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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메노사키 백물어百物語 본문

안산블루스따즈/유메노사키 백물어

유메노사키 백물어百物語

박로제 2017. 11. 6. 19:09


*백물어百物語 : 백가지 괴담이라는 뜻으로, 여러 사람이 모여 촛불을 백 개 켜놓고, 사람마다 돌아가면서 괴담을 하나씩 하며 괴담이 끝날 때마다 촛불을 하나씩 끄는 것.









첫 번 째.

다들 번갈아가면서 집까지 데려다주기는 하지만 역시 자주 함께 가는 건 마오 군이예요. 뭐, 어쩔 수 없죠. 저는 남아서 철야를 하는 일이 많았고, 그건 마오 군도 마찬가지였으니까요. 그 날도 당연히 저는 마오 군이랑 집으로 돌아갔고, 평소랑 다른 점은 없었어요. 아, 조금 다르기는 했나? 그래도 제 앞에서는 항상 웃던 사람이었는데, 그날따라 이상하게 얼굴이 굳어있었어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냐구요? 어... 피곤한가보다 했어요. 마오 군이라고 항상 웃고다닐 수는 없는 거니까요. 아무리 제 앞에서라도. 뭐, 표정만 그랬지 대화는 평소와 똑같았으니까 더 의심을 못한 거도 있어요.

조금만 일찍 나왔다면 집에 들어와서 밥이라도 먹고 가라고 할 생각이었는데, 집도 정반대인데 너무 늦은 시간까지 붙잡아두는 것 같아서 어제는 말도 못꺼냈어요. 마오 군이 저희 집에서 편하게 쉴 수 있긴 하지만, 그래도 자기 집에서 쉬는 거랑은 다르잖아요? 그래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고맙다고, 너무 늦었으니 얼른 집에가서 푹 쉬라고 말한 뒤에 저는 집으로 들어갈려고 했는데... 마오 군이 저를 잡았어요. 네, 제 손을 잡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굉장히 이상했던게... 마오 군은 체온이 높은 편이라서, 항상 손이 따뜻하거든요. 그런데 어제 저를 잡은 손은 굉장히 차가웠어요. 약간 소름끼칠 정도로. 

'안즈. 나랑 어디 가지 않을래?'
'어... 지금?'
'그래. 지금.'
'어디로 갈건데?'

그렇게 물어봤더니 대답도 하지 않고 웃는데... 무서웠어요. 마오 군이 이렇게 웃는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리츠 군만큼 그를 오래 봐온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함께 해 온 시간 동안 많은 모습을 봤기 때문에 마오 군을 어느정도는 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처음 보는 얼굴로 웃고 있었어요. 그 웃는 얼굴 뒤로 새까맣고 불길한 무언가가 보일 정도로. 상상해보세요. 처음 보는 친구의 무서운 얼굴, 이미 해는 지고 없어서 새까만 하늘, 그라고 그 뒤로 선명하게 보이는 불길한 무언가. 아, 여기서 같이 가겠다고 하면 큰일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황급히 고개를 저었어요. 혹시라도 무서워하는게 들킬까봐 연기를 하긴 했는데... 먹혔을지는 모르겠네요.

'마오 군. 잊었어? 내일 아침에 트릭스타끼리 모여서 회의 있잖아. 지각하면 호쿠토 군이 화낼 걸.'
'...'
'이사라 너마저 지각이냐! 하고 혼낼 걸. 그치? 그러니까 나중에 함께 가자.'

안그래도 무서운 얼굴에서 미소가 지워지니까 정말 무서웠어요. 아마 그때 제대로 서있기도 힘들었을 거예요. 마오 군은 잡았던 제 손을 놔주었고, 그래, 잘가. 라는 말을 남기고 뒤를 돌아서 천천히 걸어갔어요. 그런데 갑자기 딱 멈추더니, 뒤는 돌아보지 않고 그렇게 중얼거렸어요. 작은 목소리였지만 확실히 들렸어요. 거짓말. 네, 거짓말이었어요. 내일 아침에 그런 약속같은 건 없었거든요. 마오 군이 진짜 마오 군이었다면... 그걸 모를리가 없는 게 당연하지만... 아무튼 저는 곧바로 집으로 뛰어들어갔고, 그 뒤는 잘 몰라요. 


다음 날에 우연히 복도에서 마오 군을 만나서, 어제 이야기를 했어요. 마오 군. 어제 나한테 같이 가자고 했던 곳이 어디야? 사실은 그냥 묻어두는 게 좋을 것 같았지만, 왠지 확인하고 싶었어요. 뒤에 들려오는 답을 듣자마자 후회하기는 했지만.

'응? 어제 다른 녀석이랑 간 거 아니였어? 어제 학생회 업무때문에 먼저 가라고 전달했던 것 같은데...'

어제 그 사람은 대체 누구였을까요. 그리고 저를 어디로 데려갈 생각이었던걸까요. 아직도 모르겠지만, 알고 싶지는 않아요.





두 번 째.

그날도 학교에 늦게까지 남아서 의상을 만들고 있었어요. 너무 늦게까지 일하는 거 아니냐구요? 하지만 집에서 하는 것보다 학교에서 하는 게 더 잘 되는 걸요. 방해하는 것도 없으니 집중도 잘되고. 간혹 쿠누키 선생님에게 걸려서 혼나긴 하지만요. 으음, 네. 이번에 그 이야기예요. 

며칠 전에 밤늦게까지 교실에 남아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복도에 불빛이 보이는 거예요. 그러니까... 손전등? 같은 거라고 해야하나. 확신을 못하는 건 일반적인 손전등불빛과는 조금 달랐거든요. 아무튼 경비아저씨거나 쿠누키 선생님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쪽이든 걸리면 혼나는 건 마찬가지라서... 짐을 급하게 챙기고 책상 밑에 숨어있었어요. 그러니까...어... 교탁 밑이었던가? 어쨌든 지나가는 사람이 볼 수 없는 곳이었어요. 교실에 들어와서 둘러봐도 보이지 않는, 제가 평소에 자주 숨는 곳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런 걸 어떻게 알고 있냐고 묻지 말아주세요. 흠, 흠... 가방을 끌어안고 그 불빛이 사라질 때까지 조용히 숨어있었는데 갑자기 교실문이 열렸어요. 여기까지는 예상했던 거라서, 별로 놀랍지는 않았어요.

'이 시간에 학교에 있는 나쁜 학생은 어디 있는가.'

처음 듣는 목소리였어요. 아니, 쿠누키 선생님이랑 비슷하다는 생각은 들었는데 전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걸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거든요. 거기다가 목소리도 고장난 라디오가 지지직 거릴 때 나는 그 소리있잖아요, 그게 생각났어요. 뭔가 질질 끌리는 소리도 나고. 그 정체불명의 쿠누키 선생님은 교실을 한 바퀴 돌더니 아무도 없는 걸 알자 이제 볼 일이 없다는 듯 여기에서 나가려고 문을 열었는데, 거기서 긴장이 풀린 제가 숨소리를 내고 말았어요. 그 순간 교실이 조용해졌고, 저는 급하게 제 입을 막았어요. 설마 들킨걸까. 질질 끌리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고, 선생님은 바로 제 앞에 섰어요.

무서운 이야기를 해드릴까요? 질질 끌리는 소리가 났다고 했잖아요. 그거 칼이었어요. 예전에, 죄인의 목을 벨 때 썼다던 그 커다란 칼이요.

'나쁜 학생은 여기 있는가.'

전 제가 그 상황에서 소리를 지르지 않은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아마 다른 사람이었으면 비명을 질렀을 거예요. 벌벌 떨면서 엄마아빠도 불러보고, 신님도 불러보고, 앞으로 밤늦게까지 남아서 일하지 않겠다고 속으로 빌고 또 빌었어요. 그런 제 기도가 먹혔는지 제 눈 앞에 있던 그 무언가는 몸을 돌려서 다시 교실문으로 걸어갔어요. 그 커다란 칼을 질질 끌면서요. 교실문이 닫기고, 그 소리가 사라질 때까지 저는 얌전히 그 교탁 안에 숨어있다가 이 교실 옆의 계단으로 그 무언가가 윗층으로 올라가는 소리를 듣자마자 급하게 교실을 빠져나와서 미친 사람처럼 달렸어요. 여기서 잡히면 큰일난다고. 열쇠로 문을 잠그지 않은게 중간에 기억이 났지만 지금은 그런것보다 살아남는 게 중요했으니까요.

다음 날에, 다른 애들이 같이 점심시간에 밥을 먹다가 그때의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데 얌전히 제 이야기를 들어주던 호쿠토 군이 이러더라구요.

'쿠누키 선생님은 어제 일이 있어서 일찍 퇴근하셨잖아, 안즈.'
'어...?'
'그리고 어제는 경비 아저씨도 없었어, 안즈 쨩.'

마코토 군의 말까지 들으니까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러면, 내가 본 건 대체 무엇이었을까요. 쿠누키 선생님도, 경비 아저씨도 없는 학교를 지키는 무언가였을까요?





세 번 째.

아, 이제는 제 「차례」인가요~? 그다지 신기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들어주시겠어요?

저는 그 날도 분수대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었답니다. 그 날은 굉장히 날이 더웠고, 이상하게도 물은 엄청나게 차가웠어요. 저는 더운 건 「질색」이라서 평소보다 더 들떠있었지요. 그래서 별로 깊지도 않은 분수대의 안으로 어설프게 헤엄까지 치면서 들어갔는데... 아직도 이해를 못하겠지만, 입에 들어오는 물이 마치 바닷물처럼 짰어요. 처음에는 제가 없는 사이에 「와타루」가 장난이라도 쳐둔 건가~했었답니다. 와타루는 이런 장난을 자주 쳤으니까요.

하지만 더 이상했던 건, 바닥이 보여야 할 분수대가 바닥이 보이지 않았던 거랍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수영」을 못하는데, 어째선지 물고기 씨처럼 헤엄을 치고 있었던 것도 이상했구요.  그래서 주위를 둘러봤더니... 책이나 영상으로만 봤던 바닷 속의 세상이 펼쳐져 있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어요~ 

'이리와, 이리와.'

너무너무 예쁜 그 모습에 정신이 팔려서 헤엄치는 것도 잊고 가만히 그걸 보고 있으니까,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답니다. 이리와, 이리와. 라고. 끝이 보이지 않는 저 어둡고 깊숙한 「심해」에서 저를 부르는 것 같았어요. 이런 걸 자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쩐지 그 「목소리」에는 힘이 있어서 저도 모르게 그쪽으로 계속 헤엄쳐들어갔는데... 그때,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카나타 군!'

네. 「카오루」의 목소리였답니다. 정말 놀란 얼굴의 카오루가 저를 보고 있었는데... 그때까지도 지금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아 멍하니 있으니까, 정신 좀 차리라며 카오루가 등을 때려주는 바람에 속에 있던 물을 다 토해내고 가까스로 「상황파악」을 할 수 있었지요. 후후후... 「카오루」, 그때 많이 아팠다구요~? 나중에 똑같이 돌려줄테니까 기대하세요...♪

토해낸 물은 바닷물처럼 짜지 않았어요. 네, 평소의 분수대의 물과 똑같았답니다. 

'얼마나 놀랐는 줄 알아? 분명히 분수대에서 평소처럼 물놀이라도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정말 물에 빠진 익사체마냥 둥둥 떠있다가 갑자기 새까만 손이 카나타 군을 잡고 끌고 갈려고 하길래, 급하게 잡아당겼다고!'

그 새까만 손은 아마도 저를 데려가려고 계속 「이리와, 이리와.」했던 것들이겠죠? 뭐, 진실은 알 수 없지만요...♪





네 번 째.

이번에는 내 차례인가? 후후, 별로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들어주겠어?

나는 어릴 때 사신을 본 적이 있어. 집안 어른 중 한 명의 장례식이었던 걸로 기억해. 매체에서 보던 모습이랑은 조금 달랐지만... 새까맣고, 불길하다기 보다는 무서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지. 처음에는 장례식을 도와주려고 온 사람인 줄 알았는데, 보니까 나만 보있는 것 같았어. 후후, 일찍 죽을 목숨이어서 그랬던 걸까? 뭐 어쨌든, 사신을 본 건 처음이라서 신기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더니 내 시선을 느꼈는지 그 사신이 뒤를 돌아보더니, 나를 발견하고는 아주 큰소리로 혀를 차기 시작했어. 안타깝다는 듯이, 너무 안타까운 목소리로 안타깝구나, 안타까워. 이렇게 말이야. 뭐가 안타까웠던 걸까나. 죽어야 할 목숨이 억지로 생명을 이어가고 있어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사신은 그 말만 남기고 사라졌지. 뭐 어떤 이유든 간에 좋은 의미는 아니였을거야.

며칠 전의 일이야. 그 날은 간만에 몸이 좋아서, 일부러 차도 타지 않고 걸어서 집에 가는 길이었어. 케이토가 당장 차를 부르라며 잔소리를 했지만 이렇게 좋은 날 차를 타고 싶지는 않아서 몰래 빠져나왔지. 정말, 케이토는 걱정이 너무 많다니까. 

몸도 좋고, 기분도 나쁘지 않았고, 일도 잘 풀려서 정말 간만에 최상의 컨디션이었는데 집으로 가는 길에 횡단보도 앞에 서있는 와타루까지 발견했어. 내가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대충 감이 오니? 응. 나는 정말 기분이 좋았어. 그래서 와타루가 약속이 없다면 집으로 불러들여서 간만에 함께 차라도 마시지 않겠냐고 권유할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그가 움직이기 시작했어. 아직 빨간불이었는데 말이지.

'와타루!'

와타루는 기상천외한 일을 일으키는 기인이었지만 빨간불에 겁도 없이 도로를 건널 사람은 아니야. 뭐, 그라면 달려오는 차도 피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논점은 이게 아니라... 사실 반대편에서 커다란 트럭이 달려오지만 않았어도 나는 내가 있는 걸 눈치채고 그런 나를 즐겁기 해주기 위한 와타루의 위험하고 철없는 장난이라고 생각했을거야.

하지만 그거 아니? 와타루는 항상 예상 밖의 사건사고를 일으켜서 날 재밌게 해주지만 자신의 목숨을 걸지는 않아. 

나는 들고있던 가방을 집어던지고, 평소보다 더 빠르게 와타루를 향해 달려갔어. 다행히도 마치 무언가가 실로 조종하는 것처럼 부자연스럽게 움직이던 와타루는 금방 내 손에 잡혔고, 나는 와타루가 트럭에 치이기 전에 구해낼 수 있었어. 아아, 모처럼 좋은 컨디션이었는데. 내가 있던 곳에서 사고현장이 될 뻔 했던 곳까지는 제법 거리가 있었고, 그 거리를 평소보다 무리해서 달렸으니 힘들지 않을 리가 없잖아? 이대로 심장이 멎어버릴 것 같았는데, 정신을 차린 와타루가 괜찮냐며 내가 다시 숨을 쉴 수 있게, 이 빌어먹을 심장이 진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지.

'괜찮나요 에이치?'
'하아...잠시만, 응. 그래. 괜찮아. 괜찮아졌어.'
'다행입니다. 어디 아픈 곳은 없죠?'
'오히려 내가 묻고 싶을 말인데. 와타루. 왜 빨간불인 걸 알면서도 멈추지 않고 걸어갔니?'
'...제가 그랬다구요?'

내 말을 들은 와타루는 무슨 소릴하냐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고, 나는 방금 전의 상황에 대해서 빠짐 없이 이야기해주었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와타루에게는 기억이 없다는 거야. 그냥 길을 건너려고 서있다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믿기 어려웠지만 내가 자기를 붙잡아서 끌고오기 전까지의 기억이 없다고 말하는 그 얼굴은 진심이었으니 나는 믿어줄 수밖에 없었지만.

'아깝구나, 아까워.'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어.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았고, 황급히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난 쪽을 쳐다보니 도로 건너편에서 어릴 때 봤던 사신이 그때와 똑같은 얼굴로 혀를 차며 그렇게 말하더니 사라졌어. 

뭐가 그렇게 아까웠던걸까, 그 사신은. 궁금한 게 생겼는데 말이야... 그 사신이 노리던 건 와타루였을까, 그것도 아니면 와타루를 구하기 위해서 그 도로로 달려든 나였을까? 





다 섯 번 째.

들은 이야기예요. 

저와 트릭스타의 네 명은 여름에 같이 합숙을 갔었어요. 먼저 가자고 한 건 스바루 군이었고, 합숙장소를 찾아온 건 마코토 군, 그리고 호쿠토 군과 마오 군이 예산을 짜고 계획을 세웠어요. 음, 이번에 저는 할 일이 없었어요. 다들 우리 프로듀서는 이번에 쉬어도 좋아! 라고 말했으니까, 사실 저도 같이 도와주고 싶었지만...이건 안즈를 위한 여행이니까, 안즈는 아무것도 하지말고 그저 받아주기만 하면 된다고 해서, 오랜만에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던 것 같아요.

합숙이라고는 말했지만 사실은 그냥 놀러간 거나 다름없었어요. 네 사람도 쉴틈없이 달려왔고, 그건 저도 마찬가지였으니까요. 도착한 여관은 온천으로 굉장히 유명한 곳이었는데- 나중에 또 가고 싶을 정도로 좋았어요, 진짜로. 방은 원래는 따로 잡을 생각이었는데, 제가 같이 자고 싶다고 강력하게 주장한 것도 있고... 모처럼 함께 온 여행이니까, 한 방에서 같이 자는 것도 좋지 않냐는 마코토 군의 말에 커다란 방을 하나 잡았어요. 후후, 호쿠토 군이 의외로 잠버릇이 나쁘던걸요.

여관 근처를 돌아다니면서 여기저기 구경도 하고, 온천도 들어가고, 학생들끼리 놀러온 모습이 보기 좋다며 맛있는 걸 서비스로 주신 덕분에 배부르게 먹고 카드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한창 때의 남자애들이라 그런지 다들 금방 배고프다고 난리더라구요. 그래서 저랑 호쿠토 군이 근처 편의점에 다녀오기로 하고 나왔는데... 우리 두 사람 사이에는 별 일이 없었어요. 오는 길에 이상한 일도 없었구요. 그런데 여관에 남아있는 사람들한텐 이상한 일이 있었나봐요.

저와 나갔던 호쿠토 군이 다시 돌아왔다는데, 사실 여기서부터 다들 이상하게 생각했대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호쿠토 군이 저를 두고 갈 리가 없으니까요. 그래도 다들 제 고집을 알고 있으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길려고 했는데, 자리에 앉은 호쿠토 군이 갑자기 이상한 말을 하더래요.

'백물어를 알아?'

백물어를 아시나요? 백가지 괴담이라는 뜻으로, 여러 사람이 모여 촛불을 백 개 켜놓고, 사람마다 돌아가면서 괴담을 하나씩 하며 괴담이 끝날 때마다 촛불을 하나씩 끄는 것. 사전적인 의미는 이래요. 괴담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 번 쯤은 들어봤을 이야기죠. 갑자기 엉뚱한 소리를 하는 호쿠토 군때문에 다들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데, 그렇게 잘 웃고 화는 내본 적도 없는, 그 스바루 군이 정말 싸늘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대요.

'우리는 「세 사람」이니까 그건 무리지 않을까?'

분명히 방 안에는 네 사람이 있었는데, 스바루 군은 강조하듯이 그렇게 말했대요. 「세 사람」이라고. 호쿠토 군은 그래, 세 사람이라서 무리지. 하고 아쉽다는 얼굴로 웃었는데... 마코토 군이 그때 정말 무서웠다고, 한 여름인데도 아주 추운 설산에 있는 기분이었대요.

'다녀왔어- 어라, 다들 표정이 왜 그래?'

때마침 저와 호쿠토 군이 돌아왔고, 스바루 군이 기다렸다는 듯이 저와 호쿠토 군에 달려왔어요. 마코토 군은 무서웠다면서 울 것 같은 얼굴로 한숨을 쉬고 있었고, 마오 군은 아직도 긴장이 덜 풀렸는지 그 자리에 굳어서 눈만 깜빡거리고 있었구요.

그거 알아요? 백가지 괴담이 끝나면 청행등이라는 요괴가 나타나서 귀문을 연다고 해요. 그 호쿠토 군의 모습을 한 무언가는 귀문을 열고 싶어했던 요괴가 아니었을까요.


그런데, 이게 몇 번째 이야기인지 혹시 알고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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