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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떨리는 손으로 ATM기에 통장을 넣은 경수는 떨리는 심장을 가다듬으며 통장정리를 터치했다. 제발. 제발. 빠르게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곧 통장정리가 끝났으니 찾아가라는 문구가 떴다. 제발 신이시여. 침을 꿀꺽 삼키며 통장을 확인한 경수는 안타까움의 탄식을 저도 모르게 내뱉었다. 아, 시발. 통장잔액 105,690원. 결코 적은 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많은 돈응 절대 아니다. 그것도 자취하는 저에게 있어서는 더욱더. 월급 받는 날은 아직 한참 남았고, 재수 없게 사다 놓은 쌀까지 떨어졌다. 물론 집에 라면이나 인스턴트식품 같은 것들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알바비가 들어오는 그 날까지 버틸만한 양은 절대 안 된다. 자취방의 수도세나 전기세 등 여러 공과금과 휴대폰 요금, 그리고 생활비 등을 적..
*양파-본 아뻬띠를 들으면서 봐주시면 제가 감사합니다. 식사란 무엇인가. 백현은 그저 배가 고플 때 음식을 먹는 행위를 뜻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변백현은 먹는 것에 그다지 집착하지 않았다. 그저 먹지 않으면 살 수가 없으니깐 먹을 뿐이었다. 맛있는 걸 먹으면 좋기는 했지만 그뿐이다. 진짜 사람이 못 먹는 음식만 아니면 맛이야 없어도 상관없었고, 그런 입맛때문에 끔찍하기로 유명한 인문대 학생 식당도 자주 이용했었다. 반면에 도경수는 반대였다. 변백현이 살기 위해 먹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도경수는 먹기 위해 사는 사람같았다. 두 사람이 데이트할 때 경수는 모든 걸 백현에게 맞췄지만 먹는 것에 한해서 까다롭게 굴었다. 먹는 걸 즐기지도 않고 심지어 가리는 것까지 많은 백현이 그냥 아무거나 대충 먹으면 안..
*종교소재 주의 김준면은 독실한 카톨릭 신자이다. 아니, 현재는 그렇지 않으니 과거형으로 표현을 해야한다. 고쳐서 다시 말하자면 김준면은 독실한 카톨릭 신자였다. 준면은 신을 사랑했고 신을 위해 살고 싶었다. 그래서 아버지의 분노와 어머니의 애원, 형의 설득을 무시하고 집을 나와 신학대학에 입학했다. 그의 곁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지만 김준면은 자신이 혼자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신이 항상 그와 함께 했고, 대학에서는 그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 함께 신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어 준면은 외롭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이따금 어머니가 붉어진 눈을 애써 감추며 저를 만나러 와서 돌아가자고 애원했지만 준면은 지금의 생활이 너무나도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어머니의 손을 잡아줄 뿐 그녀가 원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