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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안즈 : 꽃, 그대 完 본문

안산블루스따즈

레이안즈 : 꽃, 그대 完

박로제 2017. 8. 3. 22:55



*새봄 - 꽃, 그대를 꼭 들으면서 봐주세요.





모든 일이 해결된 후 사정을 모두 들은 리츠가 두 사람을 찾아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굽이 있는 워커를 신고 레이를 걷어차는 것이었다. 정통으로 맞은 레이는 그대로 바닥에 허리를 부여잡고 쓰러졌으며 리츠는 신발을 벗고 들어오면서 이제 좀 속이 후련하다고 말하며 해맑게 웃는 얼굴로 안즈에게 인사했다. 안즈와 단 둘이 먼저 만났을 때 그 인간 만나면 어디 한군데는 부러뜨려주겠다고 음산한 목소리로 중얼거렸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일어날 줄은 어느정도 예상했지만 이렇게 세게 걷어찰 줄은 몰랐기 때문에 안즈도 조금 놀란 얼굴로 레이와 리츠를 번갈아보았다. 물론, 리츠가 레이를 때리는 건 이미 안즈도 동의했던 일이기 때문에 그건 아무 문제가 없었다.

"주위 사람 고생시킨 벌로 이정도면 약한 거 아냐?"
"...부정을 못하겠구만..."
"그렇지? 그럼 한대 더 맞는 건 어때?"

벗어놓은 신발 한 짝을 레이의 등에다가 힘차게 집어던진 리츠는 근래 들어 가장 행복한 얼굴로 웃었다. 레이는 많이 아팠는지 끙끙 거리며 일어나지를 못했고 안즈는 그저 이 상황이 재미있어 웃을 뿐이었다.

"나는 안즈한테 저게 그다지 어울린다고 생각은 안하는데..."
"리츠야...그래도 사람 취급은 좀 해주지 않겠누..?"
"시끄러워. 아무튼 난 저게 엄청 마음에 들지 않고 지금 당장이라도 다른 남자 찾아보라고 하고 싶지만, 안즈가 좋아하니까 그냥 넘어가는 거야. 알겠어 멍청한 형님?"
"리츠 군..."

다리 한쪽을 잡고 쓰러진 레이의 등 위에 앉아서 그를 괴롭히던 리츠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안즈를 바라보았다. 레이가 안즈를 힘들게 했던 것만 생각하면 절대 안된다고 반대를 하고 싶지만 리츠는 그 이야기를 하면서 아주 행복한 얼굴로 웃던 안즈의 얼굴이 제 안에 아주 깊숙히 박혀버렸기 때문에 그런 심술을 부리는 건 이제 그만두기로 했다. 리츠와 안즈는 그전에도 가족이었지만, 이제야 비로소 완전한 가족이 된 기분이 들었다. 비록 자신이 원하는 형태는 아니었지만 리츠는 이렇게 된 것만으로도 기뻤기 때문에 만족할 수 있었다. 레이의 등 위에서 일어난 리츠는 마지막으로 한번 더 때려줄까 하다가 이정도면 충분하겠다 싶어서 들고있던 신발을 현관에 가지런히 정리해두었고 레이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기 전의 전화통화로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주먹으로 얼굴을 맞는 정도인 줄 알았지 걷어차이고 날라오는 신발에 맞을지는 정말 예측도 못했기 때문에 더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레이와 안즈 두 사람 사이에서 리츠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알기 때문에 레이도 별 말 없이 넘어가주었다.


사실 리츠의 행동은 요 며칠 동안 집안의 어른들이 한 짓에 비하면 별로 심각한 것도 아니었다. 부모님이야 어릴 때부터 안즈를 봐왔고 내심 둘 중 누군가와 결혼하기를 바라는 눈치여서 레이가 자세한 사정을 이야기했을 때 두팔 벌려 환영했지만 집안의 다른 어른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듯 하루에도 수십번씩 전화를 걸어왔고, 집까지 찾아와서 이 결혼은 안된다는 말까지 지껄였다. 여기까지만 했다면 레이도 그냥 넘어갔을텐데, 안즈에게 찾아가 당장 그 집에서 나가라는 말을 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레이는 본가를 찾아가서 뒤집어놓았고, 또 다시 안즈에게 그딴 말을 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협박까지 해둔 상태였다. 물론 그런 협박에 굴할 사람들이 아니지만 일단은 전화나 방문을 하는 일은 그전보다 줄어들어 조금 숨을 돌릴 수는 있게 되었다.

"아직도 그래? 집에도 가끔 전화오던데."
"집에도?"
"그래서 아버지가 전화선 아예 뽑아버렸어."
"...아저씨 성격 여전하시구나..."

레이에게 아무리 말해봤자 듣지 않을 게 뻔하니 방향을 바꿔 레이의 부모님을 공략하려 했을테고, 리츠는 두 사람에게 그들이 그동안 무슨 짓을 했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다 말해주었다. 전화나 집에 방문하는 건 기본이고 비싼 선물이나 심지어 휴양지의 별장열쇠, 혹은 외딴섬, 그도 아니면 땅문서같은 것들을 뇌물로 사용해 그들을 회유하려고 들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굳이 필요하지도 않았고 그딴 걸 받아서 아들 인생을 제멋대로 쥐고 흔들 생각도, 욕심도 없었기에 그들은 조금의 여지도 주지않고 그 검은 호의를 단호하게 잘라냈다.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그들이 집으로 전화를 걸어오자 결국 참지못하고 폭발하여 전화선을 뽑아버렸다고 한다. 레이와 리츠의 아버지는 보기와는 다르게 성격이 급하고 다혈질이라, 물건 하나 부수지 않고 겨우 전화선 하나만 뽑고 말았다는 건 아들인 두 사람 입장에서는 조금 신기한 일이었기에 레이는 리츠의 말을 듣고 의외라는 듯 웃었다.

사실 이정도는 각오했기 때문에 안즈는 그다지 걱정되지도 않았고, 그다지 이 상황이 무섭거나 불안하지도 않았다. 오랜 시간을 함께 했기 때문에 이 사람이 어떤 남자인지, 무엇을 손에 쥐고 있고 짊어지고 있는지 안즈만큼 잘 아는 사람은 아마 드물 것이다. 안즈는 그걸 모두 알면서도 그의 고백을 받아들였고, 또 망설임없이 그에게 제 마음을 전달했다. 소녀에게 있어서 가장 두려웠던 것은 제 마음이 거절당하는 것이었으므로, 레이와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주고받고 특별한 관계가 된 지금의 안즈는 그 어떤 것이라도 싸워서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안즈 편이니까...힘들면 언제라도 말해야 해?"
"응. 고마워 리츠 군."
"리츠야...형아도 있단다 여기에..."
"지금 이 상황이 누구 때문에 벌어진 건데 뻔뻔하게 그런 말이 나와?"

쏟아지는 면박에 참을 수가 없었는지 레이는 주저앉아서 우는 시늉을 해보았지만 제 형의 행동패턴을 꿰고 있는 리츠에겐 그다지 별 소용없는 짓이었고, 결국 매정하게 자신에게만 인사하지 않고 떠나버린 리츠를 바라보면서 상처입은 레이를 달래는 건 안즈의 몫이었다.





안즈의 생일은 특별한 날이었다. 레이는 아무리 바쁘고 일이 있어도 그날만은 시간을 내서 안즈의 생일을 축하했다. 그는 가장 먼저 안즈의 생일을 축하해주었고, 가장 마지막으로 생일을 축하해주는 것도 레이였다. 자신을 위해서 그렇게 노력하는 레이때문에 안즈는 단 한 번도 제 생일에 레이가 아닌 다른 사람과 약속을 잡거나 만난 적이 없었다. 나도 얼굴 보고 축하하고 싶은데 왜 형님만 안즈를 독점하냐며 리츠가 투덜거리기도 했고, 친구들도 당일에 축하해줄 수 없다고 안타까워하기는 했지만 안즈는 미안하다는 말만 할 뿐이었다. 자신의 생일을, 기쁨보다는 죄책감과 괴로움이 더 많은 그 날을 레이가 아닌 다른 사람과 보내는 건 안즈에게 너무 힘들었으니까, 어찌보면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축하받아야 하는, 1년에 단 하루 뿐인 생일이 부모님의 기일이다. 그것이 어린 아이에게 엄청난 업이 되었고, 안즈는 자신의 생일날 그 어떤 축하도 받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레이와 처음으로 함께 맞이한 생일날, 그가 생일선물로 무엇이 갖고 싶냐고 물었을 때 아무것도 필요없으니 굳이 챙겨주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했었다. 부모님의 기일이니까 저는 선물을 받을 자격이 없어요. 그렇게 말했더니 내내 웃는 얼굴로 저를 바라보던 레이가 얼굴에 웃음을 거두고 무섭게 화를 냈었다.

「조금은 바뀌었다고 생각했는데, 변한 게 아무것도 없구나.」

그렇게 말한 레이는 잠시 나갔다 올테니 어디가지말고 집에 있으라 말했고, 제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을 얌전히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그 날, 혼자서 외출을 하고 돌아 온 레이는 낯선 손님 둘과 함께 돌아왔고, 양 손에는 한 가득 짐을 들고 있었다. 분홍머리를 한 예쁘게 생긴, 레이의 친구인 것 같은 남자는 안즈를 한 번 보더니 다음에 올 때 더 어울리는 걸 들고오겠다고 말했고, 푸른 빛이 도는 은발의 남자는 새빨간 장미꽃다발을 안즈에게 주면서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전했다. 낯선 사람이 주는 걸 거절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고맙다고 인사를 하니 그 남자는 만족한 듯 웃었고, 레이는 이제 됐으니 냉큼 꺼지라며 손을 휙휙 저었다.

「이게 전부 뭐예요?」
「레이가 꼬마 아가씨에게 주는 선물이랍니다.」
「생일선물인 줄 알았으면 가게에서 물건을 더 갖고오는 것인데...」
「이정도면 충분하다네, 이츠키 군.」

예쁜 구두도 있었고, 귀여운 인형들도 한가득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누군가의 취향이 과하게 반영되기는 했지만 하나같이 직접 만들었다는 티가 나는 옷들도 있었다. 안즈가 읽고 싶다고 했던 동화책도 있었고, 뒤이어 들어 온 파란 머리의 남자는 예쁘고 반짝반짝 빛나는 어항을 선물해주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선물더미에는 레이가 몇달 전부터 예약을 해서 겨우 받아왔다는 안즈의 생일 케이크도 있었다. 이 선물을 모두 뜯어볼려면 꼬박 하루가 걸릴 것이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인데다가 아직 어렸던 안즈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었고, 손님들이 모두 돌아가고 레이와 둘만 남았을 때 오늘의 주인공이니 이걸 써야되지 않겠냐며 예쁜 보석이 박혀있는 티아라를 제 머리 위에 올려주는 레이의 손을 잡고 그러지말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필요없다고 했는데, 왜 제 말을 들어주시지 않는 거예요. 저는 축하받을 자격이 없는데, 이렇게 예쁘고 귀여운 것들을 받을 자격이 없어요. 처음으로 제 마음을 이해해주지 않는 레이가 미웠고, 그래서 더 눈물이 나왔었다.


그때 레이가 뭐라고 했더라. 아마 살아있는 인간은 과거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말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 너는 나와 함께 내일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라고. 언제까지고 그 과거에 머물러서 괴로워해봤자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고, 죽은 사람 또한 그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하나뿐인 소중한 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달려오던 두 사람이 자신들 때문에 네가 태어난 날을 거부하고 있다는 걸 알면 슬퍼하지 않겠느냐? 당장 나도 그들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그렇게 생각했을게다.」
「아무도 너를 원망하지 않아. 그건 네 잘못이 아니니까 당연한 거겠지만. 안즈야. 나는 네가 가질 필요도 없는 죄책감때문에 당연히 누려야 할 것들을 포기하는 건 보고 싶지 않으니까, 정 힘들다면 내 핑계를 대도 좋단다. 이건 내 욕심이기도 하니까 말이야...」

레이는 안즈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머리 위에 작은 티아라를 얹어주었다. 내 핑계를 대는 것도 싫다면, 으음...그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구나.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네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것보다는 부모님을 찾아가서 나는 잘 지내고 있다고 알려주는 게 더 좋을 것 같구나. 결국 네 생일을 축하해주지 못하고 떠났으니까. 안즈야. 네가 정말로 네 부모님을 생각한다면 이렇게 생일선물를 거부하고 축하를 거절하는 게 아니라, 그 두 사람을 찾아가서 잘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단다. 레이는 그렇게 말했고, 안즈는 조금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이렇게 챙겨주셨는데, 나쁜 말만 해서 죄송해요. 울음이 가득한 목소리로 안즈는 레이에게 사과를 했고, 그는 괜찮다고 웃으며 아이를 안아주었다. 물론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안즈는 여전히 제 생일날 선물을 받는 것도, 축하의 말을 듣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레이가 주는 것을 싫다고 밀어내지는 않았다. 케이크는 매년 사왔지만 초를 꽂고 불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매번 쓰레기통에 쳐박히는 그게 아까워서 케이크는 사오지 말라 했지만 레이는 말없이 웃을 뿐이었고, 매년마다 안즈를 위해 케이크를 사왔다. 안즈의 생일에는 레이와 함께 부모님을 만나러 갔다. 처음에는 안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돌아왔으나 시간이 지나고, 안즈가 조금씩 성장해가면서 안으로 들어갈수 있게 되었다. 들어가지 못하고 도망간 자신을 대신하여서 제 부모님을 만나고 온 건 레이였고, 부모님의 묘 앞에는 수국 두 송이가 올려져있었다. 그 수국 두 송이를 봤을 때의 제 기분이 어땠는지, 안즈는 지금도 레이에게 말하지 못한다.





열일곱번째 생일, 장마가 끝나고 또 다시 찾아 온 안즈의 생일날. 관계가 변하고나서 처음 맞이하는 생일이었지만 여느때와 다름없이 눈을 뜨자마자 생일 축하한다고 말하는 레이에게 안즈는 처음으로 고맙다는 말로 답해주었다. 내가 지금 꿈을 꾸는가? 자신의 볼을 꼬집으며 보기 드물게 멍청한 얼굴로 있는 레이의 손을 잡으며 안즈는 현실이라고 말해주었다.

"레이 씨."
"응?"
"나 갖고 싶은 게 있는데, 들어줄거죠?"

오늘 생일이잖아요, 나. 웃으며 그렇게 말하는 안즈를 보면서 레이는 정말로 나사 하나가 빠진 얼굴로 방금 했던 말을 다시 해달라고 부탁했고, 그런 그의 손에다가 입을 맞추며 안즈는 다시 한 번 방금 자신이 했던 말을 들려주었다. 레이 씨한테 생일선물 받고 싶어요. 안즈가 이런 말을 하는 건 거의 10년만이었고, 올해도 그런 말을 들을 거라고 기대조차 하지 않은 레이였기에 혹시라도 안즈의 마음이 바뀔까봐 무엇이든지 해줄테니 얼른 말해보라고 다급하게 외쳤다.

"나랑 같이, 우리 엄마 아빠 보러가주세요."
"...그건 매년 하는 거지 않은가?"
"으응. 달라요. 이번에는 레이 씨가 나를 데려가는 게 아니라, 내가 두 분한테 레이 씨를 소개시키는 거예요."

레이 씨 손을 잡고 가서, 엄마랑 아빠한테 소개시켜줄거예요. 당신이 내게 어떤 사람인지, 당신때문에 내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그리고 무슨 사이인지도 말할 거고, 그동안 한 번도 말하지 못했던 걸 말할 거예요. 생일날 무슨 일이 있었고, 레이 씨 덕분에 내가 얼마나 행복하게 살아왔는지. 나랑 같이 가줄거죠? 다녀오는 길에는 같이 케이크 사러가요. 이게 내가 받고 싶은 선물이에요. 해줄거죠?

레이는, 그런 선물쯤이야 얼마든지 해줄 수 있다며 안즈를 안아주었다. 그에게서 받는 첫 선물이다. 그렇기에 이걸 선물로 받고 싶었다. 관계가 바뀌었으니, 다른 것도 변해야만 했다. 안즈는 더는 과거에 매달리지 않기로 했고, 이건 그런 자신을 믿고 지금까지 기다려 준 레이에 대한 보답이기도 했다.

"...이제야 말할 수 있겠구만. 태어나줘서 고맙구나 안즈야. 너에게 이 말을 해줄 수 있어서, 진심으로 기쁘단다. 다시 한 번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얼마나 해주고 싶었던 말인지, 입밖으로 내뱉고 싶은 걸 죽어라 다시 안으로 밀어넣었는지 아마 안즈는 모를 것이다. 내 보물, 내 전부. 태어나줘서, 그리고 나를 선택해줘서 고맙구나. 그렇게 말해주며 자신을 바라보는 레이에게, 안즈가 해줄 말은 하나 뿐이었다.

"고마워요."

그리고 많이 사랑해요. 그에 대한 답은 듣지 않아도 괜찮았다. 듣지 않아도, 이 사람의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으니까. 어렵겠지만 천천히, 작은 것부터 바뀌기 시작할 것이다. 변하는 게 두렵기도 하고 무서울 때도 있지만 자신의 옆에는 레이가 있으니까, 안즈는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있죠,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레이 씨가 두 분이 저를 위해서 보내준 선물이 아닐까, 하는 그런 바보같은 상상을요.
그저 우연일 뿐이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요 저는.
나 이제 행복해져도 되는 거죠?
레이 씨랑, 두 분이 부러울정도로 행복하게 지낼테니까 거기서 꼭 지켜봐주세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 사람 정말 좋은 사람이니까.
엄마 아빠.
나, 행복해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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