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212200506
1. 형. 우리 쇼파 바꾸자. 여느 때와 다를 바가 없는 주말이었다. 쇼파에 누워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주말 낮의 그 나른함을 즐기고 있던 백현이 뜬끔없는 세훈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갑자기 왜? 지금 백현이 누워서 뒹굴거리고 있는 이 쇼파는 둘이 같이 살기 시작하면서 백현이 들고온 것으로 오래 사용했지만 푹 꺼진 부분도 없었고 길이나 넓이도 적당해서 백현이 침대 다음으로 가장 좋아하는 가구였다. 물론 혼자 사용하던 거라 두 사람이 누울만큼은 아니었지만 세훈이 항상 백현에게 '노약자 우대'라는 말을 하며 자리를 양보했었다. 그래서 세훈은 쇼파에 앉고, 백현은 그런 세훈의 허벅지를 베개 삼아 누우면 됐기 때문에 그런걸로 사소하게 다투는 일은 없었다. 거기다가 세훈은 평소에 이유없이 물건을 바꾸거나 새로 사..
저기요. 조상님이 덕을 되게 많이 쌓으셨네요. 저같은 남자가 작업도 걸어주고. 오후 수업이 휴강되서 갑자기 여유가 생긴 백현은 마침 자주가던 고서점의 주인아저씨에게 새로운 책이 들어왔다고 연락을 받았다. 몰아치는 과제와 시험 덕분에 그동안 못했던 취미 생활을 즐길 때라고 생각하며 백현은 빠른 걸음으로 학교를 벗어나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그리고 바지 주머니에 쑤셔 넣었던 교통카드를 꺼내 찍으려 할 때,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제 팔을 잡았다. 어어? 백현이 상황파악도 하기 전에 잡혀서 끌려갔고, 개찰구와는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내가 지금 무슨 일을 당하는 거지? 마침내 상황을 깨닫고 끌려가지 않게 발에 힘을 주자 백현을 끌고가던 사람도 멈춰섰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고개를 돌린 그 사람 덕분에 백현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