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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안즈 : 데네님의 생일을 축하하며! 본문

안산블루스따즈

리츠안즈 : 데네님의 생일을 축하하며!

박로제 2017. 4. 3. 21:53





사쿠마 리츠에게는 작년 여름부터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숙제가 있었다.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문제였고, 이렇다고 확실하게 답을 내릴 수 있는 사람도 자신 뿐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리츠는 이건 자신에게 너무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정과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온갖 생각들이 자신을 괴롭혔지만 아무도 리츠에게 이런 것들을 가르쳐주지는 않았다.

안즈.
리츠군.

부르면 돌아서서 웃어주며 인사해주는 안즈에게 낯선 감정을 느끼게 된 것도, 가까워지게 된 것도 여름부터였다. 부끄럽지만 봄에는 친해질 마음도 없었고, 그저 방해라고 생각했었고, 실제로 그렇게 상냥하게 군 적도 없었다. 그러나 안즈는 아주 자연스럽게 리츠의 일상에 스며들었다. 정신을 차리고보니 안즈가 옆에 있는게 당연해져있었다. 그게 싫었냐고? 웃기게도 싫지 않았다. 아니, 자신의 옆에 있어주길 바랐다. 그렇게 싫어하고 경계했으면서. 갑작스러운 변화였고 사실 1년이 지난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변화였지만 앞서 말했듯이 사쿠마 리츠는 안즈로 인해 바뀐 자신이 그렇게 싫지 않았다. 그저 신기했을 뿐이었다. 자신의 세계에 들어올 사람이 이제는 아무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 리츠도 더는 누군가를 이 안으로 들여보낼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깨닫고 보면 안즈는 자신의 그은 선 안으로 들어와있었고, 웃으면서 리츠가 만들어 둔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불쾌하지도, 거부감이 들지도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오히려 빨리 문을 열어주고 싶었다.

이 감정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리츠가 마오에게 갖고 있는 감정과도 달랐고, 나이츠의 멤버들에게 갖고 있는 감정과도 달랐다. 굳이 말하자면 레이에게 갖고 있던 감정과도 아주 많이, 다른 것들이었다. 살아 생전 처음 겪어 보는 감정이었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답을 알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걸 알게되면 이 관계가 아주 크게 바뀔 거라고, 스스로도 알고 있었는지 지금도 나쁘지 않다며 리츠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멈추었다. 머리 아프게 생각하지 않아도 안즈는 항상 똑같은 모습으로 리츠의 옆에 있었다. 학년이 올라가고, 프로듀서과는 더는 아이돌과 같이 수업을 듣지 않아도 되서 작년보다 더 만날 수 없게 되었지만 안즈는 항상 똑같은 얼굴로 리츠를 반겨주었다.

「리츠군. 오늘도 여기서 낮잠자는 거야?」

그때와 똑같은 여름날이었다. 방과 후가 아닐 때 안즈를 보는 것은 굉장히 오랜만이어서, 자는 것을 깨웠음에도 리츠는 그다지 기분이 나쁘지 않았었다. 무슨 일이야? 길게 하품하며 무슨 일로 왔냐고 묻자 안즈가 내민 것은 가정실습 시간에 만들었다는 쿠키였다. 이거, 다른 사람들한테도 줬어? 으음. 리츠군만 주는건데?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안즈를 바라보니 소녀는 평소와 똑같은 얼굴로 웃을 뿐이었다. 그거 스~쨩이 들으면 울 걸 아마.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그걸 받긴 했지만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날 받은 쿠키는 아주 맛있었고, 리츠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며 안즈는 말없이 웃기만 했다.


딱 한 번, 이걸 이즈미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가을이었을까. 아아, 작년에는 왕님때문에 시끄러웠지. 그렇게 생각을 하다가 문득 이즈미가 보고 싶어져서, 만나자는 약속을 잡았었다. 난 지금 쿠마군이랑 다르게 바쁜 사회인이거든?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이즈미는 만나러 와주었고, 카페에 마주 앉아(홍차며 케이크며 이것저것 주문한 리츠와 달리 이즈미는 설탕도, 우유도 들어가지 않은 커피 한 잔을 시켰었다.) 작년 여름부터 가을인 지금까지, 리츠 본인이 느끼고 있는 것들을 전부 이즈미에게 이야기했었다. 가만히 앉아 듣고만 있던 이즈미는 리츠의 말이 끝나자마자 한숨을 쉬며 테이블을 툭, 툭 치다가 무슨 말이라도 해보라는 얼굴로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겨우 입을 열었다.

「...내가 답을 줄 수는 없어. 쿠마군이 해결해야할 문제잖아?」
「셋쨩, 내가 생각해서 답을 내릴 수 있었으면 굳이 전화하지도 않았어.」
「쿠마군.」
「...」
「도망치려고 하지마. 알고 있잖아? 그러니까 스스로 해결해.」

...심술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얼굴로 그렇게 중얼거려봤자 이즈미는 평소와 다름 없는 얼굴로 리츠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알고 있다. 이걸 생각하고 답을 내릴 수있는 건 자신 뿐이라는 것도, 그래서 도망가고 있다는 것도. 그러나 답지않게 리츠는 무서웠다.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는 건, 리츠에게 있어서 언제나 어려운 일이었다. 자신의 삶에서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괜찮았지만 상대는 안즈였다.

「내 결정이 최악의 결과를 불러일으키면?」
「어떤 결과?」
「몰라. 뭔지는 모르지만 아주 최악인 결과 있잖아.」
「쿠마군, 그거 알아?」

그 어떤 결과라도, 아무것도 안하고 포기하는 것보다는 나아. 나 방금 셋쨩이 어른처럼 보였어. 하아? 이래보여도 어른이니까 말이야. 그보다 쿠마군도 나랑 동갑이잖아? 나는 아직 학생이니까 괜찮아. 그날 이즈미와의 만남은 이게 전부였지만 리츠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사쿠마 리츠에게 안즈는 특별한 사람이다. 아주 작고, 좁은 그의 세계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리고 그 세계 안에 만들어 둔 아주 작은 방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지금까지 마오 한 명이었다. 그마저도 마오는 리츠가 허락했기에 들어올 수 있었지만 안즈는 그것도 아니었다. 허락을 하긴 했지만 허용했던 것보다 더 깊숙히, 들어왔음에도 리츠는 단 한 번도 안즈를 밀어낸 적이 없었다. 오히려 가지말라고, 손을 뻗었다가 이러면 안된다 생각하여 참은 적도 있었다. 여기까지는 마오와 아주 비슷했지만 안즈에게 향하는 감정 중에서는 조금 다른 것이 있었고, 마오에게 갖는 감정 중에서도 조금 낯선 것이 있었다.

공평하게 애정한다고 생각했다. 안즈도 마오도 리츠에게 있어서는 가족이었다. 안즈는 가끔 그 빛에 괴로울 때도 있었지만 이건 태양같은 사람을, 반짝반짝 빛이 나는 사람을 옆에 두겠다고 선택한 자신이 감수해야할 일이었다. 여기까지가 지난 여름부터 이즈미를 만난 가을, 그리고 겨울에 거쳐서 다시 봄이 되는 지금까지 리츠가 생각한 것들이었다. 자신이 안즈를 좋아하고, 그 감정이 사랑이라는 건 확실했다. 그치만 이 애정이, 어떤 감정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아. 어서와, 리츠군.」
「어이, 리츠. 졸업식도 지각이냐.」
「그거야 두 사람이 나를 깨우지 않고 갔으니까 그렇잖아?」
「이런 날 정도는 좀 스스로 일어나라고.」
「안즈- 마~군이 나를 자꾸 구박하는데~」

오늘은 졸업식이었고, 식이 시작될 때까지 안즈가 만들어 준 잠자리가 있는 스튜디오에서 실컷 자다 온 리츠는 평소와 다름없이 아슬아슬한 시간에 졸업식장에 도착했다. 마오와 안즈는 리츠가 오는 걸 기다리고 있었고, 자신을 기다리며 나란히 서있는 두 사람을 보자 리츠는 조금 묘한 감정이 들었다. 알 수 없는 두개의 감정이 리츠를 가득 채웠다. 하나는 더없이 좋은, 긍정적인 감정이었지만 하나는 티를 내기도 민망하고 조금 어두운 감정이었다. 마오와 안즈는 강당 안으로 걸어가며 자신이 모르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트릭스타의 일인 것 같았는데, 그것을 듣고 있던 리츠는 이 낯선 감정에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아니, 이건 기시감이 아니었다. 분명히 오랜 옛날에 느껴본 적이 있는 감정이었다.

그때도 봄이었다. 리츠는 자신이 모르는 곳으로 가버리는 마오가 원망스러웠고, 마오를 데려간 그 무리에게 이 감정을 느꼈었다. 그리고 지금, 아이러니하게도 리츠는 그걸 마오에게서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리츠는, 이걸 뭐라고 불러야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사쿠마 리츠는 아주 똑똑했고, 마오를 향한 감정이 무엇인지 깨닫자마자 곧바로 안즈에게 향한 애정이, 다른 사람을 향한 애정과 무엇이 다른지도 알게 되었다.

「응? 리츠군. 빨리 안오면 졸업식이 시작될거야. 오늘은 늦으면 안되잖아?」

멈춰서서 오지 않는 리츠를 이상하게 생각한 안즈가 마오와 대화하던 것을 멈추고 안즈는 리츠에게 다가와 손을 잡았다. 잡은 손이 따뜻했다. 아, 그렇구나. 자신을 올려다보며 여느때와 다름 없이 웃고있는 안즈를 보며, 리츠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해왔던 애정의 차이를 이제 알 것 같았다.

「안즈.」
「응?」
「좋아해.」
「갑자기? 하하. 나도 좋아해, 리츠군.」

그럼 얼른 가자? 마오군은 이미 들어갔다구. 잡은 손을 이끌며 안즈는 강당으로 걸어갔고, 리츠는 자신의 「좋아해.」와 안즈의 「좋아해.」가, 같은 뜻을 지니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앞서 걸어나가는 안즈의 귀가 새빨갰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포기하는 것보다 행동하는 게 낫다는, 말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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