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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안즈레이 : 유리어항 外 2 본문

안산블루스따즈

이즈안즈레이 : 유리어항 外 2

박로제 2017. 8. 12. 14:54



*EXO의 유리어항에서 가사를 인용했습니다. 들으면서 봐주세요.






「세나 군. 잠시 나와 만나줄 수 있겠는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사쿠마 레이가 자신에게 대외적으로 쓰는 업무용이 아닌 개인용 휴대전화로 연락을 해왔다는 건 조금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하겠지만 이즈미는 사쿠마 레이와 개인적으로 연락을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안즈와 있을 때 몇 번 대신 전화를 받아준 적은 있지만 이렇게 개인적으로 따로 연락한 건 앞서 말했듯이 처음 있는 일이었다.

"글쎄... 우리가 만날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
「재밌는 소리를 하는 구먼. 만날 이유라면 있지 않은가?」

전화를 받았을 때부터 기분 나쁜 예감이 들더니, 어째서 그런 예감은 틀리지가 않는 걸까. 이즈미는 얌전히 죽은 듯이 잠들어 있는 안즈를 바라보았다. 5년인가. 정확하게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짧은 시간은 아니었다. 찾으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었을 남자가, 이제와서 이렇게 자신에게 전화를 하는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어떤 이유든간에 이즈미는 사쿠마 레이를 용서할 수 없었다. 아니, 용서할 수 없다는 말에는 어폐가 있었다. 용서할 자격따위 저에게는 없었다. 안즈에게 있어서 이즈미는 사쿠마 레이의 공범자였다. 그가 안즈를 버리길, 그래서 망가진 안즈가 자신을 찾아오길 바라고 있었으니까.

두 사람은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먼저 침묵을 깬 것은 답지 않게 다급해보이는 레이였다.

「...잘도 숨겼더군. 그 의사를 찾지 않았다면 나도 모를 뻔 했으니까.」
"영문모를 소리만 하는데, 전화 끊어도 될까?"
「아가씨는,」

잘 지내는가? 기어이 레이의 입에서 안즈의 이름이 나왔고, 이즈미는 침대에서 일어나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나왔다. 수면제를 먹고 잠들었으니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고 해서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안즈가 있는 공간에서 이 남자와 대화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무슨 정신으로 그 녀석의 안부를 묻는지 모르겠는데, 당신 뻔뻔하고 염치없다는 소리 많이 듣지?"
「세나 군한테 들을 소리는 아닌 것 같구만.」
"지금 그 녀석을 가둬 둔 내가 나쁘다고 말하고 싶은 것 같은데 말이야, 착각하지 말아줄래?"

"안즈는 자기 의지로 내 손을 잡았고, 스스로 원해서 이 어항에 갇혔어. 그리고 안즈가 그런 선택을 하게 만든 원인을 제공한 건 당신이잖아? 「사쿠마 레이」."

좁은 어항이 아니라 넓은 바다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었던 안즈를 이곳에 가둔 건 이즈미가 맞았고,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건 안즈의 의지이기도 했다. 허나 그 모든 일의 원인은 두 사람이 아니라 사쿠마 레이였다. 그가 안즈를 버렸고, 그걸 버틸 수 없었던 안즈가 이즈미를 붙잡았다. 망가진 상태의 안즈라도 좋았던 이즈미는,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의 선택을 함께 해주었다. 레이에게 모든 책임을 돌릴 수 없다는 걸, 이즈미는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 남자는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고 있었고, 세나 이즈미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 틀린 말은 아니지. 그래서 찾을 수 있음에도 그냥 두지 않았는가? 그럴 자격도 없었다는게 맞겠지만.」
"그러면 계속 그럴 것이지, 왜 전화해서 남의 속을 뒤집는 거야?"
「찾아가겠네.」
"...뭐?"
「더는 이대로 두고 볼 수가 없으니까, 내가 데리러가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을 뿐이라네. 아무래도 아가씨를 거기서 끌고 나올 수 있는 건 이 늙은이 뿐이니까 말이야.」
"하아?"

이 남자가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찾을 자격도 없었다면서 이제와서 무슨 염치로! 다짜고짜 레이가 내뱉은 말에 이즈미는 화가 나서 아무 말도 나오지가 않았다. 그렇게 잔인하게 안즈를 버렸으면서, 이제와서 다시 데려가겠다니? 세나 이즈미는, 도저히 이 남자의 생각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대체 무슨 염치로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건지 이유를 듣고 싶은데."
「아가씨가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말하지는 않은 모양인데... 뭐, 그렇겠지. 세나 군에게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을 게야. 확실한 것도 아니었고.」

사쿠마 레이가 무어라 말한 것 같은데, 이즈미는 그것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아니, 일부러 기억하지 않으려고 했다는 게 맞을 것이다. 이야기를 마친 그는 안즈를 다시 데리러 가겠다고 했고, 이즈미는 대답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안즈는, 아직도 밤마다 악몽을 꾼다. 그 남자의 이름을 부르며 서럽게 울었다. 가지마요, 날 두고 가지마요. 그것을 어르고 달래서 다시 재우려고 하면 이즈미의 손을 잡고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즈미 씨는 날 버리고 가지 않을 거죠? 절대 그럴리가 없다고, 나는 널 버리지 않겠다고 몇 십번을 말해줘야 안즈는 안심하고 잠들 수 있었다. 안즈는, 자신의 옆에 있었지만 아직도 그 남자의 흔적에 괴로워했다. 스스로가 잘 알았다. 그녀는 죽어서도 그 남자를 잊지 못할 것이고, 아무리 노력하고 발버둥쳐도 레이를 대신해서 안즈의 옆에 있어주는 사람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비참하지만 그게 현실이었고, 그런 선택을 한 것도 이즈미 본인이었다.

그 남자가 다시 너를 데려가겠다고 하면, 너는 어떻게 답할까. 당연하지만 세나 이즈미는, 안즈가 제 옆에 있어줄 거라고 확신하지 못했다.





​​이즈안즈레이 : 유리어항 外 3





안즈는 스스로가 어떤 상태인지 알았다. 고장나고 망가져서 더는 쓸 수 없는 인형. 흉측하게 망가져서 예쁘지도 않은 쓰레기. 누군가가 들으면 왜 그렇게까지 스스로를 폄하하냐고 뭐라 하겠지만 그것말고는 자신을 설명한 마땅한 단어가 안즈는 생각나지 않았다.

레이와의 이별이 안즈에게 끼친 영향은 어마어마했다. 당연하겠지, 그렇게나 사랑했으니까. 자신의 전부라는 말로 표현하는 것도 모자랄 정도로 안즈는 그를 사랑했다. 그랬기 때문에 일부러 더 이별연습을 하고, 그와 헤어졌을 때 어떻게 행동하고 말해야하는지를 고민했다. 이 사람과의 만남은, 인연은, 그리고 제가 지금 받고 있는 사랑은 유한한 것이었고 언젠가는 끝나고 사라질 것들이었으니까. 오래 이어가고 싶지만 안즈는 그럴 수 없다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어떻게든 안즈는 레이가 없는 세상을 살아가야 했고, 그렇기 때문에 더 필사적으로 이즈미를 붙잡고 이별연습을 해왔었다. 물론 실제로 겪은 이별은 그런 어줍잖은 연습과는 달라서 이때까지 해왔던 것들이 전혀 쓸모가 없었지만.

매정하게 굴었으면 조금은 나았을텐데, 레이는 끝까지 상냥했다. 잔인한 사람.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안즈는 그러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하며 아가씨는 버티지 못할 것이라 말했다. 그리고 버틸 수 있다고 하는 안즈에게 자신은 억지로 버티면서 상처받는 것도 보고싶지 않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래도 버틸 수 있다고 했어야 했는데, 안즈는 제 스스로에 대해서 확신을 할 수가 없었으며 레이는 그걸 알았다. 이후에 또 인연이 닿을 수 있다면, 내가 살아있을 때 이 모든게 해결된다면 나와 다시 만나줄 수 있겠는가? 레이의 말에 안즈는 그러겠노라고 답했지만 자신이 기약없는 그 기다림을 버틸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그는 안즈에게 자신의 짐을 나눠주지 않으려고 했고, 안즈는 그것이 불만이었다. 나는 그렇게 어리지도 않고, 약하지도 않은데. 사쿠마 레이는 그 누구보다 안즈를 높게 평가했으면서 정작 이런 일에서만은 예외였다. 당신만 계속 내 옆에 있어준다면 나는 그래도 버틸 수 있다고 말해줄 수 있는데, 레이는 애초에 안즈가 그런 말을 하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그게 그의 사랑임을 안다. 지켜주고 싶었겠지, 상처주고 싶지 않았겠지. 하지만 그게 또 다른 상처가 되어서 안즈에게 돌아왔다. 레이는 차라리 그게 나을 거라고 생각해서 내린 최선의 선택이었지만 늘 그렇듯이 최선의 선택이 옳은 선택은 아니었다.

「그동안...레이 씨 덕분에 행복했어요.」

마지막 인사로 안즈가 한 말이었고, 그녀는 절대 안녕이라는 말을 입에 담지 않았다. 그러나 레이는 달랐다. 안녕(さよなら)이라고 말하며 안즈를 떠났고, 그의 잔인함에 자신은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다음을 기약하자면서, 레이 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어 그렇게 말했겠지만 그것은 안즈를 더 힘들게 만들 뿐이었다.


단 1초도 숨을 쉴 수 없었다. 미친 사람처럼 악을 쓰고, 소리를 지르며, 하루종일 집에 틀어박혀서 울기만 했다. 멀쩡한 모습으로 연기를 할 체력도, 그럴 마음도 안즈에게는 없었다. 그때의 자신은 제정신이 아니었고, 제정신으로 있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미친 사람처럼 이즈미를 찾았고, 깨진 유리를 밟고 그것을 만져서 상처가 나도 아프지가 않았다. 자신의 작은 세상이 무너졌다. 무너지다 못해 재가 되어 사라졌고, 남아있는 모든 것이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다. 닿은 발끝, 닿은 손, 닿은 공간 모든 게 그 사람이었다. 자신의 집인데도 숨이 막혀왔다. 안즈의 집이었지만, 이곳은 레이가 그녀를 위해 만들어 둔 어항이었기 때문에 아무리 살기 위해 헤엄쳐봐도 결국 레이의 품 안이었다. 그래서 더 버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살려달라고 이즈미에게 애원했다. 여기가 아니면 어디든 좋으니 제발 나를 다른 곳으로 데려가달라고. 그는, 모든 것을 알고도 안즈의 옆에 있어준 그 사람은, 기다렸다는 듯이 안즈를 다른 곳으로 도망칠 수 있게 해주었다.

안즈는 스스로를 가두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위해서 이즈미는 새로운 어항을 만들어주었다. 그곳은 그 남자의 흔적이라고는 남지 않은, 안즈만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었다. 다행히도 안즈는 이곳에서 다시 숨을 쉴 수 있었다. 물론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이미 망가져버린 인형은, 어떻게 고쳐도 예전과 똑같을 수는 없었으니까. 안즈는 그걸 알고 있음에도, 망가진 것은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이즈미가 망가진 자신을 아직까지 사랑해준다는 것을 진심으로 고맙다고 생각했다. 그마저 자신을 받아주지만 않았다면 자신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지금 이대로도 충분했다.

「...후회해?」

언젠가 그가 그렇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이렇게 갇혀서 살아가는 거, 정말로 괜찮은 거야? 확신을 받고 싶었던 건지, 그도 아니면 이렇게 무기력하게 하루하루 말라가는 자신을 보면서 무언가의 위기감을 느낀 건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으나 안즈는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은 지금 내게 확신을 받고 싶어하는 거구나.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그리고 내가 그 선택을 후회하고 있지 않다는 걸. 그래서 안즈는 이즈미의 손을 잡고, 그를 제 품 안에 끌어안고, 처음으로 그에게 키스하며 그렇게 말했다. 후회하지 않는다고. 이대로 충분하니까, 다른 건 바라지 않으니까, 내게 자유를 주지 않아도 된다고. 그날, 사랑하는 그녀가 제 어항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마음대로 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기만 하던 이즈미는 처음으로 그 어항 속으로 들어가 안즈를 안아주었다.


무너지고 부서진 것은 다시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존재의 흔적으로 가득했던 안즈의 세상은 그날부터 모조리 은빛으로 바뀌었고, 더 이상 다른 색은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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