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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메노사키 백물어百物語 본문

안산블루스따즈/유메노사키 백물어

유메노사키 백물어百物語

박로제 2017. 3. 25. 21:20


*백물어百物語 : 백가지 괴담이라는 뜻으로, 여러 사람이 모여 촛불을 백 개 켜놓고, 사람마다 돌아가면서 괴담을 하나씩 하며 괴담이 끝날 때마다 촛불을 하나씩 끄는 것.

*노래를 들으시면서 봐주세요




 일어나보니 이미 해가 져있었다. 잠에 들 때만 해도 해가 떠있었는데. 크게 하품을 하며 관에서 일어나 경음부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오니 당연하게도 학교의 불은 다 꺼져있었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학교에 급한 공사가 있어서 레슨도, 부활동도 없는 기이한 날이었다. 점심 때 만나러 온 아오이 쌍둥이 형제들에게 관련 이야기를 들었던 게 기억이 났다. 모처럼의 휴일이니 아마 다들 학교에 남아있지 않고 바로 집으로 갔을 것이다.

 레이는 문득 한 소녀가 생각이 났다. 융통성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어서 이런 날에도 학교에 남아서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은 이 학교의 유일한 프로듀서. 레이가 알고있는 안즈는, 아마 지금까지도 학교에 남아 일을 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무리하지말라고 그렇게 말해도 알겠다고 대답만할 뿐, 다시 또 무리하며 일을 해서 레이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럼, 교실에 한번 가볼까. 안즈는 항상 자신의 교실에서 의상을 만들고 있었으니 아마 오늘도 그럴게 분명했고, 레이는 태양이 지고있는 붉은 하늘을 바라보며 천천히, 어두운 복도를 걸어갔다. 보통 사람이라면 겁을 먹고 도망갔을 어두운 복도와 마치 하얀 도화지 위에 피가 떨어져 번진 것처럼 붉은 하늘이었지만 항상 이 시간에 눈을 뜨는 레이에겐 무섭다긴 보다는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이런."

 도착한 안즈의 교실은 문이 닫겨있었고, 불이 꺼져있었다. 일찍 들어갔나보군. 오늘은 한 번도 얼굴을 보지 못해서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지금 이곳에 없다는 건 집에서 쉬고 있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뜻이니 그렇게 아쉽지는 않았다. 자아, 그럼 이제 나도 슬슬 돌아갈까. 확인하고 싶은 것도 확인했고, 지금은 밤의 시간. 레이가 깨어있을 시간이니 굳이 아무도 없는 학교에 남아있을 이유는 없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짐을 챙기기 위해 다시 경음부실로 돌아갈 때, 복도 저 끝 어둠 속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저건 발걸음 소리는 아니었다. 뭔가 질질 끌리는 소리가 났다. 걷는 걸 잠시 멈추고 그 소리가 들리는 곳을 뚤어져라 쳐다보니, 저녁 노을이 복도 창문으로 들어오면서 걸어오던 사람의 모습을 비춰주었다.

 그 사람은, 안즈였다.

 익숙한 얼굴이 보이자 레이는 긴장을 풀었고, 한숨을 쉬며 안즈를 향해 걸어갔다. 집에 간 줄 알았더니, 아직 학교에 있었구먼. 레이가 그렇게 말하자 안즈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레이씨.」

 익숙하지 않은 호칭이 안즈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소녀는 항상 그를 「사쿠마 선배」라 불렀고, 이름을 부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그다지 싫은 느낌은 아니었다. 다만, 자신을 부르는 안즈의 목소리가 조금 어색하게 들렸을 뿐이었다. 소녀는 사랑스러운 얼굴로 미소지으며, 레이에게 자신을 따라오라고 했다. 술래잡기라도 하자는 겐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그리 말했지만 안즈는 따라오라고 손짓만 할 뿐이었다.


 평소라면 무시하고 갔을텐데 따라간 것은 왜일까. 자신의 이름을 불러서일까, 아니면 평소와 분위기가 달라서일까.똑같은 얼굴의 다른 사람이 눈앞에 서있는 기분이었다. 당연히 의문을 가지고 소녀를 쫓아가는 것을 멈춰야 했지만 왠지 멈출 수가 없었다. 거기다가 지금은 밤이었고, 이 시간이 되면 체력이 돌아와서 따라잡는 것도 금방일텐데 도통 잡히지가 않았다.

 이 복도가 이렇게 길었던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레이는 자신이 뛰고있다는 걸 깨달았다. 숨이 찰리가 없는데도 숨이 찼다. 어두운 복도 내에서 안즈의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웃음인데도, 소름이 끼쳤다. 힘이 들어 잠시 멈추면, 안즈도 멈춰서서 레이를 기다렸다. 기다리고 있을게요, 나를 잡아보세요. 웃는 얼굴은 그리 말하는 듯 했다. 그럴 때마다 멈춰서있는 안즈에게 악을 쓰며 달려가 눈 앞에 보이는 소녀를 향해 손을 뻗으면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졌고, 레이의 한참 앞에서 즐거운 얼굴로 달려가고 있었다.


 한참을 달리던 안즈는 갑자기 멈춰섰고, 만족한 얼굴로 웃으며 자신을 향해 달려오던 레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술래잡기는 끝났어요, 힘들었죠? 어서 와요, 「레이씨.」 그 웃는 얼굴이 아주 많이, 사랑스러워서 레이는 화를 내는 것도 잊고 여우에 홀린 사람처럼 천천히 안즈를 향해 걸어갔다. 가만히 서있던 소녀는 두 팔을 벌리더니, 얼른 여기로 오라고 재촉했다. 오늘따라 정말 이상하구만. 어디 아프기라도 한건가? 그리 물었지만 안즈는 웃기만 할 뿐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쏟아지는 달빛 아래에 서있는 소녀는, 기묘하고 괴이한 분위가를 풍기며 서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안즈는 조금 다급한 목소리로 레이를 부추겼고, 그는 천천히 소녀에게로 걸어갔다.

빨리 내게로 와요. 내가 기다리고 있잖아요.

 눈앞이 점점 흐려졌다.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걸어가자, 더는 기다릴 수 없었는지 안즈가 먼저 다가와 레이를 안으로고 할 때,

"형!!!"

 갑자기 누군가가 뒤에서 레이를 형이라고 부르며 교복을 잡아당겼고, 예상치 못한 일에 당황해 대처를 할 수 없었던 레이는 그대로 바닥으로 넘어지게 되었다. 머리가 멍했고, 바닥에 부딪힌 곳이 아팠다. 정신을 차리지 못해 멍하니 앉아있기만 할 때 레이를 형이라고 부른 남자가 그의 멱살을 잡으며 마치 얼른 정신 차리라는 듯 뺨을 때렸다. 그리고 잃어버렸던 정신이 단번에 돌아올 정도로 아프게 뺨을 때린 사람은 다름아닌 레이의 동생, 리츠였다.

"리츠...?"
"죽고싶어서 환장했어? 그렇게 죽고싶으면 내가 죽여줄테니까 다시는 이런 짓 하지마, 망할 형님!"
"아니, 그러니까...무슨 소릴 하는 지 모르겠다만..."
"하아?"

 화가 나서 새빨개진 얼굴로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레이를 노려보던 리츠는 무슨 소릴 하는 지 모르겠다는 말에 어이없다는 얼굴로 그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정말로 모르겠다는, 멍청한 얼굴로 자신을 보며 당황해하는 레이를 위해 한숨을 쉬며 자신이 보았던 상황을 그대로 말해주었다.

음악실에 있다가 나왔는데, 형님이 어딘가로 달려가는 게 보였어. 이 시간에 복도를 왜 달리나 싶어서 처음에는 무시하고 갈려고 했는데...형님의 앞에서 뛰어가던 무언가가...나를 보면서 웃는데, 그게 너무 무서워서 따라왔어. 분명히 생긴 건 평범한 여자애였는데, 손에...그러니깐 손에, 머리가 있었어.

 리츠는 여기까지 말을 하고, 끔찍했던 그 꼴이 다시 떠올랐는지 얼굴을 찌푸렸다.

사람의 머리였어. 그걸 질질 끌고 가고 있었다고. 젠장, 그걸 봤는데 내가 어떻게 형님을 못본 척하고 갈 수 있어? 그래서 따라갔는데 옥상으로 가는 거야. 싫은 예감이 들어서 쫓아갔는데 형님이 멍청한 얼굴로 옥상에서 떨어지려고 하는 걸 보고, 내가 붙잡은 거야.

 레이는 처음 안즈를 만났을 때, 사람의 발걸음 소리가 아니라 무언가를 질질 끌고가던 소리가 났음을 기억했다. 리츠의 말은 거짓말같았지만 이곳은 옥상이 맞았고, 눈 앞에 보이는 건 옥상의 난간이었다. 설마. 레이는 자신의 눈으로 확인해야겠다 생각했고, 이젠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리츠를 밀치며 난간으로 달려가 그 아래를 바라보았다.

「레이씨, 얼른 와요.」

 난간 아래에서, 안즈는 아까 전과 다름 없는 얼굴로 레이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그 여자애가 손에 들고 있던 머리, 며칠 전에 학교에서 실종 됐다던 1학년이었어.

리츠는 그렇게 말했고, 레이는 그때 난생처음으로 공포라는 감정을 느껴보았다.





안즈? 무슨 소릴하는 거야. 안즈는 오늘 아파서 학교에 오지도 않았는 걸.
형님을 끌고 가고 싶었는데, 유혹하기에 안즈의 모습이 적당하다고 생각했던 거 아냐?
그러고보니 안즈도 봤다고 했지. 밤까지 작업하다가 돌아가려고 할 때, 복도에 전에 다니던 학교의 친구가 자길 기다리고 있었다는 거야. 반가운 마음에 그 친구에게 걸어갔는데, 그 친구가 자신을 낯선 호칭으로 불렀다는 거야. 그래서 이상한 걸 눈치채고 도망갔다고 하더라고.
근데 뒤에서 질질 끄는 소리가 들려왔...잠깐, 형님. 지금 이상한 소리 들리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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