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212200506
*kalafina의 君の銀の庭(너의 은의 정원)을 들으면서 봐주세요. 무라사키노우에를 처음 만난 겐지의 마음이 필시 이런 것이었겠지. 그것은 사쿠마 레이가 소녀를 처음 만났던 날 밤, 달을 보면서 떠올렸던 생각이었다. 황태자의 궁은 유난히도 금목서의 향이 짙었다. 궁의 주인을 닮았나보군요. 그의 스승은 그렇게 말했다. 레이는 그 말의 뜻을 정확히는 알 수 없었으나 마치 인형처럼 항상 표정이 없어서 불만이었던 제 스승의 얼굴이 다른 때보다 유하게 풀어져있었기 때문에, 그는 나름대로 기분이 좋았다. 가지고 있는 재능보다는 화려한 외모가 더 유명했던 황태자의 궁은 자신이 주인을 닮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지, 계절마다 가지각색의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봄에는 꽃의 왕이라는 모란, 여름에는 장맛비를 품은 ..
안즈는 제 고백을 듣고도 아무런 말이 없는 레이때문에 괜스레 불안해졌다. 빈말로도 지금 그의 얼굴은 제 고백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있다고 생각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더 그런 마음이 들었다. 내 고백이 그렇게까지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걸까. 자신있게 속마음을 고백했지만 안즈는 이렇게 거절당하면 레이의 얼굴을 볼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무슨 말이라도 해주면 좋겠는데, 사쿠마 레이는 심각한 얼굴로 생각에 빠져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안즈는 레이의 생각을 도통 읽을 수가 없었다. 시간을 갖고 고민해달라고 했지만 받아줄 수 없는 마음이라면 안즈는 레이가 이 자리에서 바로 거절해주길 바랐다. 그의 답이 거절이라면, 쓸데 없이 희망을 갖고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한참동안 말이 없던 레이는 드디어 자신의..
나오실 줄 몰랐는데, 꿈만 같네요. 레이와 단 둘이 남았을 때 그녀가 한 말이었다. 빨간 동백을 머리에 장식하고 깔끔하고 단정한 단색의 기모노를 입은 그녀는 마치 첫사랑 상대와 이야기하는 연애소설 속의 주인공 마냥 수줍게 웃으며 레이를 맞이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도 그녀는 뛰어난 미인이었고, 행동 하나하나에 기품이 흘렀다. 건방져 보이겠지만 감히 말하건대 레이가 보기에도 그녀는 자신의 옆에 있기에 충분히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레이가 그녀에게 인사를 하고, 오랫동안 어색한 침묵이 이어져왔지만 누구 하나 먼저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빗소리와 여름임을 알려주는 풍경소리, 잔에 차를 따르는 소리 등이 공간 안에 울려퍼졌지만 레이와 그녀는,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랜 침묵을 깨고 먼저 입을 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