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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 - 망향을 들으시면서 봐주세요. 할머니의 작은 화원에는 갖가지의 꽃이 심어져있었고, 계절에 맞는 꽃들이 피어났지만 수국은 원래 없던 꽃이었다. 할머니는 수국을 굉장히 좋아하면서도 그 꽃을 기르려고 한 적은 없었다. 좋아하는데 왜 기르지않아요? 그렇게 물었을 때, 할머니는 누군가가 생각나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 했다. 할아버지에게는 들리지 않게 조용히, 제게만 말해주길래 츠바키는 여태까지 그 수국이 첫사랑을 생각나게 하는 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봄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그 남자와 함께 보내는 첫 여름이 시작되고 장맛비가 내리면서 할머니의 작은 화원에는 탐스러운 수국이 피기 시작했다. 아, 혹시. 문득 그때의 대화가 생각이 나서 츠바키는 다시 한 번 물어보았다. 왜 수국을 기르..
소녀는 자신의 할머니를 굉장히 좋아했다. 할머니의 집은 매우 가까웠기에 소녀는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가방을 벗어던진 뒤 가까운 할머니의 집으로 달려갔다. 소녀는, 친구와 노는 것보다 할머니와 함께 마루에 앉아 이야기 하는 걸 더 좋아했다. 꽃처럼 고운 소녀의 할머니는 왠지 모르게 할머니보다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언니같다는 느낌을 많이 주었다. 할머니가 우리 언니였으면 좋겠어요. 형제가 없어 혼자서 지내고 있는 소녀는 제 할머니와 같은 자매가 갖고 싶었고, 부모님은 그걸 듣고 버릇이 없다며 화를 냈지만 할머니는 자신도 너같은 귀여운 여동생을 갖고 싶었다며 유쾌하게 웃어주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사이가 굉장히 좋았고, 자주 손을 잡고 산책을 나갔다. 한 번도 소리 높여서 싸운 적도 없었고 ..
홍콩의 여름은 덥다. 덥고 습하며 비가 지나치게 많이 내리고, 장마 기간에는 집에 얌전히 쳐박혀있는 게 좋을 정도로 사람이 견디기 힘든 날씨였다. 심지어 스콜과 같은 비가 많이 내리기 때문에 귀찮지만 우산은 필수였고, 안즈의 가방 속에는 항상 작은 우산이 하나 들어가있었다. 오늘도 일을 마치고 나오니 하늘이 심상치않았고, 장을 보고 나오니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억수같은 비가 쏟아졌다. 오늘은 월급을 받아서 먹고 싶었던 토마토를 드디어 샀기 때문에 온몸이 젖어도 이것만큼은 지켜야했고, 결국 안즈는 입고있던 가디건을 벗어 물건을 감싼 뒤 우산을 쓰고 천천히 집으로 걸어갔다. 사실 택시라도 잡으면 되지만 쓸데없이 거기에 돈을 쓸 이유도 없었고, 안즈의 집 앞까지 친절하게 가 줄 택시는 이 홍콩을 뒤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