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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 : petit, petit, petit, petit, petit 큥! 본문

이엑쏘

오백 : petit, petit, petit, petit, petit 큥!

박로제 2015. 12. 1. 00:18

1.

 

- 떨리는 손으로 ATM기에 통장을 넣은 경수는 떨리는 심장을 가다듬으며 통장정리를 터치했다. 제발. 제발. 빠르게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곧 통장정리가 끝났으니 찾아가라는 문구가 떴다. 제발 신이시여. 침을 꿀꺽 삼키며 통장을 확인한 경수는 안타까움의 탄식을 저도 모르게 내뱉었다. , 시발. 통장잔액 105,690. 결코 적은 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많은 돈응 절대 아니다. 그것도 자취하는 저에게 있어서는 더욱더. 월급 받는 날은 아직 한참 남았고, 재수 없게 사다 놓은 쌀까지 떨어졌다. 물론 집에 라면이나 인스턴트식품 같은 것들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알바비가 들어오는 그 날까지 버틸만한 양은 절대 안 된다. 자취방의 수도세나 전기세 등 여러 공과금과 휴대폰 요금, 그리고 생활비 등을 적은 용돈과 제 알바비로 충당하는 경수는 이런 상황을 대비하여 늘 쓸데없는 지출은 절대 하지 않는 절약하는 남자였지만 이번 달은.... 그래, 이 모든 원흉은 박찬열 때문이었다. 술을 쳐마셨으면 곱게 집에 들어가면 될 것이지 매번 자기 자취방으로 찾아와 자기 집인 것 마냥 제 침대를 차지하고 누운 것도 모자라 코까지 드르렁 골아대며 제게 피해를 주었다. 어디 그뿐이랴, 그 와중에도 아침에 뻔뻔스럽게도 제게 해장국을 요구하며 속도 안 좋다는 녀석이 밥을 두 그릇씩 비우고 갔으며, 용돈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제 자취방으로 와 사다 놓은 음식들을 축내지 않았던가. 그렇다고 물론 제게 피해만 끼친 것은 아니었다. 미안하다며 밥도 사주고 라면이나 레토르트 식품 등을 사와서 부엌 찬장 안에 넣어주곤 했으니깐. 그래 문제는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도경수는 아직도 그 날을 잊지 못 한다. 그날은 박찬열이 오늘은 자기가 밥을 해주겠다며 여러 가지 재료를 사들고 집으로 찾아 왔었다. 손재주가 좋은 찬열은 조금은 안 어울리지만 조리학과에 다니고 있었는데, 오늘은 제가 솜씨 좀 발휘하겠다며 의기양양하게 부엌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경수도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참 뒤에 찬열이 들고 온 것은 바로 육개장이었다. 좋아는 하지만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고 재료값도 만만치 않은 터라 직접 끓여 먹지 못 하고 조리된 것을 사서 먹는 것으로 스스로를 달랬었는데! 이때까지 박찬열이 저에게 한 짓이고 뭐고 경수는 처음으로 제 십년지기 친구가 사랑스러워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 사랑스러워 보였다. 그 냄비를 든 박찬열이, 술이 조금 취한 상태라면 뻥 안치고 뽀뽀까지 해줄 수 있을 만큼. 그렇게, 기분이, 좋았는데.

 

 

, 진짜, 경수야 이건 진짜 내가 하고 싶어서 한게 아니라..., . 듣고 있냐? 도경수 진짜 일부러 한거 아니야 실수라고, ? 야 이거 그냥 물로 씻어서 건조시키면.... ”

 

“ ........... ”

 

? , 경수야....? ”

 

당장 나가라고 박찬열 이 시발 새끼야!!!!!!!!!!! ”

 

 

그래. 네 새끼가 사고를 안치면 그건 박찬열이 아니라 시발 도경수 겠지.

그랬다. 부엌에서 방까지 그 짧은 거리 걷는 것도 못 하는 병신 같은 박찬열은 냄비를 들고 있는 주제에 경망스럽게 뛰어 다니다가 문지방에 발이 걸려 넘어져 버렸다. 그냥 넘어지기만 했으면 둘다 웃고 넘어갔을 일이겠지만 자, 찬열은 냄비를 들고 있었고 그 냄비 안에는 금방 끓은 따끈따끈한 육개장이 가득 들어가 있었다. 그럼 박찬열이 넘어지면 그 냄비도 함께 넘어 지겠지? 그리고 그 안에 들어 있는 육개장도 같이 날아오르겠지? 자 여기서 문제. 그 냄비 안의 육개장은 어디 갔을까요?

 

어디긴 어디야 시발. 도경수 노트북 위지^^

근데 그 노트북 위에 할부가 아직 2년이나 남은 경수의 스마트한 폰도 같이 있었다며?

 

그 날 저녁, 경수의 노트북과 스마트폰은 육개장샤워를 (강제로)당했고 경수는 자취방이 떠나가라 눈물샤워를 열창했다.

 

 

 

 

2.

 

이러한 이유로 계획에도 없던 노트북 수리비+휴대폰 수리비로 통장에서 돈이 우수수 나가버렸다. 심지어 지랄 맞게도 경수는 안드로이드 따위 쓰지 않아! 갤럭시 뻐킹!을 외치며 앱등앱등하고 우는 아이폰 유저였고, 지랄을 뛰어 넘어 시발스럽게도 제 아이폰은 수리 보상기간이 지난 뒤였다. 물론 찬열이 사죄의 의미로 그 수리비를 다는 아니고, 어느 정도는 내주긴 했다. , 당연히 해줘야지. 그렇고말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통장을 떠나간 돈들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 이유로 경수는 다음 월급날까지 최대한 돈을 아껴 써야 했다. 집에 라면이 있으니 그와 찰떡궁합인 삼각 김밥으로 삼시세끼를 버티면 월급날까지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마친 경수는 지갑을 챙긴 뒤 집을 나섰다.

 

 

 

3.

 

컵라면을 끓이기 위해 물을 올려놓고 라면스프를 뜯는 경수에게 검은 비닐봉지 안에 들어 있는 분홍색 모양의 플라스틱 통이 보였다. 목이 타서 천원짜리 아이스커피를 골라 계산대 위에 올렸더니 직원이 이걸 사면 저걸 사은품으로 준다 길래 뭔가 해서 봤더니 바로 이 쁘티첼이었다. 돈 받는 것도 아니고 공짜로 주는 거라니 받아 오긴 했는데 사실 경수는 저런 젤리 종류는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안에 들어 있는 가공된 과일이나 지나치게 단 젤리 또한 즐기는 편이 아니었기에 이렇게 받아 와봤자 냉장고에서 썩어 가기만 할 뿐이다.

 

 

그냥 버려야 겠다. ”

 

 

나둬서 뭐해. 먹어봤자 배도 안 차는데. 일단은 라면에 물부터 붓고 나서 쓰레기들이랑 같이 버리든가 해야겠다 싶어서 식탁 의자에서 일어나 가스레인지 불을 껐다. 컵라면 안에 팔팔 끓는 물을 선에 맞추어 부은 뒤에 그 위에 덮을 뚜껑을 찾는데 갑자기 귓가에 무슨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TV는 나가기 전에 꺼서 아직 켜지도 않았고, 휴대폰은 무음이고, 밖에서 나는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정확하게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어 아, 그냥 기계 돌아가는 소리인가 싶어서 무시하고 다시 뚜껑을 찾을 때,

 

 

!! 이 멍충아!! ”

 

아악! 시발, 누가 남의 귀에 대고 소릴.......에에? ”

 

! 멍충이가! 사람이, ...아니지 요정이 불렀으면 대답을 해야 할 거 아니야! 너 지금 내가 우습냐?! ”

 

 

......나오라는 뚜껑은 안 나오고 저를 요정이라고 우기는 놈이 나타났다.

 

 

 

4.

 

자기 이름을 백현이라고 소개한 그 파리...아니 요정은 자신이 쁘티첼 요정이라고 말했다. 뭐 빛의 요정 물의 요정 등등 이런 요정은 들어 봤지만 쁘티첼 요정은 처음 들어 봤기에 경수는 구라치지 말라며 백현을 비웃었고, 백현은 그 쪼매난 날개를 펄럭이며 쁘티첼 요정을 우습게 보지 말라며 시뻘개진 얼굴로 씩씩 거렸다. 그 모습이 조금 귀여웠지만 귀엽고 말고를 떠나서 매우 귀찮았던 경수는 그래 알았으니 네 쁘티첼 챙겨서 네 나라로 썩 꺼지라고 조금 무섭게 말을 했더니 안 된다고, 쁘티첼 요정은 한번 누군가가 사가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으니 자기는 싫든 좋든 여기서 살아야 한다고 한다. 무슨 그런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가 있냐며 대꾸하려 했지만 쁘티첼을 끌어안고 안 그래도 쳐진 눈을 더 늘어뜨리고 부탁하는 모양새가 너무 안쓰러워 경수는 결국 백현이 여기에서 사는 것을 허락하고 말았다.

 

저 조그만게 먹어봤자 얼마나 먹겠으며 시끄럽게 해봤자 얼마나 시끄럽겠어. 그리고 내가 이때 아니면 요정이랑 언제 같이 살아 보겠냐.

 

 

그리고 정확히 일주일 뒤, 경수는 그렇게 생각했던 과거의 자신을 저주했다.

 

 

 

5.

 

  5.

 

현은 손이 많이 가는 타입이었다. 아무거나 먹으면 좋으련만 누가 쁘티첼 요정아니랄까봐 그 놈의 젤리가 아니면 절대 먹지 않았고, 쪼그만게 뭔 힘이 좋은지 매일 티슈 곽 속으로 들어가 안의 티슈를 모조리 꺼내 놓고 그 위에서 배를 들어 내놓고 자지를 않나, 벌레는 어찌나 무서워하는지 부엌에서 나온 바퀴벌레에 기겁해서 경수의 바지 주머니에 들어가 엉엉 울지를 않나. 거기다가 경수를 무슨 하인쯤으로 생각하는 건지 매번 부려먹으려고 드는 통에 목소리까지 낮게 깔고 혼을 냈는데도 혼난 그 순간에만 반성할 뿐, 다음 날만 되면 다시 저에게 쁘티첼 심부를 시키는 백현이었다. 어쩌다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요정을 키우게 되었는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억울하고 답답한 경수였지만 그래도 조그마한 바구니 안에 손수건을 덮고 자는 모습이라던가, 제가 알바 때문에 지쳐서 힘들어 하고 있으면 힘내라며 그 작은 손으로 제 볼을 쓰다듬고는 뽀뽀를 해주는 백현을 생각하자면 그런 고생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져서 경수는 이런 것도 괜찮다고 생각을 했다.

 

지금도 그렇다. 맨날 복숭아만 들어 있는 쁘티첼만 먹길래 이번에는 귤이 덩어리째로 들어가 있는 쁘티첼을 사와 건네주니 좋다고 방방 뛰는 것도 모자라 날개를 반짝반짝 빛내며 제 주위를 날아다니는 백현의 모습이 사랑스러워 경수는 백현이 제게 쁘티첼 셔틀을 시킨 것 따위는 그냥 쿨하게 잊어버렸다. 거기다가 새콤달콤한 것이 제 입맛에 맞는지 아예 젤리 통 안으로 얼굴을 집어넣고 젤리를 먹는 백현은 사진으로 찍어 남겨 놓고 싶을 정도로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그렇게 아무 말 없이 백현은 젤리를 먹고, 경수는 그걸 지켜볼 때 갑자기 젤리통 안으로 백현이 쑤욱 들어 가버렸다. 아뿔싸, 아까 전부터 까치발을 들고 고개를 들이밀 때부터 불안했는데 기어이 이 조그만 요정 녀석이 또 사고를 치고 말았다. 매번 젤리를 먹을 때마다 맛있다고 얼굴까지 집어넣고 먹다가 통 안에 빠지는 일이 한 두 번도 아닌데 이 녀석은 매번 이렇게 사고를 치고 만다.

 

 

경수, 경수야!! 살려조! 빤니!!! 큥이 살려조! ”

 

 

어떻게 젤리 요정이라는 애가 젤리에 빠져서 살려달라고 하는지. 경수는 한숨을 쉬며 스푼을 들어 젤리 통 안에 거꾸로 빠져 가지고 살려달라고 발버둥을 치는 백현을 들어 올렸고 가만히 있으면 될 것을 얼마나 몸부림을 쳤는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젤리 투성이였다.

 

그러게 욕심 부리지 말고 먹으랬지. 말은 죽어도 안 들어요 이 쪼끄만게. ”

 

씨잉....욕심 안 부렸거든! 그리고 나 안 작아! 나 키 커! ”

 

그래, 그래. 너네 나라에서는 네가 제일 크겠지. ”

 

씨이....너어...너어 진짜.... ”

 

 

백현은 지금 기분이 많이 나빴다. 먹던 젤리에 빠져가지고 다 먹지도 못 하고 버린 젤리가 아까웠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젖어 축축한 옷도 짜증났고, 무엇보다 더 열받는 것은 제 쁘티첼 셔틀인 경수가 손가락으로 제 볼을 툭툭 치면서 혼내는 것이 제일 자존심 상했다. . 씨이. 목구멍을 타고 울컥울컥 올라오는 억울함 때문에 백현이 테이블 위에 주저앉아서 입술만 꾹 다물고 있을 때 경수가 한숨을 쉬며 젤리 안에 들어 있던 귤 중 가장 큰 것을 꺼내 스푼에 얹어 백현에게 건네주었다. 아무 말 안했지만 울지 말라고 주는 일종의 뇌물이자 기분 나쁘게 해서 미안하다는 사과의 표시였다. 처음에는 백현도 자존심이 있는지 그걸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결국은 못 이기는 척 귤을 잡아들었다. 그러고는 그걸 꼬옥 끌어안고 오물오물 먹기 시작하는데 언제 울었냐는 듯, 방싯방싯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경수도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거 다 먹고 목욕할까? ”

 

! 물은 미지근하게! ”

 

,. 알았으니깐 얼른 먹기나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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