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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바스

적흑

박로제 2015. 10. 31. 19:09

아카시 세이쥬로는 울면서 저를 밀어내는 쿠로코 테츠야의 손을 잡았다. 싫습니다, 그만하세요, 아카시 군, 제발. 평소 표정변화가 없는 쿠로코답지 않게 눈물로 범벅이 된 그 얼굴은 자주 볼 수 없는 그것이었기 때문에 아카시는 이 상황이 매우 즐겁다고 생각했다. 쿠로코는 잡힌 제 손목을 뿌리치려 힘을 썼지만 애초에 일반적은 성인 남성의 평균보다 낮은 체력과 힘을 가진 그가, 갇혀있는 동안 먹는 것도 제대로 하지 않은 그가 건장한 성인 남성의 힘을 이길 수 있을리가 없었다. 아카시는 그것을 알고있기에 여유롭게 웃으며 쿠로코의 두 손을 제 목으로 가져와 그 작은 두 손 안에 쥐어주었다. 자, 테츠야. 이제 힘만 주면 돼. 쉽지? 어서 나를 죽여줘. 아카시 세이쥬로는 아직도 울고 있는 쿠로코 테츠야의 귓가에 속삭였다. 어서 자신을 죽여달라고.

멀쩡하게 잘 살아가고 있는 쿠로코를 납치하듯이, 아니 정말로 납치해서 자기 집에 가둬놓은 것은 아카시였다. 쿠로코가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 자신이 모르는 사람들과 인연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아카시는 원하지 않았고, 그의 인생은 오직 아카시 세이쥬로만이 가득차기를 원했다. 이게 사랑인가? 사전적인 의미로 따지자면 이건 사랑이라고 할 수도 없었고 오히려 집착이나 독점욕에 가까웠지만 그런 것들이라도 상관없었다. 쿠로코를 향한 모든 감정은 결국 사랑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었으니깐. 그것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쿠로코 테츠야는 아카시 세이쥬로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납치와 감금, 자신은 감히 가늠할 수도 없는 그의 사랑과 집착을. 하지만 이해한다고 해서 그를 사랑하는게 가능할 리는 없었다. 아카시는 쿠로코에게 있어서 여전히 자신을 구원해준 은인이자 좋은 동료, 소중한 친구였다. 자신을 사랑해달라고 애원하는 아카시에게 쿠로코는 그렇게밖에 대답해줄 수 없었다. 

그때부터 아카시는 쿠로코에게 자신을 죽여달라 부탁했다. 살아서 너에게 사랑받지 못한다면 그냥 죽어서 다음 생을 기약할게. 그러니깐 나를 죽여줘. 이미 너때문에 망가질 대로 망가진 나니깐, 그런 나를 죽이는 것은 너여야만 해. 테츠야, 그러니깐, 나를-

쿠로코는 이제는 죽어버린 붉은 눈을 바라보았다. 타오르던 불처럼 뜨겁던 그 붉은 눈은 죽은 지 오래였다. 쿠로코가 좋아했던 그 눈동자에는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았다. 아카시 군, 사랑, 사랑해요. 당신을 사랑해요, 그러니깐 제발, 제발. 쿠로코는 그의 품에 안기며 사랑을 고백했다. 당신을 사랑하니깐, 죽지말아요, 나에게 당신을 죽여달라고 하지 말아요. 하지만 아카시는 그런 쿠로코의 고백을 무시하며 마치 아이를 혼내는 유치원 선생님처럼 굴었다. 테츠야,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거짓말은 하면 안돼. 자, 어서 손에 힘을 줘. 이건 네가 나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축복이야.

오늘 죽이지 못한다고 해도 내일 아카시는 다시 자신을 죽여달라고 할 것이다. 칼을 손에 쥐어줄 것이고 오늘처럼 목을 조르라고 시킬 것이다. 그리고 또 쿠로코는 실패할 것이고, 하루는 또 반복된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던 걸까. 어쩌면 그를 사랑하지 않은 쿠로코 테츠야가 나쁜 것일지도 모른다. 사랑하지도 않는 주제에 아카시를 이해하려고 한 쿠로코가 나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을 되돌려 또 같은 상황이 된다고 해도 쿠로코 테츠야는 아카시 세이쥬로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고, 또 주제넘게 그를 이해하려고 들 것이다. 결국 변하는 것은 없었고, 둘 중 하나가 죽지않는 이상 끝나지 않을 지옥이었다. 

테츠야, 기절하면 안돼.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마. 아카시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쿠로코는 더는 무리였다. 꺼져가는 의식 속에서 얼핏 아카시가 우는 것도 같았다. 울지말라고 해주고 싶었으나 더는 무리였다. 

쿠로코는 눈을 감았다.







<황정은, 계속 해보겠습니다> 트위터에서 이거 보고 급하게 쓴 글 뭐를 썼는지 나도 모르겠다....사실 마지막에 쿠로코가 죽었다...라고 하고 싶은데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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