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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안즈 : 반딧불이의 숲 上 본문

안산블루스따즈

레이안즈 : 반딧불이의 숲 上

박로제 2017. 3. 7. 00:10




꿈을 꿨다.

화려하고 커다란 신사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아름다운 매화꽃. 그리고 결혼하는 신부들이 입는 시로무쿠를 입고있는 자신.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고 바람 부는 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아름다운 풍경이었지만 어딘가 섬뜩한 분위기라서 조금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런 꿈을 꾸는 건 처음이라 조금 재미있기도 했다. 내가 신부면 신랑은 누구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 신사 안에서 낯선 남자가 걸어 나왔다. 키가 크고, 까만 머리와 붉은 눈이 인상적인 아름다운 미남자는 안즈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와 함께 가겠느냐?」

부드러운 목소리와 인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 그리 길게 살지는 않았지만 남자는 안즈가 살면서 본 사람 중에서, 물론 인간임을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여태까지 소녀가 본 이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그 얼굴에 정신이 팔려서 안즈가 제 물음에도 대답이 없자 그는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웃으며 천천히 이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안즈는 제게 다가오는 그 남자가 입고 있는 옷이 결혼식에서 신랑이 입는 옷임을 깨달았다.

「...싫어요.」

모르는 사람이랑 꿈 속에서라도 결혼하고 싶지 않았고, 안즈의 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이 남자는, 위험하다고. 그는 싫다 말하며 뒷걸음치는 안즈를 아쉽다는 얼굴로 바라보다가 들고있던 하얀 천을 들어 안즈의 머리 위로 씌워주었다.

「그래. 그럼 다음에 또 오마.」

마치 신성한 의식을 하는 것처럼 안즈의 이마에 입맞춘 남자는, 다음에 또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웃으면서 신사 안으로 사라졌다.

"...아."

그리고 눈을 뜨니, 어느새 아침이었다.



​​레이안즈 : 반딧불이의 숲



나이츠의 저지먼트가 끝나고 바로 할로윈 준비에 들어가야 했지만 학원의 모두가 안즈에게 제발 며칠만이라도 쉬어달라고 매달리고 애원하는 바람에 안즈는 본의 아니게 가장 바쁜 사람에서 가장 한가로운 사람이 되었다. 처음에는 말도 안된다고, 프로듀서가 어떻게 일을 쉴 수가 있냐고 따졌지만 우리가 알아서 할테니 일주일정도만 쉬라고 에이치가 직접 나서서 명령하는 바람에 안즈는 더 말도 못하고 가방을 챙겨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일 하고 싶은데. 다른 사람이 들으면 기겁할만한 말을 하면서 역으로 가던 도중에 안즈는 다시 발걸음을 돌려 학교로 돌아갔다. 이대로 집에 가면 또 만들다 만 의상을 만들게 분명하니까, 휴식을 위해서는 집에 들어가지 않는게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결정한 게 학교 주위를 둘러보는 일이었다. 안즈는 봄에 전학을 왔고, 계절은 어느새 가을이 되었다. 라빗츠의 귀여운 후배인 미츠루가 학교 뒷편에 엄청나게 큰 산이 있는데, 가을이 되면 굉장히 예쁘게 바뀐다는 이야기를 했던 걸 기억해낸 안즈는 그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혼자서 이렇게 목적지도 없이 걷는 건 정말 오랜만에 해보는 일이라 답지않게 신나서 콧노래가 나올 정도였다. 가을 바람은 적당히 시원했고 미츠루의 말대로 학교 뒷편의 산은 형형색색의 단풍나무로 아름답게 물들어있었다. 와아.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예뻐서, 안즈는 사진을 찍어 에이치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 학교에 안즈보다 오래 있었지만 이런 것들은 본 적이 없을 것 같아서, 사진을 찍고 예쁜 단풍잎 몇개를 주워 가방에서 책을 꺼내 그 속에 넣어두었다.

"여기에 신사가 있다는 소리는 못들었는데..."

학생회에 에이치를 만나러 갔을 때 그 산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옆에서 그걸 듣고 있던 케이토도 산에 대해서 한 마디 하긴 했지만 이곳에 신사가 있다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안즈의 눈 앞에 있는 것은 신사로 올라가는 엄청나게 긴 계단이었고, 그 위에는 분명히 신사가 있었다. 올라가볼까. 사람도 잘 오지 않는 장소에 있는 신사는 처음 봐서, 어떤 곳일까 하는 호기심이 생겨났다. 이왕 온 김에 소원도 빌어보고. 눈 앞에 보이는 계단을 비장한 얼굴로 쳐다본 안즈는 천천히 그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아, 언제 끝나. 돌아갈까. 어쩐지 계단 아래에선 시원하게 불던 바람도 불지 않았고 계단은 끝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힘들어서 돌아가고 싶은 마음 가득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끝까지 올라가보고 싶었다. 저기에 뭐가 있을까, 어떤 신사일까, 그런 궁금증이 계속 생겨났다.

"우와아..."

돌아가면 체력운동을 꼭 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안즈는 이를 악물고 마지막 계단을 올라갔다. 눈 앞에 보인 건 이런 산 속에 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크고 화려하고, 웅장한 느낌의 신사였다.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아 숨을 고르던 안즈는 다시 일어나 천천히 그 신사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어서 스산한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신사는 찾아 온 손님을 쫓아내고 싶은 마음은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오랫동안 사람이 드나든 흔적이 없는 신사는 매우 지저분했고, 도저히 신을 모시고 있는 신사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전혀 관리가 되고 있지 않았다.

오지랖일지도 모르지만, 안즈는 이 신사를 청소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오늘은 절대 일같은 거 하지말라는 소리를 귀에 박히도록 들었지만 이걸 보고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가방을 내려놓고 안즈는 신사를 뒤져서 청소도구를 찾아냈고 우선은 신사 곳곳에 쳐져있는 거미줄을 치우기 시작했다. 신사의 거미를 맘대로 죽여도 되나, 그런 걱정이 들기는 했지만 그런 것보다는 이 신사를 깨끗하게 만드는게 급했으므로 그런 문제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안즈가 이 신사를 청소하기로 마음 먹은 것은 이렇게 화려하고 큰 신사라면 엄청 대단한 신을 모시는 신사일텐데, 그런 신사가 사람이 자주 다니지 않는 곳에 위치한 것도 모자라 아무도 관리하지 않아 이렇게나 더럽다는 게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거기다가 때마침 그 신사를 발견한 게 자신이었으니까, 자신이라도 이 신사를 조금이나마 깨끗하게 만들어 주고 싶었다. 이미 신이 떠났을 지도 모르지만, 한번 신을 모셨던 곳이니 깨끗하게 유지되어야 한다는 게 안즈의 생각이었다.

"으아아, 쥐가 없는게 다행이야."

나 거미는 괜찮아도 쥐는 정말 무리니까...주머니에 넣어뒀던 마스크를 꺼내 쓰고 청소도구함에서 가져 온 빗자루로 먼지를 털어내고 거미줄을 치우고 쓰레기를 한 곳으로 모았다. 지저분하긴 했지만 쓰레기통이 있었고, 안즈는 한곳에 모아둔 것들을 모두 거기에 버렸다. 가방에서 꺼낸 물티슈로 세전함과 종을 대충 닦아내고 나니 음산하고 지저분했던 신사는 그럭저럭 괜찮다고 봐줄 수 있을 정도로 바뀌어 있었다. 청소도구를 다시 원래 있던 곳에 갔다놓은 안즈는 늦었서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참배를 올렸다.

"오늘 처음 왔지만, 이런 곳을 알게 되어서 기뻐요."

자주는 못 오겠지만 시간이 될 때마다 올게요. 아, 마음대로 청소하고 그래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신님이 머무른 자리가 더러운 걸 보니까 지나칠 수가 없더라구요. 용서해주실거죠?

웃으며 고개를 든 안즈는 여태까지 불지 않던 바람이 다시 불어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게 꼭 신사의 신이 괜찮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안즈는 괜히 웃음이 나왔다. 올라올 때보다는 편하게 계단을 내려가면서 다음에 올 때는 뭐라도 가져오는게 좋겠다고 생각하며, 안즈는 세전함 위에 두고 온 단풍잎을 떠올렸다.


다음 날도 안즈는 휴가였고, 어제와 마찬가지로 이대로 집에 돌아가는 건 아깝다고 생각하여 학교에서 나온 안즈는 그 신사로 발걸음을 돌렸다. 물론 가기 전에 유명한 당고 집에 들려 당고를 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먹는 걸 바쳐도 되는 건가 싶었지만 어차피 관리하는 사람도 없고 아무도 오지 않는 안즈만의 신사였으니까,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오늘은 계단을 올라가는 것도 가뿐했고, 신사의 입구에 도착하니 어제보다 밝은 분위기의 신사가 안즈를 반겨주는 것 같았다. 여기의 신님은 인간을 좋아하는구나. 그리 생각하며 참배를 올린 안즈는 챙겨 온 돗자리를 꺼내 깔고 앉은 뒤 이것저것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건 당고라는 건데요...아, 아시려나. 엄청 유명한 집의 당고인데 정말 맛있어요. 신사에 음식을 가져와도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차피 여긴 제가 발견한, 저만의 신사니까 괜찮죠?"

이렇게 말하면 너무 건방져 보일려나. 신사 안에 당고를 놔두고 나온 안즈가 쉬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저는 프로듀서인데요, 얼마 전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평소에는 말이 없는 편이고 들어주는 이도 없는데 안즈는 그 어느 때보다 편한 마음으로 이것저것 이야기할 수 있었다. 제가요, 올 때마다 선물을 들고 올게요. 별로 큰 선물은 아니지만...선물이란 건 크고 작고를 떠나서 어떤 마음으로 주냐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어제는 단풍이었고, 오늘은 당고였으니까 내일은 어떤 걸 들고 올까요? 기대해도 좋아요, 신님.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그럼 이만 가볼게요. 또 올테니까, 기다려줄거죠? 물건을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난 안즈는 신사를 향해 인사한 뒤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오늘도, 마치 잘가라고 배웅하는 것처럼 바람이 불어왔다.



**



소녀는 오늘, 파란 장미를 들고 왔다. 처음 보는 꽃이었기 때문에 레이는 신기하다는 얼굴로 계속 그걸 쳐다보았고, 소녀는 그 장미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건 장미인데...원래 푸른색의 장미는 존재하지 않는 꽃이에요. 그래서 꽃말도 불가능이었어요. 아무도 푸른 장미를 만들어낼 수 없었으니까."
"그럼 네 손에 들린 건 뭐냐! 라고 말하는 것 같네요. 후후, 이제는 기술이 발달해서 푸른 장미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의미도 바뀌었어요. 기적으로."
"학교의 선배가 불가능을 기적으로 바꾼 사람이라고 저에게 선물해주셨어요. 활짝 핀 게 아니라 봉오리로 선물한 것도 아직 성장할 가능성이 남아있는 사람이라서 그렇게 준거래요."
"자, 신님도 하나 받으세요. 예쁘죠?"

꽃보다는 웃는 소녀의 얼굴이 더 예쁘다고, 레이는 생각했다. 소녀에게 꽃을 준 남자는 누군지 알 수 없었지만(그리고 누군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그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비록 레이는 소녀가 한 일을 전해 듣기만 했을 뿐이지만 누가봐도 그 꽃은 이 소녀를 위한 꽃이었다.


산 아래의 학교를 지킨다는 허울좋은 명분으로 이 신사에 봉인당한 것도 벌써 몇백년 전의 일이다. 물론 레이는 그날을 잊지 않았다. 아무리 뛰어난 신이라도 여러명의 인간이 달려드는 걸 이길 수는 없었고 레이는 몇백년을 이곳에서 외롭게 살아갔다. 자신을 이곳에 가둔 백금발의, 벽안을 가진 사내가 매일 밤마다 꿈에 나타나 그를 이곳에 가두는 악몽을 꿨다. 지독하게 외로웠고, 끔직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네놈이 죽으면 봉인이 풀리겠지. 가장 먼저 무엇을 해줄까. 네놈의 가족을 죽여줄까, 그도 아니면 가문을 멸망시켜줄까? 봉인당하던 그순간에 레이는 그렇게 협박했으나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웃는 얼굴로 이렇게 받아쳤다. 당신은 제가 죽어도 그 신사를 떠날 수 없을겁니다. 누가 와서 그 저주를 풀어주지 않는 이상, 절대로. 하지만 그 누가 당신의 저주를 풀어주겠습니까? 남자는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아주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고, 레이는 신을 이곳에 가둔 것도 모자라 저런 저주를 내린 인간사내에게 단명의 저주를 내렸다. 네 녀석의 가문은 모두 단명할 것이다. 너도, 네 자식도. 네 놈의 피가 흐르는 인간들 모두가 너를 원망하며 피를 쏟으며 아주 고통스럽게 죽어갈 것이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비명을 지를만큼 끔찍한 저주였으나 남자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레이는 강하고 아름다운, 모든 인간과 인간이 아닌 생물의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오지 못하는 신사에 봉인 당한 이후로 아무도 그를 찾지 않았고, 그는 그렇게 잊혀졌다. 신이란 한 명의 인간이라도 자신을 기억하고 신으로 대우해준다면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이지만 모두에게 잊혀진 신인 사쿠마 레이는, 하루하루를 두려움 속에서 살아갔다. 해가 뜨면 이 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가지고 있는 힘을 모두 잃어버리고 나약한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그는 자신감을 잃었고, 자존감마저 잃었다.

그런 레이의 일상을 바꿔준 것이 눈 앞의 소녀였다. 강한 영력을 지닌 사람도 볼 수 없는 이 신사의 입구를, 평범해보이는 소녀가 찾아냈다. 계단을 올라오는 소녀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레이는 자신의 힘을 흘려보내 그 소녀가 포기하지 않고 신사로 올라올 수 있도록 만들었다. 소녀는 신사를 깨끗하게 청소했고, 참배를 올리며 이곳을 알게 되어서 기쁘다 말했다. 잊혀졌던 신을, 다시 불러내어 신으로 존재할 수 있게 해주었다. 소녀가 떠나지 못하게 잡고 싶었지만 다음에 다시 오겠다는 그 약속을 믿고, 레이는 소녀를 보내주었다.

소녀가 매일 이곳을 방문하면서 레이는 자신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예전에는 몸을 움직이는 것도 힘들었고 원하지도 않았는데 몸이 투명해진 적도 있었다. 현신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나 소녀가 이곳을 오면서부터 힘이 돌아왔고, 이대로만 간다면 그 소녀의 눈 앞에 나타날 수도 있을 정도로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만나게 되면 그때 무슨 말을 하면 좋을까.

레이는 소녀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학교에서 실수했다는 이야기를 하며 울고있던 소녀에겐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고, 그 실수를 통해서 성장하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자신이 맡은 공연이 대성공을 거뒀다며 자랑하는 소녀에겐 잘했다 칭찬해주고 싶었고,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었다.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소녀에게, 레이는 하고 싶은 말이 아주 많았다. 오늘도, 푸른 장미를 자신에게 선물하는 소녀에게 레이는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게 불가능에 가까웠던 내 삶을 기적처럼 돌려준 것은 바로 너라고.

신에게 이 소녀는 특별한 존재였다. 인간이었지만 숭배의 대상이었으며, 멈춰져있던 자신의 시계를 움직여 준 구원자이기도 했으며, 사쿠마 레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연모의 감정을 가진 유일한 인간이기도 했다. 이렇게 만나지만 않았다면 자신의 소중한 보물함에 가둬두고 혼자만 봤을 정도로 소녀는 레이에게 특별한 존재였지만 이렇게가 아니었다면, 처음부터 만나지도 못했을 테니 레이는 지금 이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당분간은 바빠서 못 올지도 모르겠어요. 중요한 행사인데다가 의상 때문에 밤샘은 기본이라서...그치만 제가 여길 잊은 건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마시고 기다려주시기에요?"

신님이 여기는 제 신사라는 거, 인정해주셨잖아요. 그쵸? 소녀는 해맑게 웃으며 인사한 뒤 계단을 내려갔고, 레이는 아주 오랜만에 기분좋게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신사 안에 숨겨 둔 보물 상자를 꺼내 열었다. 빨간 단풍잎, 소녀가 직접 자수를 놓았다는 손수건, 산의 풍경과 바다를 찍은 사진 등이 보였다. 그 안에 파란장미를 넣어 보관하며 레이는 당분간은 바빠서 오지 못한다는 소녀를 떠올렸다.

이곳에 가둬두고 나만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누. 아쉬운 목소리가 신사 안에 울려퍼지고 탁해진 붉은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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