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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 : 식사를 합시다 2 본문

이엑쏘

오백 : 식사를 합시다 2

박로제 2016. 2. 1. 00:02

*양파-본 아뻬띠를 들으면서 봐주시면 제가 감사합니다.



이 세상에서 변백현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도경수다. 이건 도경수가 인정한 사실이었고, 변백현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백현을 사랑하면서부터 도경수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무엇도 아닌 변백현이었고, 이건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을 사실이다. 타인을 이렇게 사랑할 수 있다는 걸 도경수는 변백현을 통해서 알게되었고, 자세한 속사정은 모르고 그저 연애하고 있다는 것만 알고있는 친구들도 경수의 그 질척하고 무거워서 흘러 넘치는 백현을 향한 사랑이 납치나 감금으로 발전하지 않았음에 안도했다. 다행히도 도경수는 자신의 사랑을 백현에게 요리를 해서 '먹인다.'로 발전시켰고, 변백현이 도경수의 밥만 맛있게, 아니 그냥 해주는 걸 그대로 받아 먹기만 한다면 두 사람의 사랑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게 문제없이 굴러간다면 싸우는 연인들도 없을 것이며, 그것때문에 헤어지는 연인들도 없을 것이다. 도경수와 변백현도 마찬가지이다. 점심은 무리더라도 아침과 저녁만큼은 집에서 식사하길 바라는 도경수와, 그런 것을 잘 신경쓰지 않는 변백현은 매번 같은 이유로 싸워댔다.

"너 오늘따라 먹는 게 시원찮다?"

"...뭐, 내가 언제는 잘 먹었어?"

"밥 한 공기를 먹으라고 내주면 반 공기만 먹고 배부르다고 징징거리는 건 내가 제일 잘 알지. 그런데 오늘은 그것도 못 먹고 있잖아? 거기다가 오늘 저녁 메뉴는 네가 며칠 전부터 먹고 싶다고 노래를 하던 김치만두전골인데 왜 손도 안대?"

"...그 사이에 마음이 바뀔 수도 있지."

"너 내가 오늘 아침에 저녁 메뉴 이야기하는 거 듣지 않았나? 그거 듣고 드디어 먹을 수 있다면서 좋아했잖아."

"아...아니, 사람 마음이 어떻게 한결같을 수가 있어."

"야, 변백현."

들고있던 숟가락을 식탁 위에 탁, 소리가 크게 울릴 정도로 내려놓은 경수는 안그래도 흰자가 많아 무서운 눈을 치켜뜨며 보는 사람이 겁먹고 울 정도로 무서운 얼굴로 백현을 쳐다보았다. 일났다. 백현은 그 무서운 얼굴을 외면하며 도경수가 휴일에 직접 빚은 김치만두를 노려보았다. 네가 먹을 건 무조건 내가 만들겠다며 만두 빚는 방법까지 제 어머니에게 전화해서 알아낸 도경수는 만두피까지 자기가 직접 만들었다. 미친 사람! 그걸 보고 기겁한 변백현이 그냥 파는 만두도 좋다고 설득해봤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런 도경수가 만들어 낸 사랑의 김치만두는 매우 맛있었지만 지금 백현에게는 미안하게도 맛있다기 보다는 부담스러운 음식일 뿐이었다. 

식탁은 침묵만이 유지되었고,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백현이 그 침묵을 버틸 수 없어 젓가락으로 만두 속에 뭐가 들었는지 해부해보고 있을 때, 드디어 경수가 입을 열었다.

"어떤 놈이야."

"으, 응?"

"어떤 놈이랑 뭐 먹었어."

"그, 아니야...내가 오늘은 속이 안좋아서..."

"어떤 놈이랑 뭐 먹었냐고."

"..."

"백현아. 좋게 이야기할 때 누구랑 뭐 먹었는지 말해."

사람 한 명은 쉽게 죽일수 있을 것같은 얼굴로 그런 소리해봤자 전혀 설득력 없거든요. 그렇게 외치고 싶은 백현이었지만 경수 말마따나 여기서 말하지 않고 어물쩡 넘기려고 한다면 고통받는 건 다른 사람도 아닌 변백현이었다. 밥 먹다가 손목 잡혀서 침대로 끌려가서 말할 때까지 괴롭힘 당하는 건 사양이다. 백현은 만두 속을 헤집어 놓던 것을 그만두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세훈이랑,"

"오세훈?"

"마지막 수업 끝나고..."

"하아?"

".....햄버거 먹었는데."

백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도경수는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휴대용 가스 버너의 불을 껐다. 겨...경수야? 당황한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는 백현을 무시하고 숟가락과 젓가락, 국자같은 것들을 모조리 싱크대 안에 넣었고, 접시에 옮겨 담은 반찬까지 다시 반찬통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전혀 손도 안댄 백현의 밥그릇과 거의 다 먹은 자신의 밥그릇도 치웠다. 식탁도 닦았다. 얘가 드디어 미쳤나 싶어서 멍하니 그걸 보고만 있던 백현은 깨끗해진 식탁 위에 경수가 자신을 눕히자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너 뭐하는 거야?!"

"일단 한 번만 하자."

"그러니깐 왜?!"

"아니면 지금 뛰쳐나가서 오세훈 죽일...아니, 때릴 것 같으니깐 진정하자는 의미에서?"

"야 도경수, 잠깐, 야 그거 아니야!"

하지만 변백현이 하는 말은 들어주지도 않고 자기멋대로 하는 도경수가 그 외침을 들어줄 리가 없었고, 백현은 밥 먹던 식탁에서 옷까지 벗겨지는 것도 모자라 식탁 유리에 볼이 눌려 새빨개질 때까지 괴롭힘을 당해야 했다.



오백 : 식사를 합시다 2



도경수가 싫어하는 건 아주 많다. 원래도 호불호가 좀 뚜렷한 사람이었는데 백현과 관련된 것 중에는 그게 유독 심했다. 그중 도경수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변백현이 집에서 밥을 안 먹는 것이었고, 그 이유가 밥이 아닌 라면이나 햄버거같은 건강에 전혀 좋지 못한 음식일 때와 그걸 도경수가 아닌 다른 사람과 먹었을 때다. 하지만 배만 부르면 그만인 변백현은 이걸 이해할 수가 없었고, 동거 초반에는 경수가 집에서 밥해놓고 기다리는 걸 뻔히 알면서 당장 배가 고프니깐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고 들어간 적도 많았다. 그걸로 몇번을 싸운 뒤에 자기가 져주는 게 제일 평화적인 해결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된 백현이 그것들을 그만두면서 두 사람은 평화를 맞이했다.

그런데 사람일이라는 게 그렇게 좋게 흘러갈 수는 없는 거라, 백현은 그 약속을 어기는 일이 많았다. 당장 어제만하더라도 후배가 산다는 말에, 그리고 한동안 먹지 못했던 패스트 푸드라는 말에 넘어가서 먹고왔다가 밥 먹던 식탁에 눕혀져서 도경수때문에 울지 않았던가. 그리고 다음 날 퉁퉁 부은 얼굴로 먹었던 아침 식사는 전날 먹다가 말았던 김치만두전골이었다.

"그거 병 아니에요?"

"너 지금 우리 경수보고 뭐라고 했어?"

"아, 나 진짜 형이랑 말하기 싫은 거 알아요?"

"내가 뭘!"

"얼씨구? 나 지금 일어나서 나가도 되죠?"

"...제가 잘못했습니다 오세훈씨...가지말아주세요..."

백현은 오늘 점심은 세훈과 함께 학교 후문에 자리잡은 일식집에 가서 본인의 기준치를 조금 오버한 점심식사를 했고, 다음 수업까지는 한참 남아서 같이 수업을 듣는 세훈에게 커피를 조공으로 사다가 바친 뒤 어제 있었던 일과 아침에 있었던 일들을 모조리 말했다. 그걸 들은 세훈은 잘생긴 얼굴을 찡그리며 그거 병 아니냐고 물었고, 백현은 거기에 분노해 화를 냈다. 도대체 이럴거면 자신한테 왜 커피까지 사주면서 고민을 털어놓는지 이해할 수가 없는 세훈은 그래도 제일 친한 선배라고 이 말도 안되는 고민을 들어주기로 했다.

"근데 지금 이러는 것도 경수형이 보면 안되는 거 아니에요? 그 형 자기 외에 다른 사람이랑 뭘 먹는 거 자체를 싫어하는 거 아니었어?"

"넌 걔를 뭘로 보고...제대로 '밥'으로 챙겨먹었으니깐 괜찮아. 그리고 이건 후식이잖아. 커피 마시는 걸로 뭐라고 하는 사람 아니거든?"

"네, 네 그러세요~ 근데 진짜 어쩌다 경수형이랑 사귀게 된 거예요? 형처럼 먹는 거 안 좋아하는 사람이..."

"나는 얘가 이런 사람인 줄 몰랐단 말이야..."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그 넘치는 사랑을 요리로만 한정지어서 보여주는게 오히려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하거든. 그래 그건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세훈은 백현보다 한 학번이 어린 후배였는데, 입학 때부터 이것저것 통하는 것도 많고 무엇보다 두 사람다 먹는 욕심이 없고 배만 채워지면 똑같다는 마인드라서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그런 세훈은 동기들과 술을 마시거나 밥을 먹는 일이 조금은 괴로웠고, 동기보다는 저와 비슷한 백현과 다니는 일이 많아지면서 공대 수업을 듣지 않는 이상 절대 알 수가 없는 도경수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어쩌다보니 경수와도 친해지는 바람에 집에 초대받아서 밥도 먹은 적이 있었다. 소식해서 건강해지자가 삶의 목표인 오세훈은 그 날 맛있다며 먹어대다가 폭식을 했고, 집에가서 그 음식물을 받아들이지 못한 위장의 반항때문에 먹은 것을 모조리 토했다. 아무튼 지금 백현의 대학 동기, 후배, 선배들 중에서 도경수와 변백현의 관계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오세훈이었고, 오늘처럼 백현의 상담원이 되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물론, 고민을 해결해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니깐 내가 안 먹는다고 했잖아 어제!"

"얼씨구? 신메뉴 나왔다니깐 안돼안돼안돼...돼돼돼!! 라고 했던 사람이 어디의 누구더라?"

"그러니깐 왜 나한테 그런 이야기를 하냐고오...나 진짜 햄버거 안 먹은지 몇달은 됐단 말이야..."

"왜. 경수형한테 만들어 달라고 하지. 만두피까지 직접 만드는 거 보니깐 햄버거는 그냥 만들 것 같은데."

"웃기지마. 그런 건강한 맛을 내는 햄버거는 햄버거가 아니야!"

"...직접 만들어 준 적이 있어요?"

"응...그리고 오늘 아침에도 들었다고. 햄버거가 먹고싶으면 프렌치 프라이까지 자기가 직접 튀겨줄테니깐 너 데리고 집에 오라고 했단 말이야."

"...진짜?"

"진짜..."

안에 들어있는 얼음이 녹아 이제는 물같은 아메리카노를 마저 빨대로 빨아들이며 백현은 고개를 끄덕였고, 세훈은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물론 변백현은 누군가가 간섭을 하지 않으면 패스트 푸드나 인스턴트만 먹거나 그것마저도 귀찮으면 안먹고 굶다가 아사하기 딱 좋은 사람이었지만 경수는 조금, 과하게 그의 식사를 챙기고 있었다. 물론 그게 애정표현의 하나라면 무작정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과한 애정표현은 가끔 안하느니만 못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세훈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경수와 백현 둘만의 문제였고, 또 오세훈은 도경수를 조금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괜히 이 둘 사이에 끼어들기는 싫었다. 안그래도 경수는 백현이 세훈만 만나면 몸에 안좋은 것들만 골라서 먹고 다닌다고 오해를 하고 있는데, (하지만 오해는 아니다. 오세훈이 데리고 다니는 건 맞으므로.)더는 이런 문제로 찍히기 싫었다.

"근데 형. 저 궁금한 거 있는데 물어봐도 괜찮아요?"

"왜, 뭔데?"

"그...경수형 있잖아요."

"어."

"섹스할 때도 막 먹으라고 접시들고와서 입에다가 넣어주는 건 아니죠?"

" 이...이 미친놈아!!!"

차마 여기서는 들어서는 안될 말을 들은 백현은 시뻘개진 얼굴로 들고있던 냅킨을 세훈의 얼굴로 집어던졌고, 그 문제의 발언을 한 당사자인 오세훈은 그걸 한 손으로 잡아서 재수없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



변백현은 이 세상에서 도경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어쩌면 도경수가 변백현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백현은 경수가 저를 어떤 마음으로 좋아하는 지 아주 잘 알고 있다. 그 마음이 가지는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그것들이 얼마나 깊고 질척한지 알게 되었을 때, 처음에는 무서워서 도망가고 싶었다. 그 마음을 그대로,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받기에는 자신은 너무 좁은 그릇이었고, 또 받은만큼 되돌려줄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도 없었다. 만약 경수가 그 마음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보여줬다면 변백현은 아마 도망갔을 것이다. 도경수가 찾을 수 없는 곳으로. 하지만 경수는 그러지 않았다. 그 마음을 표현하는 다른 방법을 찾았다. 비록 먹는 것에 욕심이 없는 변백현에게는 이것도 고통이었지만, 도경수가 노력하는데 자신이 불평이나 불만을 할 처지는 아니었다. 그리고 이것은 변백현이 말로만 지겹다, 밖에 나가서 밥 먹자, 이런 말을 하면서도 도경수가 만들어주는 것들을 꾸역꾸역 먹어치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뭐, 말 안 듣고 세훈이랑 손잡고 먹지말라는 것들만 골라서 먹고 다닐 때도 있지만 그것도 정말 길게는 몇달에 한 번, 짧게는 몇 주에 한 번 있는 일이었다. 변백현은 정말로 노력하고 있었다.

또 백현은 도경수가 제 옆에 없으면 자신은 바로 죽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 밥을 못먹어서 아사하거나, 몸에 안 좋은 것만 먹다가 병에 걸리거나, 그도 아니면 도경수가 옆에 없는 걸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다거나. 그러니깐 경수가 싫다고 해도(하지만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백현은 확신했다.) 죽을 때까지 붙어있을 거고,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고 호호 할아버지가 되어도 지금처럼 알콩달콩 연애를 할 생각이다. 뭐, 그때쯤 되면 도경수의 이 사랑도 조금은 변할지도 모르고. 지금은 안되지만, 할아버지가 됐을 때 경수가 자신이 만든 것을 백현이 '먹는' 행위에 질려 이 사랑을 감금으로 발전시킨다면 백현은 기꺼이 그걸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이 식습관은 나이가 들어도 고칠 수 없다는 걸 백현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게 더 나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것은 미래의 일이었다.

"백현아, 밥 먹자."

"어어, 갈게."

그러니깐 그런 날이 올 때까지, 백현은 지금의 도경수가 주는 이 사랑을 그냥 받아주기로 했다. 

"잘 먹겠습니다."



식사를 합시다.







진짜 연재텀 극악이다 와ㅋㅋㅋ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시겠다구요...? 당연하죠...오백은 김치만두전골 먹은게 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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