는 관계였을 뿐인데, 그 사이가 지금의 관계로 바뀌기 시작한 건 안즈가 츠카사의 이야기를 레이에게 했던 날부터였다. 여기에 처음왔을 때였는데요, 어색하고 적응도 못해서 그만 나갈까 생각할 때 내가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 애가 있었어요. 우리 동생같지만 않았어도 아마 계속 만났을텐데. 가만히 그 이야기를 들어주던 레이는 그게 누구냐고 물었고, 그 목소리와 표정의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한 안즈는 츠카사의 이름을 꺼내며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서, 그 동생같다는 꼬마랑 이런 것도 했는가?'

생전 처음 보는 얼굴로 서늘하게 웃으면서 제 위에 올라타더니 귓가에 그렇게 속삭이는데, 안즈는 처음으로 이 남자가 왜 위험하다는 말을 듣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날 얼마나 울었는지 아직도 그때를 떠올리면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처음도 아니었고, 만나본 남자가 적은 것도 아니었으나 그런 오싹한 경험은 처음이었다. 그때 레이는 기절하기 직전의 안즈를 붙잡고 그렇게 말했었다. 내가 지금 아가씨에게 집중하고 있으니까, 그런 자신 앞에서 그녀가 여기서 만났던 다른 남자 이야기는 절대로 하지말라고. 여태까지 만나왔던 다른 놈들은 신경쓰지 않고 그걸 받아줬겠지만 나는 상대가 누가 됐든 그런 걸 들어줄 마음이 없으니 또 한 번만 더 이런 일이 있으면 그때는... 뒷말은 듣지 않았지만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은 알 것 같았기에 안즈는 알겠다며 그의 입을 막았었다. 뒤에 친구한테 이때의 일을 이야기하니 자신이 실수한 게 맞다고, 원래 다른 사람 앞에서 그러는 거 아니라며 혼이 나고 반성하기는 했지만 아무리 제 실수가 맞다고해도 사쿠마 레이는 그때 과하게 화를 낸 게 맞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래도 자신이 고객인데, 갑의 위치에 있는 건 자신인데 그런 자신을 엉망진창이 될 때까지 괴롭혔다는 거에 따지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물론 한 번도 말해본 적은 없다. 무서웠으니까.

"...레이 씨는 진짜 이상한 사람이예요."
"내가?"
"여기에 레이 씨말고 다른 사람도 있어요?"
"혼자서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나 했더니..."
"그렇지만 이상한 사람 맞잖아요?"
"뭐가 마음에 안들어서 이러는가, 응?"

어린 아이를 대하는 것처럼 어르고 달래며 제 얼굴 곳곳에 키스하는 레이를 보면서 안즈는 짜증을 내며 저리가라고 밀어낼까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더 끈질기게 달라붙어서 자신을 괴롭힐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얌전히 그것들을 받아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지는 기분인데. 그런 생각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를 않았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런 억울함은 잊고 침대 위에 앉아있던 레이의 손을 잡고 얼른 들어오라며 끌어당겼다.

오늘도 안즈는 레이를 제 집으로 불렀고, 그는 평소처럼 바로 전화를 받더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오늘은 차가 밀렸는지 조금 늦었지만 그녀는 별 말 않고 여느때처럼 벨소리가 들려오자마자 빠르게 현관으로 달려가 문을 열고 그를 반겨주었다. 두번째 만남을 갖기 전에 우편으로 제 집 열쇠를 선물로 주었으나 레이는 항상 안즈의 집에 오면 열쇠를 쓰지 않고 벨을 눌렀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아 뭐라고 했더니 장난처럼 흡혈귀는 집주인이 초대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으니 그렇게 벨을 누르고 오는 거라면서 화제를 돌렸고, 캐물어봤자 답을 주지는 않을 것 같아서 안즈도 더는 묻지 않았다. 그보다 부른 사람은 나니까, 굳이 벨을 누르지 않아도 초대된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굳이 입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오늘은 무슨 일이라도 있었는지, 집에 들어오자마자 입고있던 자켓을 벗어던지더니 저녁은 먹었냐며, 자기도 아직이니 같이 먹자는 안즈의 말을 듣지도 않고 갑자기 둘러업더니, 그대로 침실로 걸어갔다. 다 좋은데 나 오늘 한 끼도 안먹었으니 밥은 좀 먹고 하자며 급하게 소리쳤더니 여기서도 먹을 수 있지 않냐는, 어울리지도 않는 저질스러운 말까지 하면서 기어코 안즈가 울 때까지 그녀를 몰아붙였다. 너무 짜증이 나서 홧김에 머리카락을 세게 잡아당겨 보기도 하고, 입 안으로 들어오는 혀를 깨물기도 해보고, 평소라면 당신의 유일한 재산인데 내가 어떻게 손을 대냐고 밀어냈던 그 등에도 잔뜩 손톱자국을 내주었지만 그래도 레이는 안즈를 놓아주지 않았다. 가끔씩 레이 씨는 우리 위치가 반대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다 끝나고 같이 목욕을 하면서, 가라앉은 목소리로 안즈가 그렇게 말했더니 우리 관계가 반대였다면 이걸로 끝나지는 않았을 걸, 이라는 답이 날라왔다. 그렇게 말하는 얼굴이 묘하게 싸늘해서 당장 내일부터 다른 사람을 부를까 싶었지만 이렇게 같이 침대 위에 누우니 역시나 아무래도 좋아져서, 안즈는 레이의 손을 잡고 장난치다가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아직 할 이야기가 남았는데 이렇게 자버리면 어떡하누..."

안즈가 제 옆에서 편안히 쉴 수 있었기에 여태까지 옆에 있을 수 있었던 거지만 이럴 때는 그런 것들이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아직 할 이야기가 남았고, 추궁할 것도 남았고, 제 지저분한 감정을 받아줘야 하는데 야속하게도 저를 버리고 잠든 안즈가 원망스러웠지만 그렇다고 하루종일 고생했다는 그녀를 깨울 수는 없었기에, 레이는 잘 자라며 이마와 뺨, 입술에 키스해준 뒤 춥지 않게 이불을 덮어주었다.


안즈때문에 연락처를 바꾸고, 자신이 만나던 모든 여자를 끊어내면서 레이는 굳이 가게에 나갈 필요가 없어졌지만 오늘은 지배인과 할 이야기가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안즈에게 연락이 오기 전에 가게에 들렀고, 덕분에 거기에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몇명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저와 상관없다 생각하여 지나치려고 했으나 안즈의 이름이 들려와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자신에 대한 건 못들은 척 지나칠 수 있었지만 그녀에 대한 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기에 레이는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서 그들을 지켜보았고, 그것도 모른 채 그들은 신난 목소리로 안즈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 기회가 생겨서 내가 그 방에 들어갔었단 말야? 난 너희랑 다르게 그 사람을 따로 만나본 적이 없어서 그냥 별 생각이 없었거든. 뭐 다른 사람이랑 똑같겠지, 하고 들어갔는데..'
'안즈 씨는 다른 사람이랑 다르지. 너 당장 사과해라.'
'아, 나도 알거든? 만나서 이야기해보니까 내가 잘못생각했구나 싶더라. 이런데 오는 사람들은 다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그 사람은 뭔가 달랐어. 좋은 베개가 잠시 자리를 비워서 어쩌나 하던 찰나에 여길 왔는데, 지배인이 당신이 제일 쿠션감이 좋다면서 추천해서 부른 거라고 하더라. 나 여기서 일하면서 그런 소리 처음 들어봤잖아.'
'생각해보니 나도 그런 이유로 그 방에 들어갔던 것 같은데...'
'아무튼 그런 사람은 처음이었어. 상대방을 자신과 비슷한 사람으로 보고 배려해주는 사람은. 꼬박꼬박 존대해주는 사람도 처음이었고. 할 수만 있다면 내가 계속 들어가고 싶었는데 그 '좋은 베개' 어제 돌아왔다면서.'
'진짜 부럽다니까. 양보 좀 해주면 안되나? 뭐가 부족해서 그렇게 독차지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혹시 모르지. 그 사쿠마 레이가 진심으로 누군가를 좋아하는 걸지도?'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며 웃고 떠들던 그들은 이제 슬슬 준비하자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가만히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레이는 그들이 나오기 전에 먼저 그쪽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지금 당장 물어봐야 할 것이 있었고,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이 사쿠마 레이인 걸 확인하자마자 저마다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레이는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며 얼마 전에 안즈를 만났다는, 그 중 한 명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엿들어서 미안하구먼. 그렇지만 우리 아가씨 이름이 나오니까 지나칠 수가 없어서 말일세... 무례를 용서하게나.'
'아,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그럴, 수도 있죠!'
'이해해줘서 고맙네. 자, 그럼... 내게 그때의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해줄 수 있겠나?'

내가 없는 사이에, 우리 아가씨와 만나서 무얼했지? 상냥하게 웃고 있지만 말하지 않으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눈빛과 차가운 목소리에 겁을 먹은 남자는 결국 안즈와 있었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말해주었고, 레이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다시는 만날 생각하지말라며 경고를 해준 뒤 뒤도 돌어보지 않고 가게를 빠져나왔다. 그때 마침 안즈에게 연락이 왔고, 레이는 타이밍도 좋다며, 그녀를 찾아가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냐고 따질 생각이었다.

물론 실패했지만. 막상 얼굴을 보니 그런 말은 나오지도 않았고, 이런 일이 또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말보다는 몸이 먼저 움직였다.

"나 하나로도 충분할텐데."

우리 아가씨는 어찌 이리도 욕심이 많은지. 옆자리를 바란 건 아니다. 그런 건 애초에 꿈도 꾸지 않았고, 설사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거절할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함께 누운 침대의 옆자리만큼은 죽어도 양보하고 싶지 않았다. 할 수만 있다면 미래 그녀의 남편에게도 주고 싶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시작한 관계가 어찌 이렇게 흘러갔는지 지금도 알 수 없지만, 레이는 이런 것들이 나쁘지 않았다. 그렇지만 너는 이런 말을 들어도 장난치지 말라며 그저 웃기만 하겠지. 안즈가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 원인은 자신에게 있었고, 지금까지 자신의 그런 행동이 나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지만 오늘은, 오늘만큼은 그런 자신을 원망하고 싶어진 레이는, 울고 싶은 기분이 억누르며 제 품으로 파고드는 안즈를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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