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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12200506
*백물어百物語 : 백가지 괴담이라는 뜻으로, 여러 사람이 모여 촛불을 백 개 켜놓고, 사람마다 돌아가면서 괴담을 하나씩 하며 괴담이 끝날 때마다 촛불을 하나씩 끄는 것. *노래를 들으시면서 봐주세요 일어나보니 이미 해가 져있었다. 잠에 들 때만 해도 해가 떠있었는데. 크게 하품을 하며 관에서 일어나 경음부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오니 당연하게도 학교의 불은 다 꺼져있었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학교에 급한 공사가 있어서 레슨도, 부활동도 없는 기이한 날이었다. 점심 때 만나러 온 아오이 쌍둥이 형제들에게 관련 이야기를 들었던 게 기억이 났다. 모처럼의 휴일이니 아마 다들 학교에 남아있지 않고 바로 집으로 갔을 것이다. 레이는 문득 한 소녀가 생각이 났다. 융통성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어서 이런 날에도 학교에 남아..
아가씨, 입을 벌리게나. 레이는 상냥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고, 안즈는 정말 싫다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뭐라 말을 하고 싶었지만 레이의 손에 턱이 잡혀 있어서 그건 무리였다. 억지로 하는 건 싫다네. 그러니까 말 좀 들어줄 수 없겠는고? 그냥 레이씨가 포기하면 되지 않을까요, 싶지만 아마 이 남자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아, 정말 싫은데. 살짝 입을 벌리니 그 틈 사이로 레이의 손가락이 들어왔다. 입 안으로 들어 온 하얀 손가락은 혀를 누르며 입 안으로 무언가를 넣을 수 있을 정도로 벌려놨다. 정말로 배안고픈데. 하지만 안즈의 의사와 상관없이 입안으로는 구운 토마토가 들어왔다. 자, 이제 씹어야지? 친절하게 입을 닫아주며 씹으라고 말까지 해주는 레이때문에 안즈는 먹기 싫었음에도 불구하고 ..
기다리라고 했으니, 믿고 기다렸다. 어차피 사쿠마 레이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일주일은 기다릴 수 있었다. 레이가 그 소녀를 만나기 위해서 기다려 왔던 시간이 몇백년이었다. 그 시간을 생각한다면 겨우 일주일 쯤이야, 버틸 수 있었다. 인간 세상에 대해서 잘 모르는 레이가 보기에도 소녀는 할 일이 엄청나게 많은 매우 바쁜 사람이었고, 이곳에 오지 않아도 좋으니 차라리 집에 가서 푹 쉬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한 번은 정말 신사 안에서 가디건을 덮고 그대로 잠들어 버린 적이 있어서 소녀가 일어날 때까지 옆에서 지켜본 적도 있었다. 추운 날씨에 혹시 감기라도 들까봐 들어오는 바람을 막고 신사 안을 따뜻하게 만들어 놓고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자는 소녀를 지켜보던 그 시간은 레이는 아마 평..
스타페스가 가까워지면서 안즈는 너무 바빠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매일매일이 보고서의 수정과 의상수선, 무대점검같은 것들로 가득 차있어서 다른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사치였다. 안즈에게 중요한 건 올해의 스타페스를 완벽하게 마무리 짓는 거였고, 그 과정에서 신사는 자연스레 잊혀졌다. 문득, 갑자기 그 곳이 생각날 때도 있긴 했지만 안즈에게 우선 순위는 따로 있었고 안타깝게도 그 신사는 우선 순위가 아니었다. 스타페스가 끝나면, 크리스마스 관련 선물을 사서 찾아가자. 신님은 크리스마스같은 거 모를테니까. 바빠서 못 올수 있다고 했으니 괜찮을 거야. 막연히 이런 생각을 하면서 안즈는 찾아가는 걸 계속 미루었다. 다행히 스타페스는 무사히 끝났다. 올해만큼 특별했던 크리스마스는 없을 거에요. 안즈는 에이치..
꿈을 꿨다. 화려하고 커다란 신사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아름다운 매화꽃. 그리고 결혼하는 신부들이 입는 시로무쿠를 입고있는 자신.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고 바람 부는 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아름다운 풍경이었지만 어딘가 섬뜩한 분위기라서 조금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런 꿈을 꾸는 건 처음이라 조금 재미있기도 했다. 내가 신부면 신랑은 누구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 신사 안에서 낯선 남자가 걸어 나왔다. 키가 크고, 까만 머리와 붉은 눈이 인상적인 아름다운 미남자는 안즈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와 함께 가겠느냐?」 부드러운 목소리와 인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 그리 길게 살지는 않았지만 남자는 안즈가 살면서 본 사람 중에서, 물론 인간임을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
「다시 태어나도, 나를 좋아해 줄 거죠?」 그녀는 주름진 손을 들어 레이의 얼굴을 만지며, 웃었다. 「이번에도 내가 만나러 올게요.」 당신을.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눈을 감았다. 레이는 그녀의 손을 잡고 우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레이 씨." 익숙한 목소리에 눈을 떴다. 눈앞에는 안즈가 있었고, 그녀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레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악몽이라도 꾸셨나요? 악몽은 아니었다. 단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슬픈 과거였을 뿐이다. 억지로 웃으며 고개를 저었지만 그럼에도 안즈는 여전히 걱정된다는 얼굴이었다. 레이 씨 울고 계셨어요. 너무 서럽게 우시면서 안된다고 하시길래 무슨 일이라도 난 줄 알았어요.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조금 충격이었다. 이전에도 꿈에서 과거를 보고 울면서 깬 적은 많았..
ㅠㅠ 레이안즈 커미션을 쓰다가 쉬기 위해서 레이안즈를 쓰는 삶 너무 짜릿하다 아침부터 그렇게나 재수가 없더라니, 이 때를 위한 전초전같은 게 아니었을까? 자신의 오늘 운세를 저주하며 안즈는 눈 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저렇게 화가 난 모습은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었고, 한편으로는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이었다. 뭐가 잘못이었을까. 레이가 자주 오는 요정임을 알면서도 맞선장소를 여기로 잡은 것일까 아니면 오기로 맞선을 수락한 자신일까. 어쨌든 모든 잘못은 안즈로 통했지만 그녀는 지금 이 상황에서 도망가고 싶었고, 회피하고 싶었다. "아가씨.""...네." 항상 이름을 불러주던 레이가 아가씨라는 호칭을 쓸 정도면 엄청나게 화가 났다는 증거였다. 정말 망했네..
트친 분들께 받은 리퀘를 모은 거!그런데 아직도 덜 썼다구요? 이게 말이나 됩니까 박로제님 반성 좀 소녀를 안았을 때의 그 느낌을 카나타는 기억해냈다. 매우 뜨거웠던 그 느낌을, 잊기란 쉬운게 아니었다. 카나타선배. 안즈는 그 날 이후 카나타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 바뀌었다. 카나타를 만나러 분수대에 오는 일이 많았고, 그의 물놀이에도 자주 어울려주었다. 처음에는 옷이 젖을까 분수대에 발만 담궈놓고 있었지만 안즈씨. 저랑 「물놀이」 해주지 않을 건가요? , 라고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힘없이 헤엄을 치고 있는 카나타를 보고 있기가 어려웠는지 안즈는 옷을 갈아입고 분수대로 자주 물놀이를 하러왔다. 분수대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는 사람이 카나타 혼자일 때는 다들 평범한 일상처럼 넘어가겠지만 거기에 안즈가 끼어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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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부터 시작했던 하루에 한번씩 레이안즈 쓰기인데 3월 1일인 지금까지 10개도 못썼다니 해시태그 이름이 아깝다...안즈쨩. 행복하니? 아라시가 그녀의 손을 잡으며 오늘까지 참아왔던 것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너는 정말 행복해? 안즈는 고개를 돌려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자매같았던, 제 소중한 친구를 바라보았다. 안즈는 아라시가 어떤 마음으로 그런 질문을 했는지 알고있다. 자수정같은 보라색 눈동자에는 안즈를 향한 애정과 걱정이 담겨있었다. 아, 나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구나. 안즈는 아라시 덕분에 긴장을 풀고 웃을 수 있었다. 안즈는 행복했다. 여기까지 오는데 걸린 시간은 긴 매우 길었고, 그 시간이 항상 행복했던건 아니다. 울기도 많이 울었고, 많이 힘들었지만 안즈는 지금 자신이 행복하면 된 거라..