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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안즈 : 비밀의 화원 본문

안산블루스따즈

레이안즈 : 비밀의 화원

박로제 2017. 12. 31. 00:13

​​



*마나님(@mana_anzu)의 썰을 기반으로 썼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릴 때부터 틈만나면 그들은 너는 그분에게 시집 가겠구나, 하고 너도나도 몰려와서 저를 둘러싸고 시끄럽게 울었었다. 무섭다고 느끼는 일도 어디 하루이틀이지, 그런 것들이 매일같이 달려와서 시끄럽게 하길래 참다 못해 조용하라고 소리치면 주위 사람들은 자신을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갔다. 누구보고 조용하라고 하는 거야? 쟤는 귀신을 본대. 귀신한테 하는 말이 아닐까? 쟤는 요괴를 부린대. 왜, 저번에 코쿠리상을 하다가 큰일날 뻔 했던 애 있잖아. 귀신한테 끌려갈 뻔 했는데 저 애가 요괴를 부려서 큰일이 나는 걸 막아줬대. 진짜? 너무 무서워. 요괴를 부려서 마음에 안드는 사람을 공격하면 어떡해? 왜 생각이 그렇게까지 흘러가는지 알 수 없었지만 안즈는 그들에게 자신의 상황에 대해서 설명하는 걸 그만두었다. 어차피 일반인인 들으면 이해도 하지 못할 세계의 이야기니까, 굳이 그럴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현대에 태어나는 모든 아이들이 그러하듯 병원에서 태어난 안즈가 태어나서 가장 처음으로 본 건 의사나 간호사의 얼굴이 아니라 수술실의 지박령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보다 더 어릴 때는 가족보다 그들이 더 친근해서, 그리고 그들이 어떤 존재인지 몰라 친하게 지내기도 했었다. 물론 그 대가로 지금은 그 악령들을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는 게 불만이긴 하지만, 사실 지금도 시끄러운 것만 빼면 굳이 그들이 불편하지도 않았다. 몇 번 정도는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악한 귀신들을 볼 때도 있었지만 다른 이들이 '그 분'을 입에 담으면 한껏 겁을 먹더니 언제 그랬냐는듯 줄행랑을 쳤다.

'그 분이 누구야?'
-그 분은 그 분이지.
'그런 걸 물은 게 아니잖아.'
-하지만 우리도 말해줄 수가 없단다. 그랬다가 그 분의 노여움이라도 사게 되면 큰일이니까 말이야.

그 분이 누군지 궁금하여 그렇게 물어보았지만 모두들 그 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사람을 궁금하게 만들어놓고 왜 말을 안하냐며 짜증도 내보았지만 이런 상태로 성불도 못하고 영혼이 소멸되는 일은 겪고 싶지 않으니 말할 수 없다며 그들은 마치 짠 것처럼 입을 다물었다. 그 분에게 시집을 가겠다고 매일같이 말해놓고, 왜 정작 그 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는 거야. 너무 서러웠지만 어차피 얼굴도 모르고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 이에게 시집 갈 생각이 없었으므로 안즈는 금방 그 분에 대한 흥미를 잃었고, 나중에는 그들의 말도 한 귀로 흘려들을 수 있게 되었다.





사쿠마 레이는 안즈에게 있어서 굉장히 복잡한 사람이었다. 이 복잡하다는 말은 그에 대해서 잘 알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의 존재가 자신에게 있어서 여러가지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언제든지 믿고 기댈 수 있는 자상한 선배. 저를 성장시키기 위해서 엄격하게 가르치는 스승. 그리고 자신이 프로듀스해야하는 빛나는 아이돌. 어쩔 때는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생각나기도 했고, 있지도 않은 친오빠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유치한 행동을 할 때는 동생같다는 느낌도 들었고, 유쾌한 장난을 칠 때는 동급생같을 때도 있었다.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신기하기도 했고, 그만큼 레이를 좋아하는 것 같아 부끄러울 때도 있었다.

'그것뿐인가?'
'네?'
'이 몸에게 이야기하지 않은 게 하나 있을텐데.'
'...알면서도 굳이 들어야 하나요?'

짓궂은 얼굴로 그리 묻는 게 너무나도 얄미웠지만 안즈는 그의 얼굴에 약하니까, 어쩔 수 없이 말해주었다. 그래요, 내가 사랑하는 연인. 세상에 하나 뿐인 멋지고 잘생기고 섹시한 내 남자친구요. 됐어요? 새빨개진 얼굴로 그리 말했더니 레이는 만족한듯 웃었다. 아가씨가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 줄은 정말 몰랐구먼. 아가씨의 삶에서 다른 이는 그다지 필요없는 거 아닌가? 눈을 가늘게 뜨며, 조금 낮은 목소리로 레이는 그렇게 물어보았으나 그 질문에 담긴 진짜 속뜻을 알아차리지 못한 안즈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레이 씨랑 트릭스타는 다르잖아요. 소중하고도 소중한 안즈의 일등성들. 레이도 그녀에게는 소중했지만 그건 트릭스타도 마찬가지였다. 내 인생에서 그 네 사람을 어떻게 빼놓을 수 있겠어요.

그렇지. 그렇구먼.

아가씨에게서 그 별들을 빼앗을 수는 없지. 레이는 그렇게 말했고, 안즈는 당연한 말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는 모르는 것 같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사람이 제 옆에 있으면 시끄럽게 조잘거리던 그들이 말하는 것을 멈추고 도망을 갔다. 이유를 물으니 무서워서 같이 있기 싫다는 말만 할 뿐, 또 그들은 말을 아꼈다. 귀신이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어?! 그럼 없겠냐고, 오히려 인간이 귀신을 무서워하는 것보다 더 인간을 무서워하는 게 귀신이라고 말하는 그들의 얼굴은 정말로 공포로 가득해서 사실 초기에는 레이와 만나는 걸 피한 적도 있었다. 왜 그 사람을 만나는 걸 피하냐는 물음에 사쿠마 선배도 좋은 사람이지만, 그래도 너희는 가족같은 존재잖아. 그러니까 너희를 먼저 생각했을 뿐이라고 답했더니 다들 감동 받은 얼굴로 시끄럽게 울었었다. 그치만, 그치만 안즈 쨩. 그러면 안돼. 우리는 괜찮으니까, 잠시 자리를 피하면 되니까 그 사람을 만나. 기쁜 얼굴로 울면서도 그러는 게 이상했지만 사실 그때부터 레이를 좋아했던 안즈는 그들의 배려를 더 거절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보여요?'
'뭐가 말인가?'
'귀신이요.'
'재밌는 소리를 하는 구먼. 아가씨. 흡혈귀는 귀신을 보지 못한다네.'
'진짜 흡혈귀도 아니면서...'
'아가씨는 내가 인간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럼요. 저랑 같은 인간이잖아요.'

너무나도 당연한 말을 했는데도, 레이는 기쁘다는 얼굴로 웃었다. 아가씨가 늘 그렇게 자신과 같은 인간이라고 말해주니 이 몸도 인간으로 있을 수 있는 거겠지. 영문 모를 말을 하는 그가 평소와 똑같이 이상했지만 늘 그렇듯이, 안즈는 그것을 흘러넘겼다.





사쿠마 안즈라니, 기분이 너무 이상해요.

20년을 넘게 써온 성을 다른 것으로 바꾼다는 건 제겐 많이 낯선 일이었다. 그것도 다른 사람도 아닌 레이의 성이라니. 물론 혼인 신고서를 제출한 것은 방금 전이니 이렇게 어색함을 느끼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아요.'
'차차 익숙해질테니 걱정말게나.'

레이는, 혼인신고서에 사쿠마 안즈라고 써진 걸 보면서 즐거운 듯이 웃었었다. 이런 식으로 이름을 가질 수 있을 줄은 정말 몰랐구만. 현재 상황이 어색한 건 레이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었다. 하기사, 그는 결혼에 대해서는 생각도 않고 있었던 것 같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레이와 안즈는 긴 시간 동안 만나왔고, 연애를 시작한지도 10년이 되어가는데도 아직도 결혼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 것에 지쳐서 안즈는 그에게 프러포즈 받는 것을 포기하고 몇달치 월급을 모아 반지를 샀고, 크리스마스에 레이에게 결혼하자며 프러포즈를 했었다. 결혼해달라며 그에게 반지를 내밀고, 당신이 원한다면 나는 사쿠마 안즈가 되겠다고 긴장한 얼굴로 주먹까지 쥐고 말하는 저를 보면서 레이가 얼마나 웃었던가. 너무 웃어서 눈가에 눈물이 맺힐 정도로 경박스럽게 큰 소리를 내던 남자에게 화가 나서 내 프러포즈가 우습냐고, 장난처럼 생각하는 거냐고 뭐라고 했더니 그렇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너무 기뻐서 웃은 거라네. 아가씨. 그토록 원하는 걸 생각도 못한 방법으로 얻었는데 당연히 웃음이 나오지 않겠는가? 이 몸은 진지하다네. 제발 나와 결혼해서, 「사쿠마 안즈」가 되어주게나. 자신이 꼼짝도 못하는 그 얼굴로, 진지하게 제게 결혼해달라고 하는 레이에게 안즈가 해줄 수 있는 답은 새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뿐이었다.

'이 몸은 지금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남자라네.'

오늘따라 유난히도 길거리에 사람이 없어서 오랜만에 두 손을 잡고 길거리를 걸었다. 잡은 손을 놓지 않고 두 사람이 함께 사는 집으로 돌아가면서 레이는 그렇게 말했다. 안즈, 너와 영원히 함께 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기쁜 말이었지만 오히려 그건 자신이 그에게 해줄 말이었다. 레이를 만나면서 안즈의 인생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고, 그는 제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사람이 되었다. 영원히 이 남자의 옆에 있을 수 있다면 안즈는 무엇이라고 해줄 수 있었다.

'제가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해줄게요.'

자신이 할 말을 뺏지 말라며, 잡은 손 위로 입을 맞추는 레이의 얼굴에는 행복함이 묻어나와서, 자신이 그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서 안즈는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기쁘기도 했다.

돌아가는 길에는 여기저기에 수국이 피어있었다. 지금은 1월인데,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늘 그렇듯이 안즈는 그것을 흘러넘겼다.





**





그 아이에게 나에 대해서 그 어떤 거라도 말하지 말 것. 그것은 이번 생에서 사쿠마 레이가 그들에게 처음으로 내린 명령이었다. 그것은 혹시라도 다시 만났을 때 그의 존재를 눈치채고 겁을 먹고 도망갈까봐 염려하여 내린 명령이었고, 그 누구도 그것을 어기지 않았다.

다시 만난 제 반쪽은 역시나 전생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얼굴, 이름, 성격, 그리고 저를 바라보는 눈빛과 갖고 있는 감정까지. 모두 그때와 같았다. 다시 태어나도 너는 언제나 똑같구나. 레이는 변하지 않는 그녀가 사랑스러웠고, 이번에야말로 그녀를 데려가겠다고 마음먹었다. 그가 원하는 건 사랑하는 그녀와 영원히 함께 하는 것이었고, 이제 더는 다시 태어나고 이렇게 만나는 것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레이가 원해오던 것이었으나 안타깝게도 매번 실패하여서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기도 했다. 그녀가 영원히 자신과 함께 살기 위해서는 이름이 필요했으나 레이는 안즈의 이름을 알 수가 없었다. 항상 무언가가 그를 방해했고, 어쩔 때는 나쁜 짓을 하려는 사람에게는 알려줄 수 없다며 안즈가 완강히 거부하기도 했다.

'나쁜 짓이 아니란다. 이 몸은 그저 너와 영원히 함께 있고 싶을 뿐인데, 그게 그리도 큰 욕심이더냐.'
'그래도 그건 안돼요.'

사쿠마 레이는 안즈를 너무나도 사랑했고, 그랬기 때문에 그토록 이름을 원했음에도 그녀가 싫어하니까, 제가 사랑하는 그녀가 원하지 않으니까 알아내는 것을 포기하고 다음 생을 기약했다. 다음 생의 안즈는 이 몸에게 순순히 이름을 알려주면 좋겠구먼. 어디 한 번 제대로 유혹해보세요. 혹시 아나요, 거기에 넘어가서 이름을 알려줄지. 죽기 직전의 그녀는 그렇게 말했고, 그 유언을 듣고 난 뒤로 레이는 안즈를 따라서 눈을 감기 직전까지 다음 생에서는 어떻게 그녀를 유혹해서 이름을 알아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했다.



안즈가 자신을 만나러 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들었을 때, 레이는 처음으로 화를 내며 당장 가서 안즈를 설득하라고 그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한낱 귀신따위를 걱정하여 자신을 만나러 오지 않는 안즈에게 화가 났으나 사실 아무 사이도 아닌 지금 그가 그녀에게 이런 이유로 화를 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모든 화는 안즈의 옆에 있던 그들에게 돌아갔고, 그의 분노를 모조리 받아낸 그들은 안즈에게 달려가서 그녀를 설득했다. 우리는 괜찮으니까, 안즈 쨩이 우리를 사랑하는 건 알겠으니까 그 사람을 만나줘. 좋은 인연이잖아. 그런 인연을 놓치면 안돼, 안즈 쨩. 그들의 설득이 먹혔는지 그 다음부터 안즈는 다시 레이를 만나러 왔고, 그 일이 있고 난 다음부터 레이가 그들에게 화를 내는 일은 없었다.

'레이 씨는 인간이잖아요.'
'이 몸을 인간이라고 불러주는 건 아가씨 뿐이구먼.'
'심장도 저랑 같은 속도로 뛰고 있고, 잡고 있는 손은 엄청나게 따뜻하고, 게다가 저와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잖아요. 그리고 그 감정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평범하고 흔한 감정이고.'
'...아가씨를 향한 내 감정은 그다지 평범하고 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만...'
'하지만 저를 사랑하잖아요.'

그거면 된 거 아니에요? 얼마든지 반박할 수있는 말이었지만 레이는 자신을 평범한 인간이라고 해주는 안즈의 말이 싫지가 않아서, 오히려 행복감을 느낄 정도로 기쁜 말이었기에 아무 말 없이 그녀를 향해 웃어주었다. 자신을 칭하는 말은 많았고, 그 어느 것도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안즈만은 항상 레이를 평범한 사람이라고 해주었다. 오랜 옛날,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스스로도 평범한 인간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지만 안즈가 그렇게 말해줄 때면, 그때만큼은 사쿠마 레이도 모든 걸 잊고 평범한 인간으로 있을 수 있었다.





이번 생에서도 이름을 얻지 못하는 줄 알았다. 또 무언가가 그를 방해했고, 그건 제 능력 밖의 일이었다. 그러나 아직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었고, 레이는 느긋하게 기다릴 생각이었다. 못하면 다음 생도 있으니 상관없겠지. 두 사람의 인연은 삶이 지속되는 한 계속 될 것이고, 조금은 귀찮지만 이번 생에서도 이름을 얻지 못하면 레이는 환생하여 그녀를 다시 만날 때까지 이 욕심을 넣어둘 수 있었다. 일을 서두르면 언제나 실패하는 법이니까, 여유롭게 진행해야지.

그런 상황에서 안즈가 사쿠마 안즈가 되겠다며 먼저 말을 꺼냈을 때, 레이가 얼마나 기뻤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성을 버리고 새로운 성을 가지게 된다면, 심지어 그 성이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성이라면 레이는 자연스럽게, 그 어떤 노력도 없이 안즈의 이름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이 방법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결혼을 하고 싶어하는 레이와 다르게 안즈는 항상 그것을 피해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럴 줄 알고 긴 연애 생활에도 굳이 결혼에 대해서 꺼내지 않은 것인데, 이렇게 먼저 이야기를 꺼내다니. 어떻게 웃지 않을 수 있을까.

'저는 레이 씨랑 너무 결혼하고 싶은데, 빨리 함께 살고 싶은데 레이 씨는 전혀 그런 것 같지 않아서 얼마나 서운했는지 알아요? 저는, 저는. 레이 씨에게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주고 싶었단 말이에요.'

여태까지 늘 결혼에 대해서 부정적이어서, 이번 생도 그런 줄 알았다고 말해주고 싶은 걸 억지로 참고 미안하다며 사과했고, 작은 몸을 들썩이며 우는 걸 달래주었다. 환생을 반복할수록 조금씩 바뀌는 구나. 저를 향한 안즈의 생각이나 감정이 변화하는 것을 레이는 원하지 않았지만 이런 변화라면 오히려 두 팔을 벌리고 환영할 수 있었다. 허락을 받았으니 이제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일사천리로 결혼식을 치루었고, 이제 혼인신고서를 제출하는 일만이 남았을 때 레이는 이제 미루고 미루었던 것을 생각하고 고민하여 결정지어야 했다.

제 인생에서 어떻게 그들을 뺄 수가 있어요. 걔네들은 저의 일등성인 걸요.

레이도 거기에는 동의했다. 안즈의 삶에서 트릭스타를 뺄 수 있을까. 이번 생에서 이어진 인연이지만 레이는 그 소중한 인연을 억지로 끊고 싶지 않았다. 내 소중한 안즈 아가씨가 나만큼이나 소중히 여기는 그 별들을, 어찌 내가 지울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그들은 레이의 소중한 제자이기도 했다. 역시 놔두고 갈 수는 없지. 그치만 그들을 데려가는 것도 곤란한 일이었다.

불안정하지만 어쩔 수 없지.

그 중간에 발을 걸치고 있는 일은 위험했지만 레이는 안즈를 위해서 그 위험을 감수했다. 조금씩 그들 사이에서 간극이 생길 것이고, 안즈가 이상함을 느끼고 의심을 할 때도 있을 것이다. 레이는 그녀와 함께 하는 평생을 연기를 하면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것쯤은, 그런 것따위는 얼마든지 해줄 수 있었다. 물론 안즈와 그들을 보고 있으면 조금은 질투가 나지만 어쩌겠는가. 늘 그렇듯이 사쿠마 레이는 제 소중한 반쪽을 사랑했고, 그녀가 스스로 제 손 안에 들어왔으니 이정도의 자유는 주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레이 씨. 행복해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1월에 화려하게 피어있는 수국을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아무도 없는 길거리를 의심하지 않으며 안즈는 레이에게 그렇게 물어보았다. 당신은 행복해요?

'이 몸은 지금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남자라네.'

억겁의 세월을 반복하면서 그토록 원하는 것을 가졌는데, 지금 저보다 행복한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더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화사하게 웃으며 약속을 하는 안즈를 위해서라도 레이는 그녀를 위한 연극을 계속 하리라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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